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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내가 꿈꾸는 그곳 Jan 03. 2023

생굴 맛있게 먹는 나만의 방법

-이탈리아 요리 현대 버전의 이해

이탈리아 최고의 요리는 리체타(RICETTA, 레시피)가 복잡하지 않다!!



   눈이 부시다. 티끌 한 톨 보이지 않는 깨끗하게 잘 단장된 꾸치나(CUCINA, 주방).. 이곳은 글쓴이가 졸업한 요리학교(ALMA)의 실습실이자 특강이 열리는 곳이다. 요리학교의 특강은 이탈리아 전역의 유명 리스또란떼 셰프가 초청된다. 이날(편의상) 초청된 셰프는 펠리체 스가르라(FELICE SGARRA).. 당신이 운영하는 홈피를 열어보면 이탈리아 현대 요리 버전의 일면을 보게 된다. 포스트에 등재된 자료사진은 학교 당국으로부터 승인을 받은 귀한 자료이다. 이날 연출된 요리를 잠시 들여다볼까..



자료사진에 등장하는 세 사람 중에 왼쪽은 주세페 교수 가운데가 펠리체 스가르라 그리고 또 다른 강사 한 사람.. 당시 주세페 교수는 세프를 돕는 강사였으나 현재는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접시 한가운데 등장한 식재료는 쇠고기의 특정 부위(부위가 중요하지 않다)를 잘 다져 올린 것이다. 곧 마술이 시작된다. 시작은 미약해 보이지만 나중은 심히 아름답게 변모하게 된다.



생굴 맛있게 먹는 나만의 방법

-이탈리아 요리 현대 버전의 이해



지금 내 앞에는 달짝지근한 생굴이 발가벗은 몸으로 통째로 나를 유혹하고 있다. 5년 만에 이탈리아서 귀국한 직후 가장 많이 먹은 해산물이자 최고의 맛을 자랑하는 대한민국의 특산물이다. 이런 식재료라면 요리사가 필요 있을까..



나는 운이 억세게 좋았다. 이탈리아의 요리 아버지라 불리는 괄띠에로 마르께지(Gualtiero Marchesi) 선생이 돌아가시기 전에 그분으로부터 이탈리아 요리의 핵심을 전해 듣고 깨우치게 됐다. 보통 사람들이 평생(?)을 몸 바쳐야 가능한 이탈리아 요리 세계의 일면을 선생의 면전에서 깨우치게 된 것이랄까.. 선생께서는 힘이 드셨는지 기어들어가는 나지막한 목소리로 유언을 하듯 이렇게 말씀하셨다.


"식재료 본연의 맛을 살려야 한다"



오래된 양푼이 속에 깨끗하게 잘 씻어 행군 생굴이 주인의 부름을 기다리고 있다. 한 됫박 기분의 이 양푼이는 하니가 아끼는 그릇으로 대략 50년 된 유물이다. 그릇 곳곳에 산화의 흔적이 남았지만 적어도 100년은 끄떡없을 것 같다. 이처럼 아껴 쓰는 양은그릇도 치장을 많이 했으면 더 오래도록 쓰임을 받을까.. 정말 귀한 그릇은 물론 식재료 또한 그 속에 깃든 맛이 좌우하겠지..



해산물 맛을 귀신처럼 잘 알아차리는 부산토박이인 나.. 생굴을 깨끗이 헹구는 과정에서 이미 한 조각을 입에 넣고 오물오물 애무에 애무를 더하며 맛을 보고 있다. 세 번을 깨끗이 헹구었지만 적당히 배어있는 간 때문에 굴조각들이 입안에서 생 몸부림을 친다.



이제부터 요리를 맛볼 차례.. 접시 위에 생굴 몇 점을 올리고 눈팅을 하며 한 알씩 입으로 가져간다.



생굴 맛을 제대로 아시는 분들은 그림 앞에서 침잴잴 껄떡거릴 수밖에 없다. 식재료 본연의 맛을 너무도 잘 아는 사람들의 속내가 생굴의 비주얼에서 묻어난다. 그냥 먹어도 너무 맛있는 생굴.. 어떤 사람들은 초고추장이나 고추냉이 양념을 머리에 떠올리겠지..



이때부터 생굴의 맛은 반감되기 시작한다. 새콤달콤 고소한 초고추장이 생굴 본연의 맛을 덜어가는 것이다.



생굴에 양념을 더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습관 때문이던지 생굴에 남아있는 약간은 비릿한 맛을 제거한다는 등의 핑계가 그것이다. 그러나 초고추장이 맛을 베개 하는 것도 사실이다. 이날 즉석에서 만든 초고추장 만들기는 매우 간단하다. 죽염고추장 큰 한 술에 3배 식초 두 큰 술 그리고 찧은 마늘 작은 5조각에 참기름 한 티스푼 그리고 깨소금 적당량을 흩뿌리고 삭삭삭 잘 저어주며 섞었다. 이제 먹어보나 마나 둘이 먹다가 둘 다 죽어도 모를 해산물왕국 대한민국의 생굴 요리.. 여기에 무슨 식재료가 더 필요할까..



위에서 잠시 만난 셰프가 샐러드를 만들고 있다. 식재료들은 따로 설명하지 않아도 단박에 알 수 있는 것들로 질 좋은 올리브유와 소금 후추 등을 흩뿌려 잘 섞어주면 끝!



그다음 잘 다져 손질해 둔 쇠고기 특정 부위를 잘 차려놓으면 근사한 요리로 탄생하게 된다. 생굴 몇 점을 접시에 올려놓고 생굴과 잘 어울리는 해산물 혹은 해조류 등으로 장식을 하면 세계최고의 요리로 거듭나지 않을까..


접시 위의 장식(DECORAZIONE)을 잘 살펴보면 보색대비와 채색대비가 뒤섞여있다. 틈새를 장식하는 잘디 잔 식재료들은 깨소금이나 호두 혹은 잣 등으로 흩뿌리면 보기 좋고 생굴에서 맛보지 못한 특별한 맛을 느끼게 되겠지..



현대 이탈리아 요리는 식재료 본연의 맛을 살리는 것이자 제철 음식을 선호하게 된다. 요리에 지나친 장식이나 양념을 더하면 식재료 맛은 그만큼 줄어들게 된다. 그래서 현대의 이탈리아 요리사들은 장식을 하되 식재료 본연의 맛을 해치지 않게 정성을 들여 하나의 작품으로 완성하게 되는 것이다.

 


이탈리아서 한국으로 귀국한 직후 가장 먹고 싶었던 해산물은 생굴..



특별한 장식은 없어도 된다. 그저 제철에 내 앞으로 달려온 생굴만으로 훌륭한 요리로 탄생한다. 세계 최고의 해산물 왕국 대한민국이 선물한 특별한 요리가 아닐 수 없다. 이탈리아로 떠나기 전 홀라당 다 벗은 발칙한 녀석들을 좀 더 오래도록 만나고 싶다. 날 거면 어떻고 초고주장이면 또 어떠랴..



Il mio modo per gustare le ostriche fresche
il 03 Gennaio 2023, Biblioteca Municipale di Chuncheon 

Foto e scritto di YOOKEUN CHANG_GEOGRAF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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