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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내가 꿈꾸는 그곳 Oct 29. 2019

양파 곁들인 돼지 목삼겹살 구이

-풀꽃 하나 올렸을 뿐인데 확 달라진 집밥

 

집밥을 리스또란떼처럼 우아하게 차릴 수 없을까..?


오늘 끼적거리는 이 포스트는 이탈리아 요리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는 중요한 글이라 생각된다. 음식문화는 그 나라 혹은 당신의 생활수준을 엿볼 수 있는 잣대라고 말하는데 그만한 이유가 있다. 똑같은 식재료를 사용했음에도 불구하고 어떤 나라는 꾀죄죄해 보이는 반면, 어떤 나라는 매우 고급스러운 것이다.


이런 차이는 하루아침에 이루어지는 게 아니라 최소한 수백 년 이상의 세월을 필요로 한다. 오늘날 세계인들로부터 각광을 받는 이탈리아 요리도 그중 하나다. 대항해 시대 때 아메리카 대륙으로부터 들여온 감자나 토마토는 그들의 식탁을 한층 더 풍성하고 고급스럽게 만들었다. 그것도 하루아침에 이루어진 게 아니란 걸 모르는 사람이 없다.

당시 상황을 수평적으로 이동하여 조선시대 혹은 대략 70년 전의 우리 식탁과 비교해 보면 너무도 초라해진다. 궁궐에서는 산해진미를 먹었는지 모르겠지만 백성들은 피폐한 삶을 이어갔다. 특히 6.25 동란 직후에는 사람들이 목초의 껍질이나 뿌리 등을 주식으로 먹지 않으면 안 되는 시절도 있었다. 우리 선조님들이 주로 그런 삶을 살았다. 

요즘 인터넷에 등장하는 한국요리는 엄격히 말해서 한국요리가 아니라 궁중요리이며, 몇 안 되는 소수의 권력을 누리는 사람들이 먹었던 음식이라 말할 수 있다. 이런 사정은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유럽의 잘 사는 나라에서도 예외는 아니었다. 민중들이 헐벗고 굶주리는 세상에서 토후들이나 그들과 합세한 부유층들은 기름진 음식과 포도주 등으로 향연을 누렸다고나 할까..



귀족들과 민중들의 음식을 비교해 보니


기록에 따르면 이들 미식가들은 음식을 생존의 수단으로 먹는 게 아니라 식도락으로 먹은 것. 따라서 풍성한 식탁을 밤새 누리려면 요리사들로부터 끊임없이 제공되던 음식을 다 먹기 위해 별의별 짓을 다했다. 새의 깃털을 목구멍에 넣어 먹었던 음식까지 다 토해낸 다음  다시 음식을 먹기 시작했다는 것. 참 놀랍고 '뺨 싸대기를 날려버리고 싶은 일들'까지 있었다고 한다. (너무 얄미워 ㅋ)


그런데 소수의 이 같은 음식문화는 세월이 흘러가면서 이른바 '럭셔리'한 문화로 자리 잡은 것. 민중들이 이들의 식도락을 흉내 냈다고나 할까.


이탈리아 요리에 입문한 이후 내가 느낀 바로는 우리가 말하는 리스또란떼(글쓴이의 브런치에서는 가급적이면 영어식 표현을 쓰지 않는다)가 상류사회의 단편이라 해도 별로 다르지 않았다. 중산층 혹은 민중들이 상류사회의 문화를 흉내내기 시작하면서 생긴 식당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요리의 원리를 터득하면 당신도 요리사


그 누구든 단 한차례라도 리스또란떼를 가 본 사람들이라면 상류사회에 발을 들여놓고 싶은 충동을 느끼게 될 것이다. 어쩌면 우리가 열심히 일해 돈을 버는 이유가 이런 부류에 속하고 싶었는지도 모를 일이다. 그런데 이탈리아 요리의 역사 등을 공부하고 연구하면서부터 이런 음식문화가 '별 것 아니다'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수만 가지 혹은 오만가지 리체타가 상존하지만, 사실은 '요리의 원리'만 터득하면 그 많은 리체타를 배울 필요가 없는 것. 우리가 즐겨먹는 음식 혹은 집밥 조차 생각을 조금만 바꾸면, 날이면 날마다 우아한 밥상으로 거듭날 게 틀림없다. 그러므로 이 포스트는 가족들의 식탁을 책임(?) 지는 주부 혹은 혼밥을 먹을 수밖에 없는 분들이 참고해 주시면 좋겠다. 어느 날 집밥 혹은 혼밥이 우아한 모습으로 당신 앞에 등장할 것이다. 


이하 본문은 이틀 전 오후 산책 겸 운동을 나갔다가 돌아온 후 차린 양파를 곁들인 돼지 목삼겹살 구이(le cipolle con coppa di suino in Padella)의 먹음직스러운 모습이다.  


이 요리는 이탈리아인들이 즐겨먹는 요리로 오븐에서 굽지 않고 프라이팬에서 굽는 게 특징이며, 건강에 매우 유익한 요리이다. 리체타 소개를 끝으로 글을 맺는다.


양파를 곁들인 돼지 목삼겹살 구이 이렇게 만들었다


이틀 전 운동을 끝내고 돌아오는 길에 돼지 목삼겹살 600그램(3.5유로) 등을 구입했다. 그리고 집으로 돌아오는 즉시 요리에 들어갔다. 우선 (바닥이 오목한) 프라이팬을 레인지에 달군 다음 올리브유 몇 방울을 떨어뜨렸다. 그리고 돼지 목삼겹살 두 쪽(대략 300그램)을 팬 위에 올려놓고 뚜껑을 덮은 다음 약불로 낮추어 천천히 구웠다. 대략 5분 정도의 시간이 지나 팬 뚜껑을 열어보면 팬 바닥에 자작한 정도의 약간의 기름이 보일 것. 그리고 고기를 적당한 크기로 자른 다음 조미 간장 한 큰 술을 첨가한다. 그리고 고기를 간이 배게 잘 섞어준다. 그다음 잘 손질해 준비한 양파 두 개를 반으로 잘라 팬 위에 올려놓고 뚜껑을 다시 덮는다. 그리고 다시 대략 5분 정도의 시간이 경과하면 불을 끈다. 그 직후 뚜껑을 열어보면 자료사진에서 보는 것처럼 양파가 노릇하게 잘 구워져 있을 것. 그리고 접시에 담으면 끝! 달짝지근한 양파와 육즙이 넘치는 말랑한 고기 맛이 일품이며 너무 간단한 요리법이다.


이탈리아인들이 애용하는 양파는(검색해 보시라) 생으로 먹던 익혀 먹던 효능은 변함이 없으며, 고혈압, 당뇨, 항암, 다이어트, 감기 예방, 해독작용 등에 탁월한 식 재료란 거 참고 하시라. 그런데 이날 아침 뜻하지 않게도 비에 톨라 한 단을 구입했는데 그 속에 까마중 꽃이 피어있었다.


이 풀꽃은 비에 톨라가 자라던 밭에서 함께 자라던 녀석이며 양파가 자라던 곳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전역에 분포된 식물이다. 까마중은 안토시아닌을 비롯한 사포닌 등의 영양소가 포함된 것으로 피로를 풀어주고 원기 회복을 도와주며 정력강화에 도움을 준다고 알려졌다.


한 때 지인이 이 열매를 이용해 술을 담아 판매한 적도 있으며, 어린 시절 공터에 자란 까마중을 따 먹기도 했는데 까마중의 까만 즙이 이빨과 혀를 물들여 동무들과 서로 마주 보며 깔깔대고 웃었던 기억도 있다. 비에톨라에 섞여온 까마중 꽃을 보자마자 요리접시의 데꼬라찌오네로 사용하기로 한 것.


이탈리아 요리 유학 중에 터득한 요리법이 단박에 떠올랐던 것이다. 보통은 요리가 제공되기 직전 셰프가 최종 점검을 하지만, 운 좋게도 실습생으로 셰프의 신임을 받아 최종 과정을 나의 손을 거쳐간 요리가 적지 않다. 요리사는 미적 감각도 요구하는 것. 참고하시라. 


그리고 끝낸 요리를 그냥 접시에 담아 식탁에 올려도 되겠지만, 까마중 풀꽃 하나를 접시에 올리는 순간 돼지 목삼겹살은 귀족들이 먹던 요리처럼 금세 달라지며 집밥 혹은 혼밥을 우아하게 만드는 것이다. 풀꽃 하나를 올렸을 뿐인데.. 



-이탈리아 남부 뿔리아 주 바를레타에서 쓰다


le cipolle con coppa di suino in Padella
il 28 Ottobre 2019, Citta' di Barletta PUGLIA
Foto di yookeun Chang_Geograf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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