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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내가 꿈꾸는 그곳 Oct 26. 2019

지난여름 네가 한 일을 기억해

-먼 나라에서 만난 어린 시절의 아스라한 풍경

참 기분좋은 풍경 앞에서 멈추어섰다.


2019년 8월 17일, 미켈란젤로의 도시 피렌체서 이탈리아 남부 뿔리아 주 바를레타로 거처를 옮긴 후 마실을 다녔다. 오래된 아름다운 도시 바를레타 곳곳은 물론 시내 외곽과 바닷가를 이리저리 다니며 새로운 도시에 적응하는 시도를 하고 있었다. 어쩌면 꽤 오래 머물게 될지도 모를 우리동네의 이모저모를 살피고 있었던 것이다.


글쓴이가 살고있는 비아 까부르(Via Cavour)에서 대략 5분에서 10분이면 도착하는 지근거리에 작은 항구(Porto Barletta)가 있고, 바캉스객들이 붐비는 바다는 내고향 부산을 단박에 떠올리게 했다. 또 마실을 다닐 당시는 따끈한 여름이어서 파도소리에 실려온 아드리아해의 시원한 바람이 너무 좋았다.


볕은 따가워도 창있는 커다란 모자를 눌러쓰니 8월의 더위는 저만치 멀어지는 것. 그리고 바닷가에서 참 기분좋은 풍경을 만나게 됐다. 유년기 혹은 아동기의 아스라한 추억을 되살려 주는 풍경이 바닷가에 펼쳐지고 있었던 것이다.

아이들이 방파제 위에서 바다로 뛰어들며 다이빙을 하거나 물놀이를 하는 장면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그리고 아이들은 지근거리에서 카메라를 든 나를 보자마자 더욱더 신나게 바다로 뛰어들었다. 저맘때 내 모습과 흡사했다. 아이들이 물놀이를 하는 곳은 해수욕장으로부터 꽤 많이 떨어진 곳으로 수심이 깊고 파도가 넘실대는 곳.


해변에서 유년기의 아이들이 부모와 함께 해수욕을 즐긴다면 아동기의 아이들은 얕은 수심의 해변이 썩 마음에 내키지 않을 것. 이같은 현상은 방파제 끄트머리로 나아가자 도드라졌다. 청년들 혹은 장년층은 방파제 끄트머리에서 일광욕을 하거나 다이빙 등으로 피서를 즐기고 있었다. 



이곳은 바를레타 항구의 모습(좌측)으로 오른쪽 수평선에 펼쳐진 곳이 이날 다녀온 방파제 현장이다.


아마도 이들은 지금쯤 당신들이 지냈던 지난 여름의 추억을 까마득히 잊고 살지도 모르겠다. 한 철 바닷가에 잠시 즐긴 시간이 오래토록 남으려면 그만한 이유가 있어야 할 게 아닌가. 나의 오래된 추억이 되살아난 건 부모들의 입장에서 매우 위험해 보이는 물놀이였다. 하지만 이들은 부모로부터 멀리 떨어져 있는 것. 나 또한 그랬다.


작은 체구의 어린시절 높은 절벽 위에 서면 오금이 저렸지만 동무들이 응원하면 무리하여 소(沼)로 뛰어들곤 했다. 참 위험천만한 일이었다. 그뿐만 아니라 먼나라 카리브해의 베네수엘라에 있을 때는 10m 이상의 높이에서 바다로 뛰어드는 다이빙을 하기도 했다. 다이빙 후 바다에 잠수하는 직후 수압차이로 귀에서 멍 하는 소리가 났다. 해저에서 수면을 올려다 보면 수면이 하늘처럼 보였다. 


지난 여름 바캉스 시즌이 끝날 무렵 해수욕장의 풍경이다. 방파제로 들어서는 오른편에 위치해 있다.


이런 모험적인 일들이 어린시절부터 이어져 왔음에도 불구하고 여태껏 온전한 몸으로 살아있다는 게 신기할 정도라면 누가 곧이 들을까. 사진과 영상에 담긴 아이들도 별로 다르지 않았다. 방파제의 까칠한 면이 잘 미끄러지지도 않지만 실수로 발끝이 걸려 넘어지기라도 한다면 중경상을 입기 마침맞은 것. 하지만 녀석들은 내가 그랬던 것처럼 털끝 하나 안 다치고 물놀이 삼매경에 빠져있었다.


방파제는 뭍으로부터 대략 1km로 바다로 향해있었는데 방파제를 끝까지 돌아 집으로 돌아는 가는 길에 누군가 등 뒤에서 불렀다. 돌아보니 두 녀석이 자전거를 타고 나를 쫓아왔다. 그리고 조금 전에 찍은 사진은 어떻게 볼 수 있느냐고 묻길래 "나의 페이스북에 올려두겠다"고 했더니 좋아라 입이 찢어지며 페북의 이름을 물어왔다.


글쎄 그게 어느덧 두 달도 더 지난 '지난 여름의 일' 아닌가. 다른 때 같았으면 최소한 이틀 후면 녀석들의 모습이 확인될 수 있었겠지만, 그동안(63일 동안) 나는 인터넷으로부터 저만치 멀어져 있었던 것이다. 인터넷 신청 후 대략 두 달만에 인터넷이 개통된 후 비로소 녀석들의 모습을 볼 수 있었던 것. 그리고 다시 한 번 더 나의 어릴적 추억이 새록새록 되살아 나는 것이다.


세상 참 좋아졌다. 예전같으면 단지 가슴속에나 남아있을 추억들이, 영상으로 사진으로 생생하게 다시 돌려(?)볼 수 있는 세상이 되었다. 따라서 누군가 지난 여름에 나쁜짓이라도 했다면 두고두고 영원히 사람들로부터 잊혀지지 않을 것. 또 좋은 일도 같은 이유로 영원히 세상에 남을 게 아닌가. 나의 어린시절을 또렸하게 되살려주었던 지난 여름의 풍경속으로 들어가 본다.




#1_지난 여름 바캉스 시즌의 해변 모습(2019년 8월 17일)


#2_며칠 전(10월 21일) 같은 장소는 사람들은 거의 자취를 감추고 온통 풀꽃세상으로 변했다. 나의 브런치에 풀꽃들의 대합창이란 제목으로 글을 올리기도 했다.


#3_지난 여름 바캉스 시즌이 끝날 무렵 해수욕장의 풍경이다. 바를레타 해수욕장은 수심이 얕고 수온이 높으며 물이 맑아 바캉스 시즌이면 시민들 대부분이 바닷에서 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도심은 텅빈다.


#4_해수욕장을 조금만 벗어나면 파도가 거칠고 수심이 깊어진다.


#5_방파제에 이용한 대리석들이 눈길을 끄는 가운데 이름모를 풀꽃이 이방인을 맞이하고 있다.


#6_밋밋한 풍경으로 보이는 방파제에서 사람들을 피해(?) 보라빛 아름다운 꽃을내놓은 풀꽃이 눈에 띈다. 이들도 지난 여름 한 철 행복했던 시간을 기억할까..



#7_방파제를 쌓은 대리석과 그 틈바구니에 피어난 풀꽃들.. 해변으로부터 멀어지자 바다는 점점 더 깊어지고 파도가 일렁이는 대해로 변한다.


#8-한 때 방파제에서 고기를 잡던 도구가 버려진 곳에 갈매기 한 마리가 잠시 쉬고 있다. 현제 이곳은 전면적으로 수리를 하고 있어서 얼마 지나지 않으면 원형을 볼 수 있게 된다.





#9_먼나라에서 만난 어린시절의 아스라한 풍경. 아이들은 이렇게 물놀이를 즐기고 있었다.


#10_아이들은 '잘한다' 혹은 '최고'라고 칭찬하면 능력 이상을 발휘한다. 어른이 된 우리도 그렇지 아마..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는 말이 그저 된게 아니란 건 어릴 때부터 학습된 게 아닐까..^^


#11_아이들의 물놀이 장면과 이날 촬영된 풍경들을 영상으로 엮어봤다. 아이들아 보고 있니..?



#12_방파제 끄트머리 쯤에서 한 피서객이 물놀이 도중에 휴대폰을 열어보고 있는 익숙한 모습이다. 현대인들은 물놀이 보다 휴대폰의 앱 세상이 더 좋은 것일까..


#13_방파제 끄트머리는 청년들과 어른들의 몫이다. 일광욕을 하는 사람들과 피서객들이 방파제 끄트머리로 몰려들었다.


#14-방파제 끄트머리에서 바라본 바를레타 시내 모습이 아름답다. 높은 건물은 없고 시내는 온통 대리석으로 장식되어 보석처럼 빛나는 도시이다. 겉으로 평범해 보이지만 오랜 역사를 가진 곳. 이곳 사람들은 당신들의 고향 바를레타가 이탈리아 최고의 도시라며 자부심이 대단하다.


SO COSA HAI FATTO_BARLETTA PUGLIA
il 17 Agosto La Spiaggia citta' di Barletta
Foto di yookeun Chang_Geograf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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