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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내가 꿈꾸는 그곳 Feb 25. 2022

누군들 외롭지 않을까 봐

-칠레의 수도 산티아고에 남겨둔 오래된 추억


녀석은 하늘나라에서 우리를 기억해 내고 있을까..?!



    우리가 숙소에서 잡을 나서면 깜둥이는 공원 앞에서 기다리고 있다가 부리나케 달려온다. 시계도 볼 줄 모르는 녀석이 우리가 등장하는 정확한 시간을 기억해 내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녀석과 얼굴이 마주치면 그 즉시 "깜둥아~"하고 불러준다. 얼마나 좋아하는지 모른다. 체구도 조그만 녀석의 점프력도 대단했다. 마냥 달려온 후에 가슴에 안기는 것이다. 

그런데 녀석의 위생문제가 걸리곤 했다. 길거리 개들의 위생 문제는 안 봐도 비됴이다. 그래서 그다음부터는 녀석의 머리를 쓰다듬는 것으로 애정표현을 끝냈다. 그러면 그 즉시 쫄랑쫄랑 앞서서 걷는 것이다. 녀석이 앞서 걷는 이유가 있었다. 쎄로 산 크리스토발(Cerro San Cristóbal)  공원에 살고 있는 길거리 개들이 적지 않아 우리 근처에 얼씬도 못하게 하는 것. 잘난 체 하는 것이다. 



비록 시한부이긴 하지만 우리와 동행하는 동안 녀석은 매우 행복해 보였다. 누군가 함께 동행한다는 건 기분 좋은 일이다. 동행자가 그 누구든 상관없다. 혼자는 외로운 법이다. 더군다나 주인으로부터 버림받은 녀석이므로 마음의 상처는 얼마나 크겠는가.. 

녀석은 밤새도록 우리를 만나는 꿈을 꾸고 있었을까.. 녀석을 만난 후부터 내게도 작은 습관이 생겼다. 녀석을 위한 사료를 따로 준비하지 없었지만, 찬으로 먹던 고기 등을 준비해 가는 것이다. 공원 꼭대기에 도착하면 녀석은 그때부터 칭얼거리는 습관까지 생겼다. 먼 나라의 낯선 여행자와 만남은 이렇게 지속되고 있었다. 



녀석은 사람을 잘 따르고 붙임성도 있었다. 그렇지만 숙소를 나서 먼발치서 녀석을 지켜보는 동안 아무에게나 함부로 곁을 내주지 않았다. 새로운 주인이 생겨 외롭지 않다고 봐야 할까.. 우리와 함께 아침나절 한 때를 동행한 녀석은 공원 입구에서 무료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가끔씩 여행자들이 빵조각을 던져 주는 모습이 목격되기고 했다. 그리고 다른 친구들처럼 낮잠을 자는 등 시간을 보내는 것이다.



포스트를 끼적거리는 동안 하니가 노트북 모니터를 들여다보더니 "어라.. 깜둥이네!"하고 단박에 알아본다. 우리들 마음속에서 지워지지 않은 길거리 개 한 마리.. 그녀는 이어서 "아직도 살아있을까..?" 하고 고개를 갸우뚱했다. 내가 대답했다.


"그때가 언제 적인데 살아있으려고.. 하늘나라에 가 있을 거야.."


녀석을 만나던 그날 아침 하늘은 유난히도 높아 보였다.


il Nostro viaggio in sudamerica con mia moglie_Santiago del CILE
il 25 Febbraio 2022, La Disfida di Barletta in Puglia

Foto e scritto di YOOKEUN CHANG_GEOGRAF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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