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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내가 꿈꾸는 그곳 Dec 28. 2022

요즘 우리가 즐기는 제철 식단

-송구영신, 주방의 매우 특별한 풍경


송구영신, 이탈리아 주방의 매우 특별한 풍경..!!



   먼저 사진 한 장을 설명해야겠다. 매우 흥미로운 풍경이다. 이 사진은 나의 페이스북(https://www.facebook.com/profile.php?id=100009300864044) 친구가 게시한 것으로 보통사람들이 흔히 쉽게 볼 수 없는 장면이다. 대체로 주방(Cucina)은 일반에 공개할 수 없고 살롱의 지배인은 물론 오너조차 함부로 범접할 수 없는 신성한 장소이다. 손님들에게 맛있고 건강한 음식을 제공한다는 일 자체로 만도 신성함이 깃든 것이랄까..



우리 집은 종갓집으로 1년에 여러 차례 이상 제사를 지내곤 했다. 이때 정지(부엌) 최고의 권위를 가진 어머니 깨서는 7남매(남자 5, 여자 2) 중에서도 특히 우리 형제들에게 따끔한 일침을 가하곤 했다. 사내 녀석이 부엌에 출입한다거나 얼쩡거리며 "불알이 떨어진다"라고 했다. 따라서 나는 물론 우리 형제들 다수가 부엌에 출입하는 일은 거의 없었다. 어쩌다 엄마가 보고 싶어 핑계를 대고 가마솥 앞 군불 앞에 계신 어머니 품에 잠시 안겼다가 곧 수작이 들통나 쫓긴 아련한 추억이 있다. 그땐 하루종일 싸돌아 다녀도 아프지도 안아 어머니의 시혜를 받기란 참으로 어려운 시기였다.



한의를 하신 아버지의 수발까지 감내했으므로 어머니께선 도무지 쉴 틈이 없었다. 어떤 때는 산파가 되어 아이를 받을 때도 있었다. 6070.. 당시만 해도 의료시설이 턱 없이 부족하고 동네에는 가난한 사람들이 들끓던 시절이었다. 요즘 생각하면 상상조차 불가능한 일이랄까.. 



그런 어머니의 차림은 항상 머리에 수건을 두르고 있었으며 하연 저고리와 검은색 치마를 입고 다니셨다. 어머니의 동선은 주사기를 소독하거나 우리 형제와 할머니 그리고 당신의 지아비를 섬기는 공간이 부엌과 이어지고 있었다.


커다란 부엌의 나무로 만든 퇴색한  문을 나서면 뒤뜰에 커다란 장독대가 가지런히 정돈되어 있었다. 어떤 항아리는 아라비안 나이트에 등장하는 도둑놈의 독처럼 커서 두 사람이 들어가도 될 정도였다. 그곳은 된장이 익어가는 곳이며 간장을 직접 만들어 먹던 시절이었다. 사흘 전 페이스북을 뒤적거리다가 발견한 요리사들의 망중한에 문득 되살아난 오래된 추억이 울컥 감동을 주었다.



우리나라에서 일반에 널리 알려진 요리사의 세계는 거품이 잔뜩 끼어있다. 무엇이든 무슨 일이든 돈만 된다면 본연의 자세는 즉시 걷어차는 시대가 됐다. 참고하시라.. 내가 만난 이탈리아 요리사의 경력은 최소한 20년이 넘었으며, 요리학교의 교수님(셰프)은 40년을 훌쩍 넘었다. 자료사진에서 보이는 앳된 요리사들 조차 최소 15년 이상의 경력을 소지한 사람들이다. 이분들의 요리 실력은 뛰어나다 겸손하다. 함부로 자랑하지 않는다. 당신의 작품을 선보일 수 있을 때까지 부단히 노력하고 또 노력하는 것이다.



아마도 우리 '이탈리아 요리' 가족 여러분들은 밴드의 이름을 <이탈리아 요리>라고 써 놓고 허튼짓(?)을 하고 있는 게 마음에 들지 않을 것이다. 200% 인정한다. 그래서 초기에 구독을 누르고 눈팅을 일삼던 회원들 다수가 자취를 감추었다. 충분히 이해한다. 그럴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탈리아 요리의 리체타만 눈팅하려고 하니 얼마나 답답했을까.. 이번 기회에 자료사진에 등장한 요리사들과 꾸치나의 풍경으로 여러분들이 얼머니 나대는지 돌아보시기 바란다. 아울러 동기부여가 안 되는 Sns의 속성상 그리고 사정상 귀한 시간을 드릴 이유를 느끼지 못한다. 그러나 여러분들이 응원해 주시면 사정이 달라지지 않을까.. ^^



특정 이탈리아 요리를 만들기 위해서는 다양한 도구를 사용해야 하며 그런 도구는 우리나라의 일반 가정에 비치되어있지 않는 것들이다. 아울러 이탈리아 요리에는 요리뿐만 아니라 빠스띠체리아와 와인 등이 포진돼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될 것이다.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와 다른 식재료와 문화의 벽은 리체타를 뺏기는 것 정도로 절야도 용납하지 않는다. 그리고 눈여겨봐야 하는 게 요리사들의 차림이다. 항상 단정해야 한다. 안전한 차림이어야 한다. 우리 어머니께서 일하시던 부엌과 전혀 다른 꾸치나.. 자칫 중경상을 입을 수 있는 장소이며 3D직업의 현장이다. 그곳에서 묵묵히 수도하듯 요리를 만들고 있는 것이다.



흔히 들어본 말로 비교하면 음지에서 일하고 양지(요리)를 추구하는 것이랄까.. 겉으로는 평온해 보이지만 요리사들 간의 경쟁은 치열하다. 언제인가 업계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싶은 것이다. 그러나 무엇 보다 당신의 달란트를 귀히 여기며 꾸치나 에서 묵묵히 일을 하는 것이다. 다시 자료사진을 한 번 더 봐주시기 바란다.



요리사들이 주방에서 쪼그리고 앉아 식사를 하는 모습은 평소에 전혀 만날 수 없는 귀한 풍경이다. 이런 풍경이 가능할 경우의 수는 송구영신.. 연말연시가 되어 일손이 바빠 잠시 쉴 수 있는 시간(Pausa, 빠우자)를 놓쳤기 때문이다. 그리고 주방에는 따로 요리사들이 밥을 먹을 수  있는 공간이 없다. 그리하여 셰프의 배려로 퍼질고 앉아 주린 배를 채우는 것이다. 참 아름다운 사람들.. 지난 한 해 너무 수고가 많았다. 새해가 밝아오면 훨훨 날으시기 바란다. 



아울러 포스트에 등장하는 겨울냉이와 고구마 그리고 봄동은 이탈리아서 귀국한 직후 가장 맛있게 먹는 제철 식재료이다. 그중 봄동과 알배추는 식재료 그 자체로 요리가 될 수 있는 것으로 애무(?)에 애무를 더해 식도락을 탐닉하는 것이랄까.



어느 날 슈퍼에 들러 한 잎 뜯어 맛을 본 순간 야채에서 달콤한 즙이 넘쳐나는 것이다. 씹으면 씹을수록 달짝지근한 육즙이 추운 겨울은 물론 한 해를 저만치 떨구는 신비스러운 맛깔을 더해주는 것이다.



녀석들을 간수를 뺀 소금을 흩뿌려 천천히 대략 8시간을 절구 었더니 아싹 아싹 달콤 달콤.. 그리고 다시 생굴을 앞에 두고 녀석들을 사랑하고 있자니 세상 부러울 게 없다. 세상의 요리 중에 이토록 단순한 제철 식재료 하나만으로 식감을 사로잡다니..ㅜ 녀석들은 해남땅에서 눈을 털며 상경한 귀한 식재료이자 그 자체로 요리로 무한 변신할 수 있는 최고의 식재료이며 봄동과 함께 지난 한 해 동안 묵은 때를 말끔히 씻어줄 것이며 새로운 활기를 선물하게 될 게 틀림없다.



싱싱한 생물 몇 개를 앞에 두고 즉석에서 초고추장을 만들어 입안에 쏘옥~~~ 곧 이탈리아로 돌아가야 할 텐데.. 자꾸만 걸음이 무거워진다. 조국에 넘쳐나는 식재료와 평범한 듯 귀한 양념들.. 그리고 아무런 양념도 필요 없는 최고급 해산물이 지천에 널린 곳.. 



잠시.. 꽤 오랫동안 한국에 머물면서 해산물과 우리 땅의 향기를 품은 야채들을 몸 가득 충전하며 다시 힘을 얻을 테지.. 이번에는 아드리아해를 바라보던 바를레타(Barletta)서 지중해를 바라보는 아말피(Costiera amalfitana_Città metropolitana di Napoli) 해안을 꿈꾼다. 그때도 한국에서 만난 풍성한 제철 음식이 매력을 뿜을까..



지난 한 해동안 정말 애쓰셨다. 나 스스로 눈감고 입 다물고 귀까지 막고 살았으니 말이다. 그 가운데 하늘은 또 다른 선물을 준비해 놓고 있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주방에서 땀을 흘리고 계실 요리사 여러분들께 다시 한번 더 응원의 박수를 보낸다. 아울러 내가 꿈꾸는 그곳을 응원해 주시는 기족 여러분들께서도 가내 무탈하시고 새해 소원 성취하는 놀라운 한 해 보내시기 바란다.  


이미지 출처: Google


Felice anno nuovo 2023.. Ciao~~~~^^


La tavola da pranzo naturale di cui ci stiamo divertendo
il 28 Dicembre 2022, Biblioteca Municipale di Chuncheon 

Foto e scritto di YOOKEUN CHANG_GEOGRAF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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