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 절반이 꿈꾸는 희한한 세상

-반쪽짜리 권력의 암울한 미래 II

by 내가 꿈꾸는 그곳


짝사랑이란 이런 것일까.. 너무 사치스러웠어..?!!



어느 봄날, 그때도 3월 10일이었다. 날씨는 소풍 가기에 마침맞은 날이었다. 우리는 죽기 전에 딱 한 번만이라도 살아보고 싶었던 미켈란젤로의 도시 퓌렌쩨 중심에서 가까운 퓌에솔레로 향하고 있었다. 우리의 소원을 풀고 퓌렌체서 살고 있었을 때였다.

하니와 나는 퓌렌쩨 중심으로부터 대략 8km 떨어진 곳에 위치한 퓌에솔레까지 걸어서 가기로 했다. 우리는 퓌렌체 대성당의 두오모(Cattedrale di Santa Maria del Fiore) 앞에 위치한 메디치 예배당(Cappelle Medicee)에서 엎어지면 코 닿는 곳에 살고 있었다.



그러니까 목적지까지 걸어서 가면 대략 3시간은 소요되는 거리였다. 왕복 6시간.. 퓌렌쩨를 가로질러 퓌에솔래로 가는 길은 관광객들이 쉽게 선택하는 루트가 아니었다. 버스를 이용하면 10분 남짓하는 가까운 곳이지만, 짧은 일정에 쫓긴 관광객들이 잘 찾지 않는 곳이다.

내가 이곳 사정을 잘 아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이탈리아 요리에 입문한 어느 날 퓌에솔레애 발도장을 찍게 된 것이다. 그 언덕 위에서 먼발치에 보이는 두오모의 꾸뽈라(Cupola, 돔 혹은 신들이 사는 곳)를 바라보면, 시간을 돌려 미켈란젤로가 살던 시대로 돌아간 듯한 아스라한 느낌이 드는 명소였다.



사람들이 코 앞에서 두오모 위에 올라 사내를 굽어보는 재미에 빠져있는 동안 나는 먼발치에서 퓌렌쩨를 굽어보고 있었던 것이다. 참 아름다운 르네상스의 고도.. 그녀와 평생의 소원을 이룬 이곳에서 어느 날 소풍을 떠난 것이다. 이탈리아에 살고 있는 분들이나 여행을 다녀오신 분들은 잘 아실 것이다. 이탈리아의 건축물들의 구조가 우리 혹은 다른 나라와 많은 차이가 있음을 알게 된다.


이곳의 유명 리스또란떼서 일할 때 묵었던 숙소도 그랬다. 외부와 단절된 높은 담을 가지고 있거나 건물 안쪽에 정원을 만들어 놓고 겉에서는 볼 수 없는 구조였다. 이탈리아서는 이런 구조의 건축물을 빨라쬬(Palazzo, 궁전)라 부른다. 우리가 아는 궁전과 적지 않은 차이가 있다.



대체로 도로변의 큰 건물이나 아파트는 모두 궁전이라 부르는데 그 의미를 살펴보면 집의 구조가 '어머니의 자궁'을 닮은 것이다. 사방이 막혀있는 구조로 아늑함이 느껴지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구조의 집을 처음 본 꼬레아노 1인은 고개를 갸우뚱하게 된다. 우리나라와 전혀 다른 문화가 이탈리아에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집을 지을 때 담장을 나지막하게 지었다. 주로 돌과 흙을 이용해 쌓은 담장은 듬성듬성 바람이 잘 통하는 구조이자 내부를 들여다볼 수 있는 쌍방향 소통이 가능한 구조이다. 그래서 명절이 되면 아무개를 불러 음식을 나눌 수도 있고 춘향이가 몽룡이를 훔쳐볼 수도 있는 구조인 것이다.



퓌렌쩨 시내 중심은 물론 중심에서 점점 외곽으로 멀어지는 퓌에솔레에 입구에 들어서면, 이번에는 성처럼 높게 만들어진 담벼락을 만나게 된다. 담벼락은 내부가 보이지 않거나 석축을 쌓은 곳도 있다. 아무튼 이곳 사람들은 외부와 단절한 구조의 집에서 살아가고 있었던 것이다. 외부와 단절하고 사는 사람들..


이틀 전, 내 조국 대한민국에서 치러진 제20대 대통령 선거 개표 방송을 보면서 문득 떠오른 게 이웃들의 모습이었다. 좁은 땅에서 올망졸망 잘 살아가고 있는 '이웃들의 민낯'을 처음 보게 된 것이다. 투표 결과는 이미 다 아실 것이고 어떤 사람들은 이른바 '멘붕'에 빠져들었을 것이다. 도대체 이게 뭥미..?! 하게 만드는 멘붕의 정체..

나 또한 아주 잠시 멘붕에 빠져들었지만 금세 정신을 차렸다. 멘붕의 원인을 알아차리면서 원인 처방에 들어가고 있는 것이다. 처방은 앞서 열거한 담벼락 문화와 무관하지 않다. 이웃과 소통을 가치로 여기던 선조님들의 문화가 많이도 훼손되었거나, 변질된 것을 대선 결과를 통해 알게 된 것이랄까..



그토록 믿었던 이웃의 민낯은 이미 생기를 잃고 부끄러움조차 없는 것이다. 인간의 존엄성을 지켜줄 최고의 가치인 '부끄러움'이 사라진 곳에 추악한 모습이 아무렇지도 않은 민낯으로 드러난 것이다. 이제 오해해도 그만이고 안 해도 그만이다. 더 이상 이웃의 눈치를 살필 것도 없어진 것 같은 희한한 세상이 나를 낳아준 조국의 모습이었다. 아직도 눈치채지 못하시는 분들을 위해 민낯에 그려진 화장품(?)의 모습을 공개하며 글을 맺는다.

아니 당분간은 관련 글을 꾸준히 기록으로 남기는 게 도리인 거 같다. 대선이 치러지고 1%의 표차로 이긴 녀석들이 환호성을 지르는 무리 속에는, 평소 이웃이라 부르던 사람들이 절반으로 양분된 채 아주 잠시 나를 멘붕에 빠뜨린 것이다. 그들은 대통령이 아무나 그 누구도 개나 소나 다 되어도 좋다는 것일까..



누군가 부정선거를 저지르지 않았다면, 그들이 선택한 녀석들 중에는 접대부 출신 마누라도 있다는 사실이다. 좋은 말로 접대부이지 '몸을 파는 여자'라는 말이며, 이미 관련 사실이 파다하게 널려있는 마당이었다. 그리고 접대부의 남자는 양아치 혹은 조폭과 다름없는 검사 나부랭이 출신이었다. 이게 무슨 말인가..


이웃의 절반은 몸둥아리를 팔아서라도.. 이웃을 속여서라도 반칙을 해가며 부와 명예를 쌓겠다는 것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그들의 희한한 멘토로 등장한 녀석들.. 이제 이웃으로 믿던 사람들의 속마음을 읽었으므로, 추호도 미련을 가져서는 안 되겠지.. 대통령을 뽑는 투표에서 이웃 절반이 꿈꾸는 희한한 세상을 목격하고 정신이 번득 드는 것이다.



그렇지만 내가 짝사랑한 이웃 외에 절반의 이웃이 여전히 비좁아 터진 내 조국에 살아가고 있다. 참 많이도 상심했을 것이다. 그분들께 작은 메시지를 보낸다. 짝사랑한 이웃들과 함께 다시 새날을 만들어 갈 생각은 없다. 최소한 몇 세대를 이어오면서도 변하지 않는 이웃을 향해 나지막 하고 허술한 담장을 쌓으면, 나의 속 혹은 집안의 속사정이 모두 노출될 것이다.

그때 당신이 접대부 출신이며 상습적으로 성상납을 받았던 더 썩을 데가 없는 검사 나부랭이가 아니라면, 누가 나를 이웃으로 여기겠는가.. 세계 10대 경제대국에 이른 대한민국의 민낯이 점점 더 뜨거워지기보다 무서워진다. 이제부터 나부터 담장을 드높이 쌓고 정체성이 확인된 사람만 궁전 내부로 들여보내야 할까..


반쪽짜리 권력이 만든 암울한 미래가 한 녀석의 꼬드김에 넘어간 이웃이라니.. 차마 믿기지 않는 현실이다. 그동안 내 생각이 너무 사치스러웠는지 모를 일이다. 진정한 나의 이웃분들은 먼 나라서 바라본 대한민국의 민낯을 어떻게 생각하실지 매우 궁금하다. 아무튼 그동안 반쪽짜리 이웃 사랑하시느라 고생 많으셨다.


Firenze è una città che voleva vivere solo una volta prima di morire
il 10 Marzo 2022, La Disfida di Barletta in Puglia

Foto e scritto di YOOKEUN CHANG_GEOGRAFI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