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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내가 꿈꾸는 그곳 Feb 05. 2023

정월대보름, 오곡밥 대신 생굴떡국

-중독성 강한 생굴떡국 이렇게 만들었다


정월대보름에 먹는 중독성 강한 생굴떡국 이렇게 만들었다.



   서기 2023년 2월 5일 정월대보름날 아침 하니와 함께 애막골 등산로를 함께 걸었다. 지난 주말 입춘이 지나면서 응달에 쌓였던 눈이 녹으면서 곳곳은 촉촉하게 젖었다. 모처럼 두툼한 옷을 벗어놓고 가벼운 패딩 조끼 차림으로 나선 산행에 봄볕이 따사롭다. 5년 만에 한국에서 맞이한 정월대보름.. 


애막골 새벽시장에는 다른 때와 달리 일요일에도 장이 섰고 정월대보름에 먹는 오곡밥 식재료들이 알록달록 주인을 기다리고 있었다. 주지하다시피 정월대보름에 먹는 오곡밥은 물론 나물들이 눈길을 끈다. 그런데 세월이 가면 갈수록 정월대보름에 대한 아련한 추억만 있을 뿐 세상은 많이도 달라졌다. 


가난했던 시절에는 설이나 대보름이 기다려지고 먹거리를 이웃과 나누곤 했지만 어른들이 돌아가시고 형제자매들이 뿔뿔이 흩어져 살면서부터 선조님들이 귀히 여기던 절기들이 점점 더 쇠퇴해 가는 느낌이 든다. 요즘 세대들은 잘 모른다. 얼마나 잘 먹고 잘 사는지 모른다는 말이다. 그러니까 가난했던 시절의 풍습이 현대사회와 잘 어울리지 않는 것. 

그래서 오늘 아침은 귀국 후 줄곧 먹어온 생굴이나 낙지 같은 고급 해산물이 늘 냉장고에 보관된 풍경이 머리를 스쳤다. 그래서 산행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통영에서 배달된 생굴로 떡국을 끓이지고 제안했더니 하니는 그 즉시 OK!! 귀갓길에 촐촐함이 느껴져 미리 육수를 부탁했다.



위 자료사진은 크기가 작은 생굴로 얼마 전에 먹었던 귀한 녀석이다. 통영에서 배달되는 생굴은 크게 둘로 나뉘었다. 이른바 대(大) 자 소(小) 자였다. 자료사진의 위치가 조금 다르지만 육안으로 단박에 식별된다. 



굴은 껍질 없이 알맹이만 판매하는데 비해 석화는 껍질이 붙어있는 대로 판매를 하는 차이가 있다. 알맹이만 따로 파는 굴은 수하식으로 양식이 되며 양식장에서 밧줄에 조개껍데기를 매달아 바닷속에 내려서 기르는 방식이다. 이에 비해 겨울철에 구워 먹는 석화는 바닷속에 돌을 던져서 자생하도록 하는 차이가 있다. 석화(石花)는 바위에 붙어 자라 멀리서 보면 바위에 붙어 핀 하얀 꽃 같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며 크기도 엄청나다. 



이탈리아 요리에 입문하기 전 하니와 함께 서해 바다를 헤매고(?) 다닌 이유 중에 하나가 석화 때문이었으며 통영의 생굴이나 여수둘레길에서 먹은 석화구이 등 찬바람이 불면 굴이 굴뚝에 피어나는 연기처럼 추억이 모락모락.. 포스트 상단에 둔 작은 생굴을 큰 생굴과 비교해 보기 위해 말이 조금 길어졌다. 크기가 비교되시는지..^^


정월대보름, 오곡밥 대신 생굴떡국

-중독성 강한 생굴떡국 이렇게 만들었다



희한한 일이야.. 정월대보름에 먹는 생굴떡국의 비주얼을 남기기 위해 인증숏을 위한 사진 몇 장을 남겨야 하는데 먹기 바빠 곱창김을 그냥 올려버렸네..ㅜ 아무튼 구운 곱창김 아래서 빼꼼히 고개를 내민 커다란 생굴이 보일 것이다. 잘 익은 생굴의 크기가 떡국떡 크기 보다 두 배나 더 커 보인다. 그래서 이번에는 상 위에 올린 떡국 그릇을 뷰파인더로 들여다보며 침을 꼴까닥.. (생굴떡국이 끓을 때 맛을 보았기 때문에 한시라도 빨리 먹고 싶었지롱..ㅎ) 



정월대보름에 먹는 생굴떡국의 국물을 멸치와 다시마를 넣고 끓인 육수에 떡국떡을 먹을 만큼 넣고 잘 끓인 후 대파를 쏭쏭쏭.. 그리고 다시마 간장으로 간을 하고 미리 풀어둔 계란(식 미 껏)을 휘이 휘저어주고 마지막으로 통후추를 쫠쫠쫠 잘 갈아 넣으면 끝!!



이렇게 만든 정월대보름에 막는 생굴떡국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자료사진을 자세히 들여자 보면 생굴의 크기와 생굴의 비주얼이 침샘을 자극할 것이라 확신한다. 겨울의 통영 앞바다의 향기와 입춘의 기운은 물론 고소하고 달콤함이 기막히게 어우러지면서 하니는 5분 만에 후딱 먹어치운다. (참 승질도 급하지.. ) 


이번에 통영에서 택배로 배달은 생굴의 양은 5킬로그램이었다. 엄청난 양으로 다시 이탈리아로 출국을 하기 전까지 내 조국의 향수를 가득 충전해 줄 것으로 믿어 의심치 않는다. 중독성 강한 생굴떡국.. 먼 나라로 떠나면 어떡하지..ㅜ 



La prima luna piena di un nuovo anno_정월대보름
il 05 Febraio 2023, Biblioteca Municipale di Chuncheon 

Foto e scritto di YOOKEUN CHANG_GEOGRAF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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