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내가 꿈꾸는 그곳 Mar 06. 2023

이탈리아서 만난 부활의 노래

-닮은 듯 너무 다른 재래시장과 나의 식탁 


당신은 부활(復活)을 믿습니까..?!


   어느 날, 우리가 살고 있는 이탈리아 남부 뿔리아 주 바를레타의 바닷가에서 아침운동을 하면서 해돋이를 보면서 우주의 운행을 천천히 거의 매일 감동적으로 바라본 적 있었다. 우리가 날마다 보는 일출과 일몰은 물론 뽀얗거나 샛노랗거나 어떤 때는 붉은빛을 내는 달님이 주기적으로 늘 같은 모습을 보이는 것이다. 현대인들의 머릿속에 너무 뻔한 현상들이지만 이들 자연의 현상을 통해 우주의 질서를 느끼게 되며 신기해하는 것이다. 



현대에 살고 있는 우리들에게 '대명천지(大明天地)'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정보의 홍수에 밀려 살면서 자연의 한 현상이 너무 초라한 대접을 받고 있는 것이랄까.. 부활이라는 말은 특정 종교에서는 매우 특별한 대우(?)를 받고 있고, 부활이란 말은 기독교에서 독차지하고 있는 용어가 틀림없어 보인다. 부활(復活)은 대체로 생명체가 생명을 잃어 죽었다가 다시 생명을 얻어 살아나는 것을 의미하며, 서브컬처(subculture))에서도 강하게 묘사된다. 


바를레타 재래시장의 3월 첫째 날 풍경들



사전적으로는 제도나 법 등이 폐지되었다가 다시 효력을 발생한다는 의미도 있다. 특히 기독교를 비롯한 여러 종교에 부활에 대한 신앙이 존재하는 것이 사실이다 어떤 사람들은 부활의 실제적인 수단이 영혼이라고 믿고 있다. 그래서 부활절을 앞둔 기독교의 사순절(四旬節) 시기(40일)에는 몸과 마음을 경건하게 하게 요구하는 것. 예수 그리스도의 수난을 생각하며 매일 성경을 읽고 참회, 금식, 단식 등을 병행하는 일이 이런데 있었다.



그러나 기독교의 국가인 이탈리아의 사순절 풍경을 참조하면 예전의 풍습이 많이도 달라졌다. 대체로 사순절 기간에 먹지 말아야 할 음식이 버젓이 풍성하게 소비되고 있는 것은 물론 금육(禁肉), 금식, 단식 등의 규정이 무색할 정도이다. 어쩌면 이런 현상들이 예수님이 원하는 바인지도 모를 일이다. 부활이란 영혼에 국한되지 않고 육체를 더 중시하는 게 아닐까..



자료를 살펴보니 사순절의 이름은 그리스어로 40을 의미하는 '테사라코스티(Τεσσαρακοστή)'의 번역으로 영어로 사순절을 의미하는 Lent(렌트)는 '봄'이라는 뜻을 가진 Lencten(렝텐)이라는 말에서 나왔다고 전한다. 사순절 기간에는 재를 머리에 얹거나 이마에 바르며 죄를 통찰하는 '재의 수요일'로 시작되며, 파스카성삼일(Triduum Pasquale) 전 40일(사순, 四旬) 기간 동안 지킨다고 한다.



공교롭게도 사순절이 시작되는 날 5년 만에 처음으로 한국으로 귀국했다가 만 7개월이 되는 날 한국에서 다시 이탈리아로 돌아왔는데 이날(2월 22일)이 사순절의 절기가 시작되는 날이었다. 우연이라기보다 필연 같은 생각이 드는 것이며 나는 어느덧 부활절(금년에는 4월 9일)의 절기에 맞추어 이탈리아로 돌아오게 된 것이다. 이게 우연일까.. 하고 생각하니 하늘은 내게 혹은 우리에게 기적을 베풀어 주신 듯하다, 부지불식간에 부활의 노래가 울려 퍼지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3월 첫날 정들었던 우리 동네를 천천히 살펴보며 부활의 노래가 울려 퍼지는 재래시장을 들러 눈에 익은 식재료들을 살펴보며 이 시가에 등장하는 부활의 노래를 부르고 있는 야채와 과일들이 인간들만의 전유물이나 다름없던 부활의 실체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한국에서 7개월의 시간을 보내는 동안 적지 않은 우울증세가 나를 짓눌렀으며, 내게 주어진 숙제 전부를 훌훌 털고 나니 '하루라도 빨리 이탈리아로 돌아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장도에 올라 새롭게 이루어 놓은 둥지의 먼지를 털고 닦으면서 부활의 실체가 성큼 다가왔다. 아직 하니는 한국에서 못다 한 일을 마무리한 다음 다시 부활의 노래를 부르게 될 것이다.



한국으로 귀국하기 전 우리는 바를레타의 바닷가에서 매일 뜨고 지는 해님과 달님을 벗 삼아 시간을 보내고 있었더. 하늘이 내리신 크나큰 은총 속에서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고 보니 우리 곁에서 생동하는 생명을 가진 자연의 만물이 모두 우리의 삶에 영향을 미치는 부활의 존재들이 아닌가.. 세상을 살아가면 갈수록 신묘막측(神妙莫測)하다. 신께서 간섭할 때마다 당신의 그림자인 아름다움이 차고 넘치는 계절이다.





재래시장의 풍경을 마저 둘러볼까요..



정말 천국이 따로 없다. 1유로면 무엇이든 공짜에 다름없는 가성비를 자랑하는 곳.



단골 아주머니가 하니의 안부를 물으며 인사를 나누는 게 너무 고맙다. 딸기 1 킬로그램 2유로에 구입했다. 아주머니는 거기에 덤으로 두 움큼을 더 담아 주었다.



1킬로그램에 1유로면 행복한 세상..



부활의 노래가 울려 퍼지는 바를레타 재래시장..



3월이 오시면 이곳 이탈리아 뿔리아 주 바를레타의 재래시장은 부활의 합창이 메아리친다.



요즘 산삼에 비견되는 까르초피(Carciofi)가 불티나게 팔려나간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 오래된 교회(성당) 산 지아코모(Parrocchia Prepositura Curata S. Giacomo Maggiore) 앞의 시계탑이 눈길을 끈다. 이곳을 지나면 오래된 구시가지(Centro storico) 중심에 위치한 우리 집에 도착한다.



집에 도착하자마자 주먹만 한(?) 딸기를 찬물에 헹구어 손바닥만 한 고급 앞접시에 올려놓고 부활을 위한 몸보신을 시작했다. 입안에서 새콤달콤한 향기가 진동을 하며 몸서리치게 만든다.



그리고 아싹아싹한 로마노 상추(Lattuga Romana)를 한국에서 공수해 온 갈치속젓으로 만든 쌈장에 찍어 남아도는 향수병을 마자 지운다. 아싹아싹.. 이탈리아서 가정 선호하는 야채 중에 한 녀석이다.



이번에는 로마노 상추를 절여 겉절이를 만들고 잘 구운 목삼겹살을 곁들였다. 부활을 하지 않을 수 없지롱..ㅋ



그다음 나의 부활을 위해 훈제된 삼겹살 덩어리를 잘라 뷔노 비앙꼬를 곁들였다. 흠.. 쥑인다. 고기 한 점에 탱글탱글한 청양고추를 갈치속젓으로 만든 쌈장에 콕 찍어 입안으로 가져가는 순간 부활의 노래가 천국으로 울려 퍼진다. 기막힌 조합이다.



Una vista che mi rende felice il mio quartiere_BARLETTA
il 05 Marzo 2023, La Disfida di Barletta in ITALIA

Foto e scritto di YOOKEUN CHANG_GEOGRAFIA


매거진의 이전글 정월대보름, 오곡밥 대신 생굴떡국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