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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내가 꿈꾸는 그곳 Feb 17. 2022

우리 동네 불로초 보물지도 공개

-우리 동네 바를레타에 찾아온 봄소식


이탈리아 남부 뿔리아 주 바를레타의 재뱔견..?!!



   서기 2022년 2월 17일 아침나절(현지시각), 우리가 살고 있는 이탈리아 남부 뿔라아 주 바를레타에서 노트북에 로그인하고 사진첩을 열었다. 사진첩 속에는 온통 풀들이 빼곡하게 널브러져 있다. 풀들은 그냥 잡초가 아니라 나는 녀석들을 어느 날부터 '불로초'로 부르기 시작했다. 요즘 세상에 불로초 타령을 하면 '적당히 맛이 간 사람'으로 취급할 테지.. 



그러거나 말거나 나는 올해부터 녀석들과 매우 친하게 지내고 있다. 내가 얼마나 녀석들을 사랑했으면 우리 집 식탁에 올려두고 끼나 마다 입을 맞추는 것이다. 녀석들이 필요할 때마다 5분 남짓 걸어서 대리석으로 만들어진 구도시를 가로질러가면 그곳에서 녀석들을 만날 수가 있다. 그때마다 녀석들은 얼마나 좋아하는지 나를 빤히 올려다보거나 바람에 나부끼며 춤을 추기도 한다. 



그동안 이곳 바를레타의 봄소식을 접하신 분들은 다 아실 것이다. 우리가 이곳에 살면서 처음으로 우리나라에서 맛볼 수 있었던 봄나물을 발견하게 된 것이다. 봄이 오시면 우리나라에 흔한 달래와 냉이는 물론 씀바귀 고들빼기.. 거기에 미나리까지.. 



아무 때나 마음만 먹으면 한 움큼 뜯어다 데치고 뿔리아산 고급 올리브유와 간장 혹은 소금으로 간을 한 후에 쓱싹 비며 내면 입안은 물론 온몸이 화들짝 놀라는 것이다. 누군가 곁에 계시면 나누고 싶지만 그러하지 못한 게 아쉽긴 하다. 


이곳은 절기상 겨울이지만 일찌감치 봄이 와 있고 곧 아드리아해 너머로 봄날이 사라질 정도로 화장하다. 그래서 이틀 전, 하니와 함께 산책 겸 운동삼아 대략 8km를 걷는 동안 그동안 이곳에서 봐 왔던 봄나물의 지도를 머릿속에 그려 넣는 한편, 이날은 고목으로 변한 열무 등을 카메라에 담았다. 



녀석들은 아드리아해 바닷가 사구 옆에서 밤낮으로 먼지를 닮은 모래알을 뒤집어쓰고 있거나 야생에서 사시사철 자락 있는 것이다. 처음에는 그저 눈팅만 하고 지나쳤다. 그러나 올해부터 사정이 달라졌다. 머릿속에 그려놓은 '불로초 지도'를 계절 별로 다시 정리할 요량으로 유심이 관찰하는 중이다. 



다시 아침운동을 떠나면 그때마다 녀석들이 사시 각각 변하는 모습을 관찰하며 식탁을 풍요롭게 다듬을 것이다. 참고로 이곳 뿔리아 주의 과일이나 야채 가격은 거의 공짜 수준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의 눈을 피해 야생에서 자라고 있는 녀석들을 탐하고 있는 이유는 간단하다. 녀석들은 화학 비료를 먹고 자랄 하등의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맛 또한 미네랄 향기가 듬뿍 느껴질 정도이므로, 이제부터 시장에서 구입하는 채소의 종류는 제한될 예정이다. 



오늘 아침 하니는 김치를 담고 나는 자료를 정리 중이다. 곧 그녀가 담근 특별한 김치도 공개할 예정이다. 먼저 우리 동네 불로초 보물 지도 일부를 사진에 담았다. 포스트에 등장한 사진들은 우리나라에서 쉽게 발견되지 않는 풍경들이다.


아침 운동을 하면서 아드리아해가 빤히 내려다 보이는 언덕 위에서부터 목적지까지 이동하는 가운데 눈에 띄는 녀석들을 차례로 담은 것들.. 녀석들은 생각보다 까칠하고 연식이 오래됐다. 



추정컨데 한해살이 풀이 여러해살이 풀로 바뀌게 된 것이랄까.. 이들이 머리를 박고 자라고 있는 토양은 아드리아해가 무시로 실어 나른 모래언덕.. 사구에서 자라고 있는 것으로 이른 봄이 지나면 금세 질겨지므로 봄이 오시는 순간부터 채취를 해야 제 맛이다.



사구 언덕에 빼곡히 자란 열무들..



녀석들은 먼지처럼 작은 모래 알갱이를 뒤집어쓰고 나를 빤히 올려다보고 있다.



기특한 녀석들..



녀석들이 마침내 나로부터 보물로 지정되면서 불로초로 등극하는 것이다. 한국에 계신 독자님들과 이웃분들의 한숨(아잉~부러버라!!ㅜ)이 여기까지 들리기 시작한다. 씩~^^ 


Notizie di primavera arrivate nel sud d'italia_il Mare Adriatico
il 17 Febbraio 2022, La Disfida di Barletta in Puglia

Foto e scritto di YOOKEUN CHANG_GEOGRAF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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