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메라를 늘 지참하면 생가는 일
카메리와 블로그가 만나면 어떤 일이 생길까..?!!
서기 2023년 3월 16일 아침 우리가 살고 있는 이탈리아 남부 뿔리아 주 바를레타에 날이 밝았다. 오래된 도시의 중앙로 뷔아 까부르(Via Cavour)에는 자동차들이 바쁘게 움직이는 소음이 들려온다. 사람들은 무슨 일 때문인지 저마다 바쁘다. 지내놓고 보니 모두 먹고살기 바쁜 게 아닌가..
먹고사는 문제가 해결된다고 해서 안 바쁠 수 없다. 사람들은 가만히 있지 못하고 무슨 일을 꾸미던지 어디로 여행을 떠나던지 당신에게 주어진 시간을 그냥 보내고 싶지 않다. 나 역시 눈을 뜨자마자 컴 앞에 붙어 앉아 기록을 끼적거리고 있다.
내 앞에는 하니와 함께 기나긴 파타고니아 여행을 시작하고 마무리한, 칠레의 수도 산티아고 시내의 비현실적 풍경이 등장했다. 우리는 여행 중에 밥 먹는 시간과 잠자는 시간 외 방콕 하는 일이 거의 없었다. 어떤 때는 밥도 먹지 않고 싸돌아 다녔다. 먼 나라 낯선 풍경들은 호기심 대상이다. 하니는 걸으며 이곳저곳을 살피고 나는 여행지에서 뷰파인더가 바쁘다.
유소년 기와 청년기에는 그 두꺼운 책을 밤을 꼬박 새우며 다 읽곤 했다. 당시만 해도 문학소년이었으며 장차 소설을 쓰고 싶었다. 그런데 청소년기와 사춘기를 거치면서 생각이 달라졌다. 어느 날 내 손에 카메라(필름)가 쥐어지면서 세상을 만나는 방법이 급변하게 된 것이다. 그때부터 현실과 동떨어진 소설 보다 현실을 반영한 다큐가 좋아지기 시작했다. 이른바 6070 세대의 한 사람이 기록의 묘미를 알았다고나 할까.
언제 어디를 가도 내 손에는 카메라가 쥐어져 있고 현장에서 만난 장면을 필름 카메라로 현상을 하고 용돈 대부분은 필름을 구입하고 사진을 인화하는 데 사용하고 있었다. 그게 언제 적인가.. 그런데 세상은 언제부터인가 천지개벽을 할 만큼 대명천지가 되는 세상이 도래했다. 현대 문명을 누리는 대부분의 사람들 손에는 카메라 대신 휴대폰이 들려있고, 언제 어디서나 기록을 할 수 있는 디지털 세상으로 변했다.
이런 세상을 누리지 못하고 하늘나라로 먼저 떠난 사람들은 얼마나 억울할까.. 하늘은 용케도 내게 사진을 취미로 삼게 했고, 대략 20여 년 전 어느 날부터 인터넷에 블로그를 선물했다. 그게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는 취미 생활이자 우리네 삶을 기록하는 재밌는 일이 생긴 것이다.
사진에 취미를 가지면서 생기는 일 중에 이른바 '특종'을 챙길 때가 적지 않다. 만약 카메라가 없었다면 당신이 목격한 현장을 누군가에게 상세하게 설명해야 할 것이다. 말 그대로 증거가 없는 상태에서 제아무리 설명을 잘해도 제삼자는 그럴듯한 개연성을 끼적거린 소설을 읽는 듯할 게 틀림없다. 당신이 본 사실을 말하지만 듣는 사람들 입장에서는 "소설.."운운할 것이다.
그러나 찰나의 순간을 사진이나 영상에 남기면 사정이 전혀 달라진다. 본문에 등장한 비현실적 풍경은 우리가 파타고니아 여행을 마치고 아예 칠레의 수도 산티아고에 장기체류를 할 때 만난 풍경이다. 하니는 이곳에 머물면서 짬짬이 못다 한 파타고니아 여행을 이어가고 싶어 했다.
그게 어느덧 12년 전의 일이다. 그때 남긴 기록이 발효를 거듭하여 이제야 빛을 보게 되는 것이다. 아직도 사진첩 속에서 잠자고 있는 기록들이 부지기 수이다. 죽기 전에 내가 본 세상 전부를 내가 꿈꾸는 그곳에 남기고 싶다.
어느 날, 저녁을 먹고 시내로 산책을 가던 중 쉽게 만나지 못하는 풍경이 퓨파인더에 포착됐다. 이때 카메라 혹은 휴대폰이 없었다면.. 그리고 브런치라는 공간이 없었다면 어떻게 될까.. 도무지 설명해 낼 재간이 없다.
Il Nostro viaggio in sudamerica con mia moglie_Santiago del Cile
il 16 Marzo 2023, La Disfida di Barletta in ITALI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