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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내가 꿈꾸는 그곳 Oct 26. 2019

혼밥으로 만든 국물 없는 수제비

#31 이탈리아인들의 건강 장수 비결

수제비에 국물이 없어도 될까..?!


엄마가 만든 수제비의 추억


이탈리아 요리에 입문하기 전 한국에서 듣게 된 파스타 뇨끼(Gnocchi)는 사람들이 '이탈리아 수제비'로 불렀다. 아마도 사람들이 뇨끼를 수제비로 부른 이유는 우리가 자주 먹던 수제비와 비슷한 느낌 때문이었을 것 같다. 그런데 뇨끼의 주성분과 맛 등을 참조하면 적지 않은 차이를 보인다. 특히 글쓴이가 어릴 때 자주 먹었던 수제비는 어머니께서 정성 들여 만들어 주셨지만, 수제비 알갱이 맛은 별로였다고나할까.(어머니 죄송합니다. 제가 그때 그랬잖아요.ㅜ)


자주는 아니었지만 가끔씩 먹는 수제비 그릇 속에는  듬성듬성 손으로 뜯어낸 밀가루 반죽이 큼직한 모양으로 들어있었다. 한 입에 먹기 쉽지 않은 것. 


수제비 알갱이 하나를 숟가락에 담아 입에 넣으려면 한 입에 들어가지 않아 숟가락으로 잘라먹은 기억이 새롭다. 너무 뜨거워서 그릇에 뱉어낸 기억도 있다. 이런 기억들 때문에 수제비는 어린 내가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그런데 어머니께서 만든 수제비 국물은 굵직한 멸치와 다시마 등을 우려낸 것으로 수제비보다 국물 맛이 일품이었다. 따라서 밀가루로 만든 수제비 알갱이는 점점 더 멀어진 반면,  국물은 선호한 나머지 식은 밥을 말아먹곤 했다. 참 오래 전의 기억이자 우리 혹은 우리나라가 가난했던 시절에 배불리 먹던 음식이었다. 한 끼 식사에 포만감을 느끼게 하려면 국물이 필수였을까. 뇨끼는 수제비와 달리 국물이 없는 게 특징이다.




나의 식습관이 만든 혼밥 요리


나는 우리 가족과 형제들이 즐겨먹던 칼국수 등 밀가루로 만든 음식을 선호하지 않았다. 또 국물이 많은 탕 종류의 음식보다 국물이 없는 비빔밥이나 김치볶음밥이 더 좋았다. 우리 집은 종가여서 유난히 제사도 많았고, 명절이 다가오면 집안 전체가 잔칫집 분위기를 연상시킬 정도로 사람들이 붐볐다. 그래서 제사나 명절 차례가 끝나고 나면 차례상에 올랐던 음식은 물론 나물들을 고추장에 비벼먹는 게 너무 맛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성인이 된 후에 나의 입맛을 당긴 것은 낙원동 골목에 있는 순대국밥 혹은 돼지국밥이었다. 국밥은 당연히 국물이 포함되었지만 집에서 끓여먹던 탕류와 거리가 멀었다. 잘 우려낸 돼지뼈 등 국물이 돼지 부산물과 어우러져 기막힌 맛을 내는 것이다.


이때쯤 빼 놓을 수 없는 게 소주였다. 소주 한 잔에 얼큰하게 만든 국밥 한 숟가락을 입에 넣으면 세상 부러울 게 없었다. 오죽하면 도곡동에 살 때는 이틀이 멀다 하고 도곡시장에 들러 돼지국밥을 즐겼을까.


하지만 국물 혹은 국밥이 나를 매료시키던 식습관은 이탈리아 요리에 입문하면서부터 점점 더 멀어졌다. 지근거리에서 국밥을 찾아볼 수도 없거니와 이탈리아 요리에서 국물이 있는 요리(Zuppa)를 쉽게 접할 수도 없었다. 또 쥬빠는 우리가 먹던 탕류와 전혀 다른 음식이었는데 문화적 차이가 포함되었을 뿐만 아니라, 이탈리아 요리는 주방의 집기를 고루 갖추어야 했다. 요리 한 가지를 만들려면 다양한 도구가 필요한 것.


그렇지만 어머니의 공간이었던 부엌 혹은 주방은 매우 단출하여 솥단지와 냄비 혹은 도마와 칼과 국자 등 몇 안 되는 주방도구로 군대 같았던 식솔들 전부를 먹여 살렸으니 기적 같은 일이라고나 할까. 이탈리아의 전통 음식 뇨끼에 대해 몇 자 끼적거리려다 어릴 적 추억이 주마등처럼 머릿속을 스쳐 지나간다. 




이 같은 생각들은 현재 나의 생활과 밀접하기 때문인 것 같다. 아내가 볼 일 때문에 한국으로 잠시 귀국해 있는 동안 나는 살림을 혼자 하며 매일 혼자 밥을 먹는다. 이런 풍경을 요즘 세대는 혼밥이라 불렀다. 나는 매일 매 끼니를 혼밥으로 해결하는 것. 다행히 내가 입문한 이탈리아 요리는 혼밥의 수준을 요리로 끌어올렸다고나 할까.


혹시라도 집에서 혼밥을 자주 먹거나 유학길에 오른 학생들이나 그럴만한 사정에 처한 분들은 글쓴이의 브런치를 자주 열어보시기 바란다. 매우 간단한 식재료와 간단한 리체타로 훌륭한 요리를 맛볼 수 있을 것. 이틀 전 운동 직후에 뿔리아 주의 명품 포도주 산지오베제(Il Sangiovese)와 곁들여 먹은 이탈리아 전통 음식 뇨끼를 내 입맛에 맞게 나름대로 해석한 리체타를 소개하며 글을 맺는다.


혼밥으로 만든 이탈리아 전통 음식 뇨끼 리체타


먼저 자료사진 몇 장을 눈여겨 봐 주시기 바란다. 사진 속에는 봉지에 든 뇨끼가 눈에 띌 것. 상표를 엎어놓고 내용물만 촬영했는데 한 봉지 무게는 1kg이다. 그렇다면 생면 파스타 뇨끼의 가격은 얼마나 할까. 놀라지 마시라. 사흘 전 대형 매장에 들러 1유로(대략 1300원)에 구입했다. 이탈리아가 요리 천국으로 소문이 나는 건 간단하다.

질 좋은 자연산 재료를 잘 만들어 시장에 내놓는 것.


이탈리아인들은 식재료를 속이는 일이 거의 없거나 만약 그런 일이 발생한다면 절대 구입하지 않으므로 생산자는 당장 망하게 될 것. 이날 두 봉지를 구입하여 한 봉지는 먹고 이틀 전에 다시 새 봉지를 뜯어 혼밥 재료로 사용한 것이다. 이렇게 만들었다. 


먼저 밋밋하고 퍽퍽하여 식감이 떨어지는 닭가슴살을 닭다리와 함께 압력 밥솥에 끓여낸다.(관련 포스트 참조) 이때 만들어진 육수 반 컵 분량을 움푹 파인 프라이팬에 두르고 닭가슴살을 찥어 넣는다. 그리고 필요한 분량의 뇨끼를 넣는다. 이날 사용한 뇨끼는 대략 80그램 정도의 양이다. 그리고 빠르마지아노 레지아노 포르맛지오를 넉넉하게 갈아 넣는다. 그런 다음 프라이팬의 뚜껑을 덮고 센 불로 끊는 즉시 가장 낮은 약불로 줄여준 후 대략 5분 정도 천천히 익힌다.


뚜껑을 잠시 열어 뇨끼가 다 익은 게 확인되면 싱싱한 계란 한 알을 깨어 넣는다. 그리고 불을 끈 채 대략 5분간 기다린 후 접시에 옮겨 담는다. 그동안 투입된 양념은  빠르마지아노 레지아노 포르맛지오가 전부이다. 육수를 만들 때 사용한 살사 디 소야(Salsa di soya_간장)의 간과 포르맛지오의 간이 합쳐져 따로 간이나 양념을 할 필요가 없어진 것. 마지막으로 투입된 계란은 포르맛지오와 함께 걸쭉한 크림을 만들게 된다. 그렇다면 맛은 어떨까.. 쫄깃한 식감과 어우러진 크림맛이 입안을 천국으로 만든다. 혼밥으로 만든 국물 없는 수제비 끝!


-이탈리아 남부 뿔리아 주 바를레타에서 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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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l 25 Ottobre 2019 Barletta PUGLIA
Foto di yookeun Chang_Geograf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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