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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내가 꿈꾸는 그곳 Mar 09. 2023

이탈리아서 젤 먹고 싶었던 해산물

-세계 최고의 해산물을 누리는 사람들


입으로 먹는 맛과 눈으로 먹는 맛의 차이는 무엇일까..?!!


안개와 구름이 자욱한 이탈리아 북부 뜨렌띠노 알또 아디제 주 볼사노 자치주의 메라노(Merano) 계곡의 한 풍경이다. 돌로미티 여행 중에 만난 메라노의 풍경은 가히 천국을 쏙 빼닮았다. 사방 어디를 둘러봐도 우리가 살고 있는 대한민국과 다른 풍경이 넘쳐나는 곳이다. 우리는 돌로미티를 다녀오면서 첫눈에 이탈리아 북부 알삐(ALPI, 알프스)에 반하고 말았다. 세상에는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이 있다. 일찍 관심을 두었다면 더 빨리 보다 더 자주 일삐를 여행할 수 있었을까..



   이탈리아 요리에 입문한 이후 '맛의 비밀'을 나름 깨우치면서 요리를 어떻게 먹는지 등에 대해 알 수 있었다. 요리는 맨 먼저 눈으로 먹고 향기를 탐하며 마음으로 눈요기를 하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첫술을 입으로 가져가면 그때부터 미각은 난리가 아니다. 침샘이 봇물 터지듯 하며 입안을 천국으로 만드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 속담에 '고기도 먹어본 넘이 잘 먹는다'라고 했던가. 



그래서 요리를 접시에 담아낼 때는 장식을 중요시하게 되고 양념도 남다르게 하는 등 요리를 지나칠 정도로 만지작 거린다. 이를 테면 양념이 범벅되거나 향신료를 대거 투입하는 등 식재료 본연의 맛을 느끼자 못하여 식재료를 먹는지 양념을 먹는지 분감을 하지 못하게 되는 것이다. 요리의 비밀을 나름 깨우치게 된 데는 이탈리아 요리의 아버지로 불리는 괄띠에로 마르께지 선생의 가르침이 주효했다.



선생께서 코 앞에서 전해주신 현대 이탈리아 요리는 매우 간결하다. 간결해야 한다고 전해주셨다. 요리의 참 맛은 '식재료 본연의 맛을 살리는 게 중요'하다는 것이다,. 포스트의 첫 장면에서 바라본 메라노의 한 계곡 풍경에는 자연 친화적인 거주지가 아름답게 펼쳐져 있다. 오해하지 마시기 바란다. 나는 지나친 양념처럼 서울과 대도시를 장식하고 있는 콘크리트 건물을 선호하지 않는다. 



그런 까닭에 얼마 전까지 한국에 머무는 동안 서울 등지로 이동할 때는 시선이 한 방향으로 거의 고정되어 있다. 우리가 이탈리아에 새로운 둥지를 틀게 되면서 한국에서 사용하던 자동차는 폐기 처분했기 때문에 여간 불편한 게 아니었다. 그렇지만 지하철이나 대중교통을 이용하면서 시선은 매우 제한되었다. 그렇다고 기억에 남은 건 아니지만 맛없는 요리를 먹는 듯했다.



그렇다고 이탈리아에 살면서 200% 만족하는 건 아니다. 아름다운 풍경과 건축물과 이들의 문화와 역사가 제아무리 출중한들 뭔가 하나 빠진 듯한 갈증이 계속해서 나의 주변을 서성거리는 것이다. 그게 눈으로 맛볼 수 없는 입맛이었다는 건 나중에 알게 됐다. 이탈리아 요리에 입문한 직후부터 끊임없이 나를 따라다니는 건 다름 아닌 해산물 왕국 대한민국의 식재료들이었다. 


과유불급.. 세계 최고의 해산물 왕국에 사시는 분들은 알삐의 풍경처럼 너무 평범한 게 우리 입맛을 당기는 해산물들일 것이다. 너무 넘쳐나므로 귀한 줄 모른다고나 할까.. 만약 내가 한국에서 살고 있었으면 우리 해산물을 이용한 특별한 요리를 만들어 보고 싶었다. 은사님의 가르침에 따라 식재료 본연의 맛을 살려 요리를 해 보고 싶었던 것이다. 



그게 오늘 포스트에 등장한 멍게(우렁쉥이)란 녀석이다. 이탈리아서 젤 먹고 싶었던 해산물이자 어릴 때부터 먹고 자란 최고의 해산물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이라면 단번에 알 수 있고 대체로 많은 분들이 먹어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바다 향기를 온몸에 두른 녀석뿐만 아니라 먹고 싶은 생선 등 우리네 밥상을 책임지던 식재료를 7개월 동안 실컷 먹고 이탈리아로 다시 출국했다.


참 희한한 일이다. 실컷 먹었다고 생각한 요놈의 멍게가 포스트를 작성하는 동안 침샘을 마구 자극하며 난리법석을 떨고 있는 게 아닌다. 입으로 먹는 게 아니라 눈요기만으로 행복해지며 입안에 울려 퍼지면서 바다향기가 요동을 치는 것. 그래서 아는 듯 잘 모르는 멍게의 생태 등을 뒤적거녀 보니 이러했다.



멍게의 정체


멍게 또는 우렁쉥이(학명: Halocynthia roretzi, sea pineapple 또는 sea squirt)는 척삭동물문 해초강 측성해초목 무척추동물이다. 과거에는 ‘우렁쉥이’만 단수(單數) 표준어였고, ‘멍게’는 방언이었지만, 이제는 ‘멍게·우렁쉥이’가 복수(複數) 표준어이다.


멍게는 부드러운 속살을 가지고 있으며 바깥은 딱딱한 껍데기를 가지고 있다. 유생일 때에는 올챙이 모양으로 헤엄쳐 다니지만 성체는 바위에 붙거나 해저바닥의 흙속에 파묻혀 살기 때문에 움직이지 못한다. 성체가 되면 유생일 때 지니고 있던 자신의 뇌를 소화시킨다. 유생일 땐 뇌를 이용해 먹이를 열심히 찾아다니지만, 성체는 어딘가에 붙어서 더 이상 움직이지 않고 흘러 들어오는 먹이만 잡아먹기 때문에, 에너지 소모가 많은 뇌가 필요하지 않은 것이다. 


몸통은 보통 붉은색 또는 오렌지색을 띠며 표면에는 돌기가 돋아있다. 위쪽에는 바닷물을 들이는 입수공과 출수공이 있는데 이를 통해 각종 유기물, 플랑크톤을 걸러서 먹는다. 아래쪽에는 뿌리 모양의 돌기가 있고 이 돌기는 서식하는 곳에 찰싹 달라붙어 있게끔 한다.


자웅동체인 멍게는 가을부터 봄철이 번식기 및 산란기인데 이때에는 제맛이 안 나지만 5월쯤 들어서 초여름부터는 제철의 맛을 느낄 수 있다. 양식인 경우 2년 정도 지나야 식용에 적당한 크기가 된다. 자연산인 경우 3년 이상 된 것은 20cm 정도로 크게 자라기도 한다. 수명은 5~6년이다.

멍게는 특유한 맛이 있는데 상큼하고 쌉쌀한 맛과 함께 단맛이 어우러진 바다의 풍미를 가지고 있다. 저널리스트 닉 토시스는 "아이오딘, 혹은 암모니아에 담긴 고무의 맛을 닮았다"라고 묘사했다.


*멍게의 정체성에 대한 자세한 언급은 링크를 참조하시기 바란다.





멍게, 이렇게 먹었다.


그건 그렇고.. 이탈리아서 젤 먹고 싶었던 멍게는 어떻게 요리했을까. 본문에 등장하는 멍게의 자료사진은 목포의 H수산에서 택배 한 것으로 1킬로그램의 양이다. 지인이 대략 30년 동안 거래해 온 H수산은 양질의 해산물을 공급해 오는 곳이다. 우리는 최근 이곳에서 산 낙지와 멍게는 물론 갈치속젓으로 만든 쌈장을 택배로 배달해 먹었다. 그리고 물건(?)이 도착하는 즉시 개봉하여 시식히며 바닷속으로 유영을 하게 된 것이랄까..



멍게를 찬물에 헹구는 동안 하니는 고추냉이 양념을 만들었다. 해산물을 먹을 때 주로 사용하는 양념장이었지만 내가 선호하는 멍게 요리는 은사님의 가르침과 매우 흡사하다. 해삼이나 생굴 등 조개류의 해산물은 모르겠다만 멍게는 아무런 양념이 필요하지 않다. 멍게 자체가 가진 짭조름만 맛과 멍게 특유의 바다향이 가득한 그 맛은 그 어떤 양념이 끼어드는 즉시 맛이 상쇄되기 때문이다. 


매우 특별한 지형을 연출하고 있는 이곳은 돌로미티의 명소 빠쏘 지아우(Passo Giau)에서 제법 멀리 떨어진 곳에 위치한 트래킹 명소 포르첼라 지아우(Forcella Giau)의 아름다운 풍경이다,


돌로미티에서 만난 비경은 눈으로 마음으로만 느낄 수 있지만, 멍게는 입안으로 가져가야 비로소 제 맛과 멋을 내게 된다. 이탈리아로 돌아온 지 기껏 보름 남짓한데 벌써부터 멍게향이 입안 가득하다. 어쩌나..ㅜ 


I frutti di mare che più desideravo mangiare in Italia
il 09 Marzo 2023, La Disfida di Barletta in ITALIA

Foto e scritto di YOOKEUN CHANG_GEOGRAF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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