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남부 재래시장에 출하된 자투리 딸기 앞에서
우리 삶에 주연과 조연 밖에 없단 말인가..?!
이틀 전(현지 시각) 아침, 내가 살고 있는 이탈리아 남부 뿔리아 주 바를레타의 재래시장에 들렀다. 마늘이 바닥을 비워 겸사겸사 시장에 들른 것이다. 여러 번 소개해 드렸지만 바를레타의 재래시장(Mercato di San Nicolo)에는 가격도 싸지만 질 좋은 과일과 야채는 물론 해산물들이 넘치는 곳이다. 규모가 아담한 도시에 비해 이곳 시장에 들르면 사람들이 붐비는데 사람 사는 냄새가 물씬 풍기는 곳이다.
나는 이곳에서 입맛을 쏙 당기게 하는 딸기를 발견했다. 녀석들은 팩에 담겨있었는데 가격표를 보니 두 팩에 1.5유로였다. 대략 1킬로그램에 해당하는 무게에 7.5첸떼지모(우리 돈 천원이 채 안된다)였던 것. 아직 마늘을 구입하지 않았던 터라 눈팅만 하고 다시 돌아와 보니 아직 몇 팩이 남아있었다. 입맛을 당기긴 했지만 녀석들을 선뜻 구매하지 않은 이유는 못생긴 건 기본, 품질이 다소 떨어져 보였기 때문이다.
그런 한편 딸기가 한창 출하될 시기도 아닌데 시장에 모습을 선보였으므로 햇딸기인가 싶은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이곳 어디를 둘러봐도 11월에 햇딸기가 출하될 리가 없는 것. 그러고 보니 녀석들은 딸기밭 언저리를 맴돌던 자투리였던 것이다. 그래서 구매를 하기도 전 일단 맛부터 보기로 하고 한 개를 집어 입에 넣고 씹으니 새콤달콤한 맛이 기막혔다. 세상에..!!
나는 얼른 두 팩을 구매했다. 풋과일의 새콤달콤한 맛을 좋아하는 내게 마침맞은 딸기였다. 아직은 제철이 아니지만 입안으로 들어온 못생긴 딸기는 보기와 달리 너무 맛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이 딸기를 '알맹이 없는 딸기 요구르트'에 넣어 아침으로 먹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 것이다. 그리고 집으로 돌아온 즉시 녀석들의 선별 작업에 들어갔다.
선별을 하는 동안 살펴본 녀석들은 못 생기기도 했지만 풋냄새가 나는 것들도 있었다. 그리고 출하 과정에서 치인 녀석들은 상하기도 한 것이다. 따라서 선별작업을 하는 동안 맛을 보면서 최종적으로 골라낸 딸기는 대략 한 팩 반 분량이었다. 녀석들은 마치 오디션에 나선 참가자들처럼 내 앞에서 이런저런 시험을 당하고 있었던 것이다. 최종 예선에서 탈락한 참가자들은 1/3 정도나 될까..
이렇게 선별된 참가자들은 곧 본격적인 오디션에 돌입할 것이며, 최종 결선에 오른 참가자는 나와 함께 오래도록 평생을 누리는 행운을 누릴 것이다. 그리고 부상으로 나의 브런치에 기록되어 제철에 선택되지 못한 서러움을 오래도록 보상받게 될 게 틀림없었다. 그러고 보니 사람 사는 세상에서나 재래시장에 등극한 상품들도 제각각 주연과 조연 등으로 나뉘어 있는 모습이다.
이날 나로부터 최종 오디션을 통과한 못생긴 딸기들은 <이탈리아 요리>라는 꼬리표를 달고 여러분들 앞에 나타날 것이다. 세상의 무대에 오르지 못한 못생긴 녀석들이 곧 여러분들 앞에서 주연으로 등극하게 되는 것. 다음 편에 그 현장을 브런치에서 실시간 생중계한다.ㅎ 겉모습보다 속이 아름다운 그대들이여.. 힘내라 곧 그대들의 세상이 온다..!!
LE FRAGOLE E' BRUTTO TERRIBILMENTE
il 21 Novembre, Mercato di S. Nicolo Barletta
Foto di yookeun Chang_Geografi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