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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내가 꿈꾸는 그곳 Dec 01. 2022

홀로 떠나시면 안 돼요

-11월 끝자락에 매달린 나뭇잎


11월에 떠나고 싶지 않아요..!



   나무뿌리에 이끼가 잔뜩 낀 풍경에 알록달록한 나뭇잎들이 함께 지내고 있다. 이들은 봄부터 지금까지 함께 지내온 이웃들이다. 이곳은 춘천시 후평동 소재 주공아파트 단지의 화단의 아름다운 풍경이다. 최근에 지어지는 아파트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오래된 풍경들이 빼곡한 곳. 11월 중 짬짬이 신의 그림자인 아름다움을 찾아 나서곤 했다. 이때 채집된 신의 그림자들은 이탈리아로 돌아가면 향수를 댤래줄 명약으로 작용할 것이다. 요즘 가끔씩 열어보는 이탈리아의 바를레타와 함께 향신료처럼 더해질 한국의 가을.. 그곳에서 다시 애잔한 풍경을 만나고 말았다.



금방이라도 주인이 나타나 시동을 걸고 떠날 듯한 오토바이 한 대.. 그곳에 거미줄 하나가 나뭇잎 몇 장을 붙들어 두었다. 나뭇잎들은 살랑거리는 바람에 흔들리며 몸을 이리저리 뒤틀고 있었다. 참 절묘한 풍경이 뷰파인더에 포착되며 이별식을 연출하고 있는 모습이다. 이럴 때 필요한 노랫말이 가시리(고려가요, 이별을 노래한 작사 미상의 노래)..


고려가요 가시리 원본

가시리 가시리잇고 나나ᆞ간

바ᆞ리고 가시리잇고 나나ᆞ간

위 증즐가 大平盛代(대평성다ᆡ)

날러는 엇디 살라 하ᆞ고

바ᆞ리고 가시리잇고 나나ᆞ간

위 증즐가 大平盛代(대평성다ᆡ)

잡사ᆞ와 두어리마나ᆞ나ᆞ간

선하ᆞ면 아니 올셰라

위 증즐가 大平盛代(대평성다ᆡ)

셜온 님 보내아ᆞ갑노니 나나ᆞ간

가시나ᆞ간 다ᆞ갓 도셔 오쇼셔 나나ᆞ간

위 증즐가 大平盛代(대평성다ᆡ)



고려가요 가시리 해석본

가시리 가시리이까? 나난

버리고 가시리이까? 나난

위 증즐가 대평성대

날더러 어찌 살라 하고

버리고 가시리이까? 나난

위 증즐가 대평성대

붙잡아 두어리마는

서운하면 아니 올세라 (두려워라)

위 증즐가 대평성대

서러운 임 보내옵노니 나난

가시는 듯 돌아 오소서 나난

위 증즐가 대평성대


-고려가요 가시리 출처: 나무위키




우리도 언제인가 떠나온 곳으로부터 다시 돌아가게 될 것이다. 그때 우리가 남겨야 할 아름다운 흔적들..!



Non voglio partire a novembre_Hupyung Jugong 4th Chuncheon COTRA
il Primo Dicembre 2022, Biblioteca Municipale di Chuncheon 

Foto e scritto di YOOKEUN CHANG_GEOGRAF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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