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내가 꿈꾸는 그곳 Nov 09. 2019

산티아고, 그곳에서 살고 싶었다

#9 아내와 함께한 여행 사진첩


안데스의 기운이 철철 넘쳐나는 도시..!



파타고니아를 품은 도시 산티아고에 머물면서


안데스가 낳은 아름다운 도시 칠레의 수도 산티아고에 동이 트면 세상은 온통 신비로움으로 가득하다. 산티아고는 지구별에 내로라하는 도시와 전혀 다른 풍모를 풍긴다.  아침이 되면 안데스 자락으로부터 드리워진 실크로 만든 커튼이 서서히 걷히며 도시의 속살을 드러내는 것. 산티아고의 아침은 더디게 더디게 밝아오는데 이유는 다름 아니다. 이 도시의 베일을 벗기는 일출이 안데스를 너머야 비로소 도시 전체가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하는 것이다.


아내와 나는 이 같은 사정을 간파한 이후로 동이 트기 전부터 숙소를 나와 길을 나선다. 산티아고에서 한국인촌을 형성하고 있는 빠뜨로나또(Patronato)에서부터 지근거리에 위치한 산뚜아리오 델 세로 산 크리스토발 공원 (Parco Santuario del Cerro San Cristóbal)으로 향하는 것.


산 크리스토발 언덕의 해발고도는 863미터에 이르지만,  산티아고 분지의 해발고도를 감안하면 300미터 정도 되는의 높이다. 

서울 강남에 있는 대모산(293미터) 높이 정도라고나 할까. 이 같은 높이와 정상으로 이어지는 완만한 경사길은 아침 산책길로 마침맞은 것. 우리는 파타고니아 투어를 결정한 후 맨 먼저 이곳에 도착하여 짐을 풀고 장차 이어질 파타고니아 투어를 차근차근히 준비했다. 




#1

산 크리스토발 공원으로 한 발짝씩 걸음을 옮기며 산티아고의 아침 풍경을 담았다.



가슴 아팟던 산티아고의 역사를 돌아보며


산티아고는 인구 600만 명이 채 안 되는 도시로 남미에서 가장 부유한 곳이자, 세계 최고의 청정지역인 파타고니아를 가진 나라 칠레의 수도이다. 이곳은 기원전부터 사람이 살기 시작했는데 세계 인구가 100만 명에서 100만 명 되는 오래전부터 사람이 살기 시작했다고 전한다. 당시 원시인들은 수렵과 채집을 하는 유목민들로 안데스 산맥의 눈이 녹는  동안 구아나코를 찾아 해안에서 내륙으로 이동했다는 기록이 있다. 


그 이후 산티아고는 1541년 2월 12일  스페인의 침탈자  페드로 데 발디비아 (Pedro de Valdivia)에 의해 산티아고 데 콤포 누에바 엑스트레마두라(Santiago de Nueva Extremadura) 도시로 건설되었는데 이유가 있었다. 북미 체로키 인디언들처럼 용맹한 이곳 원주민 마푸체 인디언들이 침탈자들을 괴롭히자 그들은 마포쵸 강(Il Fiume mapocho)을 방어선으로 삼아 도시를 건설한 것. 그 도시를 빤히 내려다볼 수 있는 곳이 이른 아침에 길을 나선 세로 산 크리스토발 공원인 것이다. 



#2

병풍처럼 드리워진 안데스 산맥 너머로 아침이 밝아오고 있다. 안데스의 실루엣이 황홀하다.


이곳에 머무는 동안 나는 마푸체 인디언(원주민)들과 침탈자들이 벌인 피비린내 나는 전투의 이야기를 듣게 됐다. 또 이 도시에 드리워진 암울했던 근현대의 역사를 모조리 듣게 된 것. 그 가운데 아옌데 대통령을 무력으로 축출시킨 피노체트를 상기하며 가슴이 아파오기도 했다. 우리나라의 근현대사를 쏙 빼닮은 나라와 도시가 산티아고라고나 할까.

오늘날 칠레의 모습을 갖추기 얼마 전, 1973년 9월 11일은 칠레가 미국의 지원과 사주를 받은 군 참모총장이었던 피노체트 장군이, 합법적으로 선출된 칠레의 아옌데 민주정권을 쿠데타로 무너뜨린 날이었다. 우리가 파타고니아로 떠날 당시 내가 좋아했던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을 가슴에 품고 여행길에 오른 것과 전혀 무관하지 않았다.(이런 언급을 '인간적으로'라고 생각하면 좋겠다) 정치인도 아닌 평범한 시민 한 사람이, 우리 역사를 더럽히거나 조롱한 사람들 때문에 적지 않은 상처를 받고 있었던 것이랄까. 




#3

고도를 조금씩 더 높이자 산티이고 전경이 서서히 한눈에 들어온다.



그런 내게 침탈자의 수도 산티아고는 많은 것을 시사해 주고 있었다. 침탈자들의 잔혹 무도한 살상에도 불구하고 최후의 1인까지 당신들의 땅을 지키기 위해 몸을 던진 이야기와, 민중들의 세상을 만들기 위해 노력한 시민들의 목숨을 건 노력을 잊지 못하는 것. 그 같은 일은 그저 된 게 아니라 안데스로부터 불어온 정직하고 강렬하며 예술혼에 불타는 기운이 당신들과 함께 했을 때 가능했지 않을까 싶은 것이다. 



#4

나지막한 곳에서 느낄 수 없었던 도시의 풍모가 안데스와 함께 뷰파인더 속으로 들어온다.



산티아고, 그곳에서 살고 싶었다


우리는 이곳에 머무는 동안 안데스의 세로 뽀쵸코에 올라 원주민들과 오늘날 산티아고 시민들의 가슴속에 용솟음치는 기운을 경험하게 됐다. 그 기운들은 다시 산 크리스토발 정상까지 이어져 높은 언덕 위를 한 바퀴 도는 동안 세계의 다른 도시들부터 느끼지 못한 아름다운 풍모를 보게 되는 것. 


파타고니아 투어를 끝마치고 무사히 다시 산티아고로 돌아왔을 때,  우리는 이곳에서 둥지를 틀고 여생을 보내고 싶어 부랴부랴 장기체류증을 체득하기도 했다. 세상으로부터 받은 적지 않은 상처를 아물게 한 파타고니아를 품은 나라에서 머리를 뉘고 싶었던 것이다. 하지만 운명의 여신은 우리를 그대로 내버려 두지 않고 다시금 지구 반대편 신화의 땅으로 보낸 것. 아내와 함께한 여행 사진첩을 펴면 그때 일이 너무도 생생해 아직도 그곳에 머무는 듯 착각을 하게 된다.




#5

산티아고 분지를 가득 메운 현대의 건축물들이 다채롭다.


#6

사진 오른쪽 빌딩 숲 하단에 위치한 작은 언덕은 세로 산타 루치아 공원(Parco Santa lucia)으로 마푸체 인디언의 흔적을 볼 수 있는 곳이며 침탈자들의 망루대가 위치한 곳이다.



#7

산티아고의 서쪽 모습이다. 산티아고는 이렇듯 시내 전체가 산에 둘러싸여 오염된 공기가 머무르게 되는 나쁜 구조를 안고 있다.



#8

산티아고 사내 중심에서 가까운 곳에 휴대폰을 닮은 건축물이 서 있다. 바로 곁으로 마포쵸 강이 황톳물을 쉼 없이 흘려보내는 곳이기도 하다.

 


#9

사진 중심으로 대각선으로 이어진 숲은 마포쵸 강 주변의 풍경이며 사진 중앙이 우리 교민들이 사는 밀집지역이다. 이분들은 주로 의류 도매를 하며 터전을 일구고 있다. 지인 한 분은 이곳의 거상이기도 하다.



#10

위에서 보지 못했던 풍경을 장소를 옮기니 한눈에 들어온다. 왼쪽 하단에 우리가 머물던 숙소가 위치해 있다.



#11

고도를 조금 더 높여 장소를 이동해 보니 우리가 머물던(살던) 집이 한눈에 쏙 들어온다. 사진 가운데 왼쪽 편.. 기억이 새롭다.



#12

세로 산 크리스토발 공원을 한 바퀴 도는 동안 산티아고 북쪽의 장면이 들어온다. 이곳은 높은 빌딩이 없으며 주로 서민들이 사는 곳이다. 굳이 따지자면 우리나라 강북에 속하는 곳이랄까..



#13

높은 빌딩이 건축되고 있는 이곳은 라스 꼰데스(Las Condes)라는 지역으로 우리나라의 테헤란로 같은 곳이다. 공원 정상 산책로에서 동쪽으로 눈을 돌리면 저 멀리 안데스 산맥이 장관으로 다가온다. 저 빌딩 너머모 우리가 산행에 나섰던 세로 뽀쵸코(Cerro Pochoco)가 위치한 곳.


Ritratti di città. Santiago, un puzzle ingovernabile

오른편 라 그란 또래 산티아고 빌딩 (la Gran Torre Santiago)의 이미지는 아르끼  떼뚜라 닷 컴에서 모셔온 것으로 위의 자료사진과 비교해 보시기 바란다. 


우리가 파타고니아로 떠날 무렵 혹은 다시 돌아올 때까지 이 빌딩은 완성되지 않았다. 산티아고 시민들은 병풍처럼 드리워진 안데스를 늘 머리에 이고 산다.



#14

공원 정상의 한 모퉁이 오솔길에서 포착한 산티아고 시내의 전경이다.  이곳에 칠레의 대통령궁이 있고 칠레의 근현사를 쓴 역사들이 살아 숨 쉬고 있는 곳이다.



#15

귀갓길에 포착한 산티아고의 북쪽 모습이며 앞에서 본 바와 같이 도시 전체가 산으로 둘러싸여 있다.



#16

*위와 같은 풍경들은 브런치가 구현한 작품들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때 산티아고에 둥지를 틀었다면 이 기록들은 어디서 빛을 봤을까..?!



-이탈리아 뿔리아 주 바를레타에서 쓰다.


LA NOSTRA VIAGGIO SUDAMERICA
La Mattina del Santiago del CILE
Foto di yookeun Chang_Geografia


매거진의 이전글 공룡의 밥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