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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내가 꿈꾸는 그곳 Jun 01. 2022

피렌체, 중세복장의 미녀들과 함께

-죽기 전에 딱 한 번만 살아보고 싶었던 도시에서


중세(Medioevo) 혹은 르네상스 시대(Rinascimento)로 떠나는 시간 여행..!!


   서기 2022년 5월 31일 저녁나절(현지시각), 우리가 살고 있는 이탈리아 남부 뿔리아 주 바를레타서 사진첩을 열었다. 한 때 오후 4시가 되면 어둑어둑해지던 도시는 저녁 8시가 다 되어도 벌건 대낮이다. 곧 하지가 다가오면서 낮의 길이가 최고로 길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때 열어본 사진첩 속에는 우리가 죽기 전에 딱 한 번만 살아보고 싶었던 퓌렌쩨의 풍경이 고스란히 묻어났다. 그냥 미켈란젤로의 도시 퓌렌쩨만 등장한 게 아니라 그곳에는 중세 혹은 르네상스 시대의 의상을 차려입은 사람들이 등장하고 있었다.


스꼽삐오 델 까르로(Scoppio del carro)가 불을 뿜기 시작했다.


이날은 부활절 행사가 두오모 앞에서 거행된 후 행사 참가자들이 한 곳에 모여 집으로 돌아가기 직전의 모습이었다. 행사가 진행되는 동안 시내는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로 사람들이 붐볐다. 부활절 행사는 매우 특별했다. 이날 행사에 동원된 전통의 불꽃놀이 기구(화염 방사탑)인 스꼽삐오 델 까르로(Scoppio del carro)가 불을 뿜자 이곳을 찾은 사람들은 열광했다. 그리고 중세 혹은 르네상스 시대의 복장을 한 풰렌쩨 공국의 군인들과 귀족차림의 여성들이 시내 중심으로 행진을 했다.



이때 만난 중세 복장 차림의 아름다운 여인들.. 우리가 사랑한 미켈란젤로의 도시 퓌렌쩨는 연중 두 번 전통복장 차림을 만날 수 있다. 해마다 1월 6일이 되면 성대한 주현절(主顯節, La Befana) 축제가 열린다. 그때 중세 복장을 한 귀족들의 귀중한 모습과 자료를 만날 수 있다. 복식을 연구하시는 분들에게 잊을 수 없는 행사가 될 줄 믿는다. 먼저 주현절에 만난 중세 복장 차림의 여인과 귀족들을 만나본다. 아울러 각 자료사진 중간에 [고딕(Gothic) 복식]에 관한 자료(PDF)를 삽입했다. 참고하시면 재미가 배가 될 것이다.




주현절(主顯節, La Befana) 축제 현장에서 만난 중세의 아름다운 복장을 갖춘 미인




고딕(Gothic) 복식


사회문화적 배경(역사적 배경)

고딕 : 게르만 민족의 한 부족인 고트족에서 나온 명칭. 고트족과는 직접 관계가 없고, 르네상스의 이탈리아인이 ‘야만적’이란 뜻으로 막연히 중세미술을 가리키는데 썼던 말. 중세 서유럽에서 유행한 양식으로 프랑스, 영국을 중심으로 발전이 이루어짐. 12세기경에 시작되어 13세기에 본격적으로 사용되기 시작. 15세기에 르네상스 양식으로 넘어가기까지 약 3세기 동안 중세 건축 양식의 중심이 됨.


대표적인 특징 : 높은 건물과 뾰족한 첨탑(천상으로 향하는 신앙심 강조), 대체적으로 수직적이고 직선적인 느낌 대표적인 건물은 파리의 노트르담 성당, 빈의 슈테판 성당, 쾰른 대성당, 밀라노 대성당 등 조각, 회화, 공예 등 여러 미술 분야에 파급되어 고딕 미술 양식을 만들어냄. 고대의 정신을 계승한 르네상스 시대로의 과도기에서 종교에 근거한 금욕성과 인본주의에 근거한 세속성이 공존하는 시대로 표현. 13세기에서 15세기에 이르는 중세 고딕 시기에 십자군 전쟁으로 동양과 접촉이 빈번해지면서 장식적인 물품들이 수입됨.



직물 산업의 신기술 발달 : 동방과의 무역에서 아름답고 화려한 직물이 수입과 직물 산업의 발달 : 수공업이 기술의 진보, 무역의 번영으로 가내공업 생산 체제로 발달 : 염료, 장식품의 출현과 길드(Guild) 조직이 고딕 복식의 종류와 모양, 색 등을 더욱 복잡하고 화려하게 하는 요인이 됨.


기독교 이데올로기에 의한 수직성과 빛의 미학을 강조한 예술 방식 : 고딕 양식의 아치(arch)는 로마네스크와는 달리, 반원형이 아닌 끝이 뾰족(pointed) 높이를 강조한 아치형으로 발전(천상으로 향하는 신앙심) : 십자군 원정 후 이슬람 건축의 끝이 뾰족한 아치에서 영향을 받음 : 벽을 창으로 하여 밝고 경쾌한 구조→빛의 미학(스테인드글라스)

부르주아 계층의 등장으로 인한 새로운 사회구조와 패션의 변화 : 도시의 부흥, 화폐경제로 富의 증가는 생활의 풍족한 계급사회 발생 : 프랑스와 영국 간의 백년전쟁(1337~1454), 흑사병으로 사회적 혼란. : 십자군 전쟁의 실패에 따른 종교적 신앙심의 냉각과 교황권의 쇠퇴 : 왕권의 강화, 봉건제도의 붕괴를 초래 및 시민계급을 급성장 : 상업자본주의의 등장→중간 상인계층이 부를 바탕으로 한 부르주아 발생 : 신분상승 욕구→귀족 추종→그들의 의복 경쟁에 따른 패션 시스템 형성



의복의 종류와 특징


특징 : 고딕은 중세 후기의 기독교 이데올로기 장식성을 극도로 강조 : 입체적인 재단법 발달→남녀의 성차를 나타내는 실루엣의 출현 (프린세스 라인 등장, 입체적인 복식 등장) (남자의 능동성과 여성의 수동성을 극대화), 상업자본주의 등장에 따른 의미 있는 패션의 빠른 변화(패션의 탄생), 고딕 복식의 특징: 종교적 이념을 강조한 수직적 조형(날씬하고 길쭉하게) 색의 조합에 대한 관심과 노력(스테인드글라스의 영향) 고급 소재와 문장을 통한 신분의 상징: 고대의 정신을 계승한 르네상스 시대로의 과도기에서 종교에 근거한 금욕성과 인본주의에 근거한 세속성이 공존하는 시대로 표현.



고딕 복식의 인체미: 비잔틴, 로마네스크 복식은 자연스러운 인체형을 수용 고딕은 전체적으로 날씬함과 수직적 라인 추구 면도되어 둥글게 돌출된 넓은 이마, 작고 단단한 가슴과 앞으로 둥글게 돌출된 배(다산의 상징)

실루엣: 입체재단법의 발달에 의한 남녀 성차를 나타냄 종교적 이념 반영→남녀 모두 날씬하고(slender), 길쭉하게 늘려진(elongated) 형태(수직성, 예각성 강조)

여성복: 옷자락이 끌리는 길고 화려한 원피스 섬세한 머리 장식

남성복: 소매는 넓고 길고 길이 짧은 푸르푸앵(pourpoint, Farsetto), 꼭 맞는 호즈, 뾰쪽한 신발



색상: 고딕 시대에 다양한 색의 등장(밝고 화려한 고딕 건축양식에 의해) 귀족 (주홍, 녹색, 어두운 자주색, 등황색 등) 기사 (가문을 상징하는 색을 착용) 노동자 (청색) 성직자 (흰색) 점원 (녹색) 메신저 (다양한 색의 줄무늬)

소재: 동양의 영향으로 유럽의 직물 공업의 발전(가장 많이 사용된 직물은 벨벳 , 실크) 모피(우아함의 극치)→실용성 외 신분 상징과 장식용

문장: 중세 가문을 상징하는 문장 유행 사자(관용), 탑(도시 쟁취), 돌고래(해전 참가) 문장의 색(W(은), Y(금), R, B, B, G, P)

문양: 식물 문양, 동물문양, 기하학 문양 사용

기독교 이데올로기와 르네상스의 인본주의 공존 

금욕 표시(금욕적)와 정숙성 위해 신체 은폐(복식 안에 인체의 관능미 강조, 세속적) 하늘에 가까이 다가가고자 하는 첨탑 양식의 수직적 경향(숭고미) 경제적 발달로 인한 부의 축적으로 패션의 변화가 가속화 신분 상징의 욕구를 반영한 장식과 스타일의 과장 외관상 계층 구분 어려워지자 사치금지령



장식적, 과장된 스타일과 패션의 급격한 변화 : 사치금지령 중세 경제 발전→부 축적→패션의 변화 가속화 패션을 통한 신분 상징 욕구→화려해지고 사치스러워짐→장식적, 과장된 스타일 톱니 모양 대깅 장식 방울 패션, 과장된 길이 에넹과 풀렌느, 바닥에 끌리는 트레인

속옷:

언더셔츠(undershirts) 중세 속옷 남성 셔츠: 오늘날 겉옷

슈미즈(Chemise)  얇은 마, 실크 등으로 제작: 목둘레, 소매 둘레에 자수나 레이스로 장식한 속옷

코르셋(Corset) 초기 남녀 모두 허리를 좁고 가늘게 보이기 위해 사용 코트와는 반대로 앞에서 끈이 매어짐

정조대(Chastity Belt) 일명 비너스의 띠로 금속성의 T자 모양으로 신분이 따라 금이나 보석을 박은 사치스러운 정조대를 제작.



코트(coat): 13C 블리오 대체 - 남녀 공용, 긴 튜닉형 원피스 드레스형(주 실내) + 쉬르코(외출 시 착용) - 길이 : 발등 덮는 길이, 외출 시 짧아짐 (상류층: 긴 코트, 하류층: 짧은 코트) - 의복구성 : 상체가 비교적 여유 있게 맞고 스커트 넓어지며 자연스러운 드레이프 → 입체적인 의복구성이 발달 예 - 소매 : 끝이 좁아지는 형태이거나 소매통이 전체적으로 좁은 형 돌먼, 기모노 슬리브 유행.


코트아르디(cotehardie): 코트의 변형으로 남녀 공용 - 상체는 꼭 맞아 신체의 곡선이 잘 나타나고, 스커트 부분은 긴 원피스형 - 코트아르디는 다양한 소매형태, 윗부분은 slit(팔 뺄 수 있음) - 좁은 폭의 긴 끈인 티핏(tippet)을 부착, 후기로 갈수록 점점 더 좁아짐.


쉬르코 (surcot): 남녀공용의 넉넉한 겉튜닉의 일종. - 둥글고 넓은 네크라인, 진동둘레가 특징. 소매가 없거나, 튜닉, 코트보다 짧고 넓은 소매가 있었음 - 화려한 색의 실크나 모직을 사용하여 만듦.



시클라스 (cyclas): 십자군 갑옷 위 착용. 양옆 트임 or 꿰맨 것

쉬르코 투베르 (Surcotouvert): 상류층 부녀자 애용, 장식적 의복, 목둘레/진동 모피장식

타바드 (Tabard): 하류층 헐렁 짧은 소매/무소매 (후)→군복, 시종복으로 문장장식 특징. 기사 고유문장(명함 기능)

가르드 코르 (garde-corps): 쉬르코 변형. 통 모양 긴 소매 진동선 트임 팔 밖으로 행잉슬리브 처럼. 소매 여유분 - 어깨 주름처리로 어깨주름, 후드 → 오늘날 학위 수여식 가운 흡사

우플랑드(houppelande): 장식적인 외 의로 주로 벨벳, 새틴, 다마스크, 브로케이드, 울 소재 사용함 - 스탠딩 칼라, 땅에 끌리는 긴 소매, 백파이프(bagpipe)형의 주름이 있는 풍성한 가운 - 남성복에 있어 코트아르디는 덜 등장하고, 이러한 우플랑드, 혹은 변형된 짧은 우플랑드와 푸르푸앵이 많이 등장 - 우플랑드와 푸르푸앵의 차이는 허리부분에 봉제선의 유무로 나타나는데, 푸르푸앵의 경우 허리선에서 상체의 위부분과 스커트 부분으로 나누어짐



푸르푸엥(pourpoint): 십자군 병사가 호신용으로 입었던 누빈 속옷이 변형된 상의로 재킷(jacket)으로 불리기도 하며 현대의 재킷과 유사한 개념으로 나타남 - 형태 : 동체에 꼭 맞게 재단되어 동양에서 들어온 단추 영향으로 앞 중앙에 여밈 단추가 촘촘히 달려 있거나 레이싱(lacing)처리됨 - 목둘레 : 둥근 것, 스탠딩 칼라 - 스커트 부분 : 호즈에 연결되도록 끈 장식이 있음 - 소재 - 실크, 모직, 다마스크 등이 이용됨.


호즈(hose 혹은 불어로 쇼스(chausses): 남녀 착용 양말/바지 일종 - 남자 푸르푸앵 길이 짧아지며(14C) 더 중요 - 초기 : 튜브 모양을 양쪽 다리에 각각 끼우고 허리까지 잡아당겨 고정시켜 착용 후기 : 양쪽의 중심을 꿰매고 코드피스(codpiece)를 붙여 팬티 호즈 모양이 되게 하여 착용 - 15C 호즈 : 신축성을 위해 바이어스로 재단, 울로 된 것이 많았음.


코드피스(codpiece): 처음에는 양쪽으로 분리된 호즈의 양다리 사이를 채우는 목적에 서 비롯된 성기보호용 조각으로 1450년 이후 푸르푸앵이 점점 짧아짐에 따라 노출되어 강조의 역할을 하게 되었다.



장식의 종류와 특징


헤어스타일과 머리 장식:

남성의 헤어스타일과 머리장식

주로 단발, 어깨까지 늘어지는 헤어스타일과 짧은 주발형(bowl crop) - 모자 : 전기에 후드와 코이프 등을 특히 많이 착용, 위에 길게 늘어뜨린 대롱 모양의 리리파이프(liripipe) 유행, 그 길이가 경쟁적으로 길어지기도 함 : 후기에는 이들이 더욱 발전, 터번 형태 혹은 운두가 높은 모자형이 사용됨 전기에 비해 보다 강한 장식성을 보임 : 터번형 - 리리파이프가 달린 후드의 변형인 샤프롱(chaperon) - 패드 댄 둥근 롤(roll).


여성의 헤어스타일과 머리장식

미혼 : 머리를 자연스럽게 늘어뜨림  

기혼: 머리를 둘로 나누어 철사를 넣어, 양뿔처럼 양쪽 귀 위로 둥글게 말아 올리거나, 하트 모양의 과장된 형태를 보임

에냉: 긴 원뿔, 원통형 모양 - 하트, 나비모양 등의 고딕 시대 독창적인 두식이 유행 - 14세기 말 이후에는 여성의 넓은 이마가 선호되면서 앞머리를 면도하는 것이 유행 이를 강조하기 위해 프론트렛(frontlet)이란 루프장식 사용



신발: 

기독교의 숭고한 종교적 이념 표현 : 높고 뾰족해진 고딕 건축양식이 신발에도 반영, 앞 부리가 뾰족하고 긴 신발이 유행

풀렌느(poulaine) 혹은 크렉코우(crackowes) : 부드러운 가죽, 펠트, 벨벳, 브로케이드, 두꺼운 실크 등을 사용, 보석이나 진주, 금, 은사로 장식

패튼(patten) : 굽이 있는 나무 혹은 가죽으로 된 일종의 플랫 (platform) 악천후에 대비해 끈으로 풀렌느를 고정시킨 언더 슈즈

장신구 - 벨트 : 중요하게 생각하고 꼭 갖추었음(마술적인 영향-행운, 승리 등) - 남녀 모두, 보석 박힌 금 목걸이 유행(15C) - 여자-부채, 파라솔, 손거울 - 장갑 : 군인(철제), 왕. 귀족(보석 장식), 상류층 부인(리넨) - 손수건 : 귀족 제한 (법제 有) - 신분 상징의 사치→ 모조품 등장/애용





피렌체, 중세복장의 미녀들과 함께


여행 떠나기 좋은 시절.. 여러분들이 이탈리아 여행을 준비하신다면 앞서 언급한 두 절기를 찾아 떠나면 보다 퓌렌쩨적인 풍경을 만나게 될 것이다. 참고로 이탈리아로 여행을 떠나시는 분들이 주로 찾는 곳은 이탈리아 북부 베네치아와 로미오와 줄리엣의 고향 베로나 그리고 밀라노와 친퀘 떼르레, 퓌렌쩨 로마 나폴리 시에나 피사의 사탑 등 우리에게 낯익은 도시를 주로 찾아 떠나게 될 것이다.



그런데 우리에게 덜 알려진 명소들이 수두룩한 곳이 이탈리아며, 세계 문화유산 보유국 1위를 차지하고 있는 만큼 어디를 가도 차고 넘치는 이야기들이 빼곡하고 심심할 여지가 없다.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뿔리아 주 바를레타 만 해도 퓌렌쩨서 이곳으로 이사를 오기 전까지 아는 정보는 전무했다. 이탈리아 장화 뒤꿈치 아래 작은 어촌 정도로 생각했으니 말이다. 그런데 막상 이곳에 정착한 이후로 지금까지 4년째 살면서 느낀 점은, 우리가 아는 명소는 어쩌면 허상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가끔씩 해 보는 것이다.



그저 남들이 가니까 쫓아가 본 여행지.. 그곳에서 기념촬영이나 하고 돌아오는 게 전부이며, 커뮤니티에는 관광객들이 현지를 배경으로 찍은 사진과 천편일률적인 정도들이 가득히 나열되어 있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가 죽기 전에 딱 한 번만 살아보고 싶었던 미켈란젤로의 도시 퓌렌쩨는 여느 도시와 달랐으며 결국 소원을 이루게 됐다. 그때 기억에 남는 장면이 지금 등장하는 중세 혹은 르네상스 시대의 복식인 것이다.



복식을 연구하는 어느 분의 자료를 찬찬히 정리해 오면서 느낀 점은, 바쁘게 사는 현대인이 놓친 과거의 귀중한 시간들이 이 도시에 빼곡하다는 것이다. 특히 주현절(主顯節, La Befana) 축제 때 만난 행사 참가자들은 당시의 복식을 그대로 재현하고 있었으므로, 영하의 추위에 입술이 새파랗게 얼었으며 얼굴이 창백해질 정도였다.


어쩌면 행사 참가자들이 내의를 입을 법하기도 했지만, 내가 아는 이탈리아인들은 꼼수를 부리지 않았다. 그래서 인터뷰를 통해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나요?"라고 물었더니.. "너무 추워요!!"라고 웃으며 말했다. 우리로 치면 따끈따끈한 아랫목이 너무 그립다는 것. 정직하고 착한 사람들.. 부활절 행사에 동원된 전통의 불꽃놀이 기구인 화염 방사탑인 스꼽삐오 델 까르로(Scoppio del carro)가 불을 뿜고 행사가 마무리 돠자 사람들은 도시 곳곳으로 흩어졌다.



그런 가운데 나는 중세 혹은 르네상스 시대의 복장을 한 아름다운 여인들과 함께 시뇨리아 광장 근처까지 함께 이동했다. 그때 만난 아름다운 여인들.. 시간을 500년은 더 뒤로 돌린 듯한 풍경 속으로 시간여행을 떠나고 있었던 것이다.


맨날 사진만 찍다가 '찍힘을 당할 때'는 어색한 법이다.



"쉿!!.. 김치라고 말하지 말고 치즈.. 아니 포르맛지오(Formaggio)..!!"


모처럼 내가 꿈꾸는 그곳 독자님들과 이웃분들에게 당시 나의 모습을 공개한다. 나의 모습이 등장할 때마다 생각나는 분이 있다. 작고 하신 최인호 선생께서는 어느 날 티브이에 출연하여 이렇게 말했다.



"작가와 중국집 주방장은 대중들에게 얼굴을 안 보이는 게 나아요. (왜 그럴까..?) 꿈과 환상이 깨어지거든요."



당신이 쓴 작품 속에 빠져든 독자들이 어느 날 작품과 다른 몰골을 하고 있다면 환상을 접어야 할 것이다. 같거나 비슷한 이유로 짜장면 맛에 홀딱 반한 단골 손남이 어느 날 꾀죄죄한 앞치마에 땟국물이 줄줄 흐르는 복장으로 단골손님을 만났다면.. 그날부터 단골손님 1인은 두 번 다시 나타나지 않겠지..ㅋ 더군다나 요즘 대한민국발 늬우스와 가십 때문에 두 얼굴을 하고 등장하고 있으니 "인간이 저럴 수도 있구나"싶은 생각을 하시는 분들도 있을 것이다. 하하



아름다운 복식으로 차려입은 미녀들과 함께 찍힌 사진은 이탈리아 요리에 입문한 직전 후의 모습이다. 사진첩을 열어 다시 당시의 용안(?)을 살피니 약간은 핼쑥해 보인다. 이탈리아에 둥지를 틀기 위해 엄청난 노력을 기울일 때였으며, 동시에 엄청나게 싸돌아 다닐 때 모습이 기록으로 남았다.



이 포스트의 초점은 내가 아니라 행사 참가자들이며 미인들과 복식이다. 시간여행을 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이 두 분.. 표정이 굳어있다. 나는 이들의 안면 근육을 아름답게 만드는 마법을 가지고 있다.



"흠.. 치즈.. 아니 포르맛지오(Formaggio)..!! 씩~^^"



자세히 보면 닮은 듯 서로 다른 풍경이 배경에 깔려있다. 퓌렌쩨 중심에 위치한 두오모(Cattedrale di Santa Maria del Fiore)로부터 어느덧 공화국 광장(Piazza della Repubblica)으로 이동하고 있는 모습이 카메라에 담겼다.



사람들을 열광하게 만든 스꼽삐오 델 까르로(Scoppio del carro)가 공화국 광장을 빠져나가는 모습이 카메라에 담겼다. 이날 나는 여러 마리의 토끼를 잡았다. 부활절 행사의 표정과 전통 불꽃놀이 그리고 행사 참가자들과 함께 기념촬영을 하는 등 중세 복식 속으로 꼭꼭 숨어들어 시간여행을 즐긴 것이다.


Un vagone medievale che illumina Firenze_La citta' di Michelangelo
il 31 Maggio 2022, La Disfida di Barletta in Puglia

Foto e scritto di YOOKEUN CHANG_GEOGRAF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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