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화(調和)와 조화(造化)

-아름다웠던 청춘들에게 애도의 마음을 담다

by 내가 꿈꾸는 그곳


가슴속에서 떠나지 않는 어떤 그림자..?!!



서기 2022년 11월 16일 오후, 도서관으로 향하는 길은 휑하다 못해 발가벗은 나신들이 나를 내려다보고 있다. 나는 나목이 남긴 신의 그림자인 아름다움이 비켜간 자리를 털래털래.. 그렇게 도착한 도서관에서 자료 몇을 정리하고 대략 보름 전부터 시작된 알 수 없는 외상(外傷, PTSD)을 찾아 나섰다.



외상을 다루는 정신건강의학에서 트라우마는 ‘상처’라는 의미의 그리스어 ‘트라우마트(traumat)’에서 유래된 말로 의학용어로는 ‘외상(外傷)’을 뜻한다. 심리학에서는 영구적인 정신 장애를 남기는 ‘정신적 외상’이나 ‘충격’을 말하며 우리가 일상 중에 표현하는 트라우마는 주로 심리학 용어에 가깝다. 과거에 경험했던 사고, 위기, 공포로 인해 이와 유사한 일이 벌어질 것 같은 상황에서 당시의 감정이 되살아나면서 심리적 불안, 감정적 동요를 겪는 것을 말한다.



이런 현상들은 가족이나 친지 혹은 이웃들처럼 가깝게 지내던 사람들이 아니라도 인터넷 시대에서는 미디어에서 재차 삼차 중복적으로 다룰 수밖에 없는 형편이므로 미디어로부터 잠시 멀어진다고 사라지는 게 아니다. 단 한 차례.. 오감으로 느끼는 순간부터 마음의 충격을 받거나 분노하거나 슬퍼하거나 불안한 마음이 드는 등 우울한 증상이 마음에 남아 있는 것이다.



시월의 마지막 날이 가까울 동안 집에서 가까운 이웃은 물론 나지막한 오솔길을 따라 만추의 아름다움을 느끼며 자투리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이렇게 좋은 날.. 이탈리아서 귀국한 지 대략 100일이 가까운 시간 내게 행복을 듬뿍 안겨주거니 먼 나라에서 느끼지 못했던 조국의 사랑을 가을 끝자락으로 위로받고 있었다고나 할까..



대자연의 아름다움과 우리네 삶의 조화로움이 동네와 산중의 오솔길에 빼곡하게 널브러져 있었다. 그 아름다움을 뷰파인더로 찾아내고 즐기는 시간들.. 그때는 가슴속에 환한 등불을 켜 둔 것 같았다. 행복한 시간들이 나뭇잎에 한 잎 두 잎 알록달록 묻어나면서 가슴속은 환희로 들끓는 것이다. 그런 한순간.. 저녁 늦은 시각에 "이리 와 봐 봐.. 사람들이 무더기로 압사를 당했데.." 하면서 이태원에서 일어난 불상사를 건넌방으로 전했다. 조화와 부조화가 만든 위상은 이때부터 시작되었다. 누군가 하인리히 법칙을 까마득히 잊고 있었던 사건이랄까..




하인리히 법칙과 이태원 참사


포스트에 자주 인용한 하인리히의 법칙(Heinrich's law) 또는 1:29:300의 법칙은 어떤 대형 사고가 발생하기 전에는 같은 원인으로 수십 차례의 경미한 사고와 수백 번의 징후가 반드시 나타난다는 것을 뜻하는 통계적 법칙이다.


1931년 허버트 윌리엄 하인리히(Herbert William Heinrich)가 펴낸 《산업재해 예방 : 과학적 접근 Industrial Accident Prevention : A Scientific Approach》이라는 책에서 소개되었다. 이 책이 출간되었을 당시 하인리히는 미국의 트래블러스 보험사(Travelers Insurance Company)라는 회사의 엔지니어링 및 손실통제 부서에 근무하고 있었다.
업무 성격상 수많은 사고 통계를 접했던 하인리히는 산업재해 사례 분석을 통해 하나의 통계적 법칙을 발견하였다. 그것은 바로 산업재해가 발생하여 사망자가 1명 나오면 그전에 같은 원인으로 발생한 경상자가 29명, 같은 원인으로 부상을 당할 뻔한 잠재적 부상자가 300명 있었다는 사실이었다. 즉, 큰 재해와 작은 재해 그리고 사소한 사고의 발생 비율은 1:29:300이라는 것이다. 단, 여기서 중요한 것은 숫자 자체가 아닌 산업재해와 그 징후의 비율이다. 이는 대부분의 참사가 사전에 예방할 수 있는 원인을 파악, 수정하지 못했거나 무시했기 때문에 일어났다는 것을 보여준다.



조화로운 세상에 끼어든 부조화는 삽시간에 대자연의 행복한 노래에 상처를 남기기 시작했다. 이때부터 먼 길을 떠나는 아름다운 뒷모습이 애잔함으로 변하면서 아름다움에 슬픔이 끼어든 것이다. 하필이면 비슷한 시공에서 발견된 알록달록한 나뭇잎 속에 누군가 버섯을 따다 버린 흔적이 발견됐다. 조화(調和)로움 속에 끼어든 부자연스러운 조화(造化)..



이런 일이 생긴 시점은 지난 3월 9일부터였으며 사람들은 수많은 경고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당신들이 겼어온 경험칙에 의하거나 한 집단으로부터 기망을 당하고 있었다. 그렇다면 지금쯤 특정인 혹은 집단으로부터 사기당한 당신을 용서하고 있을까.. 무슨 이유인지도 모른 채 아픔을 당하고 있다면 그곳 또한 문제가 아닌가..



먼 나라에서 조국으로 귀국한 직후부터 바쁘게 지냈다. 그동안 하지 못한 일을 정리하고 다시 이탈리아로 돌아가려던 시기에 만난 아름다운 풍경 속에서 묻어나는 애잔함을 가해자만 모르고 있었을까.. 우리 사회가 외상을 겪지 않고 건강하게 살아가는 것도 결코 쉽지 않은 일인데 전혀 불필요하거나 예방되어야 했을 참사로 인해 일록 달록한 아름다움에 슬픔이 묻어나는 것은 왜일까..



우리 민족은 일제강점기 때부터 지금까지 섬나라 원숭이들을 경계하고 살아왔다. 그래서 선조님들은 "미국 놈 믿지 말고 소련 놈한테 속지 마라 일본 놈 일어난다"라고 늘 주변을 경계하라고 했다. 그게 하인리히 법칙의 경고와 무엇이 다른가. 역설적으로 가해자들은 당신들의 권리만 누릴 뿐 책임과 의무를 다하지 않는 인면수심의 인간들이라는 점 간과해서는 절대로 저얼대로 안 된다는 점 명심해야 한다.



그들은 잠시 시간을 보내며 변명으로 일관하다가 또 다른 참사를 부를 게 틀림없다. 세월호가 그렇고 이태원이 그러하다. 두고 보나 마나 당시 참사를 일으킨 녀석들이 하나둘씩 고대를 쳐들고 대로를 활보하고 있다고 한다. 그 사건을 조작한 인면수심의 낯짝들이 이른바 정치검사라고 하며 어떤 분들은 검새라고 한다. 법을 형평성 있게 집행해야 할 공무원들이 쿠데타를 일으키고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넘겨보는 날강도들을 방치하면, 언제인가 아름다운 풍경들이 애잔하게 슬프게 당신의 가슴을 후벼 파게 될 것이다.



삼가 아름다웠던 청춘들에게 애도의 마음을 보탠다. 부디 하늘나라에서 행복하시기 바란다.



Il disastro di Halloween a Itaewon e noi_Il sogno perduto
il 16 Novembre 2022, Biblioteca Municipale di Chuncheon

Foto e scritto di YOOKEUN CHANG_GEOGRAFI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