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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인연의 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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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내가 꿈꾸는 그곳 May 28. 2022

인연(因緣)의 끈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우리의 산_설악산


사랑하지 않으면 미움도 없는 것일까..?!!


   서기 2022년 5월 27일 저녁나절(현지시각), 우리가 살고 있는 이탈리아 남부 뿔리아 주 바를레타서 하니와 함께 다녀온 설악산 산행 사진첩을 열어보고 있다. 사진첩 속에는 늘 가슴속에 요동치던 풍경이 오롯이 박제되어 있다. 천혜의 비경을 간직한 이곳은 설악산 천불동 계곡에 위치한 양폭포(음폭)의 아름다운 모습이다. 우리에게 주어진 귀한 의식처럼 해마다 가을이면 열어보는 풍경이며, 양폭을 카메라에 담았던 산행 여정은 까마득하다. 

어느 가을날 이른 새벽(한밤중)에 하니와 함께 서울 강남에서 속초로 이동하고 설악동으로 이동했다. 그리고 (첨부의 지도처럼) 설악동 소공원-비선대(3km)-금강굴(1.5km)-마등령 삼거리(2km)-공룡능선(5.1km)-무너미고개(희운각 대피소)-천불동 계곡(2km)-비선대(3km)-설악동 소공원(3km)으로 돌아오는 여정이다. 


지도에 표시된 대략의 거리를 합해보면 전체 여정은 20km 정도이며, 보통 사람들의 보폭으로 걸으면 14시간 정도가 소요된다. 일반에 알려진 것처럼 평지에서 1 시건 동안 걷는 거리는 대략 3km에 해당하고 산행에서는 대략 1km를 걷게 된다고 한다.



포스트에 등장한 양폭포는 천불동 계곡 끄트머리에 위치해 있으며 양폭 대피소에 못 미친 곳에 있다. 아마도 이 같은 여정으로 공룡능선을 다녀오신 분들은 많지 않을 것이다. 한 번이라도 다녀오신 분들이라면 두 번 다시 가고 싶지 않은 산행 여정이 지금 소개해 드리고 있는 공룡능선으로 이어지는 여정인데.. 청춘이라면 몰라도 안 청춘이라면 절대로 권장해 드리고 싶지 않은 곳이다. 



안 청춘인 우리는 공룡능선 코스를 바꾸어 가며 7차례 다녀왔다. 그때마다 "두 번 다시 안 갈 거야!!"라고 다짐했지만, 그 다짐은 머지않아 잊어버리고 만다. 누구라도 이곳을 다녀오신 분들이라면 같거나 비슷한 생각을 하게 될 것이다. 다리는 천근만근.. 죽을힘을 다해 여정을 소화하는 동안 오감을 통해 가슴에 남은 금수강산의 아름다운 풍경 때문일 것이다. 우리는 남들이 14시간 소요된다는 적시한 여정을 19시간 만에 완등 했다. 


한마디로 초주검이 된 것이다. 만약 공룡능선 중간 아디쯤에 비박을 할 수 있는 장소나 장비가 있었다면.. 그곳에 퍼질러 앉거나 잠을 청했을지도 모를 일이다. 그렇다고 희운각이나 양폭대피소에 몸을 맡길 정도까지는 아니었다. 무릎 관절은 삐거덕 시큰거리고 새까만 밤중에 헤드렌턴에 의지하여 산길과 계곡을 터벅터벅.. 가끔씩 하니의 위치를 확인하게 되는데 희끄무레한 불빛이 전부였다. 



말 그대로 칠흑같이 어두운 밤에 두 사람이.. 단 두 사람이 계곡으로 하산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이때 만난 풍경이 포스트에 등장했으며, 해마다 가을이 오시면 열어보곤 한다. 아무튼 이른 새벽 설악동 소공원에 주차를 해 두고 다시 본래 자리로 돌아오니 하늘에 별이 총총했다. 


이때 카메라에 담아온 잊지 못할 풍경들.. 이번에는 이탈리아서 5월 말에 당시의 풍경을 열어보게 됐다. 그리고 <매거진>을 하나 더 만들었다. 그 첫 시간이다. 늘 보고 싶었던 풍경을 가슴에서 끄집어내고 노트북을 열 때마다 만나보고 싶은 것이다. 이유가 있었다. 나를 낳아준 내 조국 대한민국이 안녕했다면 시간을 좀 더 기다려 사진첩을 열어봤을 것이다. 그런데 그러하지 못한 수상한 시절이 도래한 것이랄까.. 



세상에서 바꿀 수 없는 두 가지 운명.. 어머니와 조국이 그러하다. 그 질기디 질긴 인연의 끝이 나를 잡아당기며 놓아주지 않는 것이다. 만에 하나 당신의 어머니께서 몸져누우시면 어떻게 해야 할까.. 그 즉시 달려가 문안을 드리고 관련 조치를 해야 마땅할 것이다. 조국도 다르지 않다. 먼 나라에 살면서 조국은 '기댈 언덕'이나 다름없다. 지금이 그런 시절이라 판단하고 있는 것이다. 부모님이나 형제자매들이 이웃이 고통을 호소하고 있는데 희희낙락하면 재미가 있을까.. 


모른 채 뒷짐을 지는 사람들도 있다. 그러나 곰곰이 생각해 보면 그게 얼마나 철없는 짓이라는 걸 나중에 알게 된다. 될 것이다. 지금 우리 행성을 어지럽히고 있는 우크라이나 전쟁 소식이 시사하는 바 크다. 유럽에서 가장 가난했던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의 침공 이전에 경쟁이 끊이지 않았다. 그리고 빈틈을 노린 러시아에게 일격을 당하고 만 것이다. 대략 3개월 동안 진행되고 있는 전황을 참조하면, 러시아의 패전이 확실시된다. 



그러나 그동안 우크라이나는 만신창이로 변했다. 그렇다고 러시아는 무사할까.. 유럽은 물론 세계인들은 러시아의 만행에 대해 형벌을 가하고 있어서 장차 러시아의 장래조차 불투명하게 됐다. 그 와중에 대한민국에 닥친 볼썽사나운 풍경들.. 국격이 한순간에 끝이 보이지 않는 나락에 빠져들고 있다. 조국을 사랑하는 사람들.. 금수강산의 아름다움은 물론 이웃까지 사랑하는 사람들이 우리가 다녀온 여정을 소화했다면 사정은 달라졌을까.. 

사랑은 책상머리서 머리로만 입으로만 말하는 게 아니란 것을 모르는 사람들이 없을 것이다. 그 사람의 눈빛만 봐도 사랑의 흔적을 느낄 수 있는 게 사랑하는 사람의 모습이다. 신께서 얼마나 사랑하셨으면 좁은 땅 깊숙한 곳에 신의 그림자인 아름다움을 감추어 두었을까.. 먼 나라서 조국의 아픔에 동참하며 인연의 끝을 다시 한번 더 생각해 본다.



영상, 설악산, 양폭포(음폭)_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우리의 산 설악산



Le nostre montagne più belle del mondo_Monte Seorak COREA
il 27 Maggio 2022, La Disfida di Barletta in Puglia

Foto e scritto di YOOKEUN CHANG_GEOGRAF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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