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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내가 꿈꾸는 그곳 Nov 24. 2019

아쉽다, 실패한 길냥이의 도둑질

-길냥이 편에서 본 개똥의 추억

도둑질을 응원하다니..!!



길냥이들이 쪼그려 앉아 먹이를 먹고 있는 곳은 이탈리아 남부 뿔리아 주 바를레타 항구(Il porto di Barletta) 곁이다. 그림에서 보는 것처럼 아담한 항구로 이곳에서 길냥이들이 무리를 지어 살아가고 있다. 사람들로부터 격리된 듯싶지만 녀석들이 살아가기에는 마침맞은 곳. 괜히 도시에서 얼쩡거려 봤자 음식물 쓰레기를 뒤지는 게 전부나 다름없으므로 이들에게 최적의 장소나 다름없는 곳이다. 


이곳은 길냥이를 사랑하는 누군가로부터 사료를 제공받는 곳이자, 사람들은 이들의 삶에 전혀 관여하지 않는다. 그들에게는 애완견이 늘 곁에 있다. 주지하다시피 로마의 건립 자이며 초대 왕으로 알려진 로물루스(Romulus) 외 레무스의 탄생 설화에 따르면 로마의 팔라티노 언덕에서 늑대에게 길러졌다고 전해진다. 


이러한 전설 등에 따라 이탈리아인들의 개 사랑은 끔찍할 정도로 유별났다. 내가 이탈리아로 요리 유학을 떠난 후 피렌체의 한 리스또란떼에서 현장 실습을 하는 동안 여러 번 개똥을 밟았다. 피하고 또 피해 다녔지만 어느 순간 밟힌 게 개똥이었다. 지금은 시장이 바뀌어 200% 달라진 깨끗한 환경이지만, 당시만 해도 좁은 돌로 된 인도 위 곳곳에 개똥과 오줌을 싼 흔적이 곳곳에서 발견됐다. 


문제는 개 젖을 먹고 자랐다는 이들 선조들 때문인지, 그 누구도 개똥이나 개 오줌을 탓하는 사람이 없었다. 그러니까 너도 나도 아침만 되면 개를 몰고 거리 혹은 공원으로 나와 개똥을 퍼지르고 다니는 것. 참 기막힌 풍경이었다. 특히나 남의 일에 간섭을 하지 않는 이탈리아인들의 성격은 이 같은 일을 더 부추겼다고나 할까. 


그래서 나는 매일 비가 왔으면 싶은 생각을 하루에 열두 번도 더 했다. 비가 오시는 날이면 개똥들이 자취를 감추고 도시를 반들반들하게 만들었던 것. 이게 이탈리아에서 생활하면서 겪은 그야말로 '개똥의 추억'이다. 요즘은 이곳에서도 개와 아침 산책을 하면 개똥 봉다리(봉지)를 들고 다니며 개똥 시중을 든다. 오줌을 싸면 들고 나온 물병으로 오줌을 희석시키는 것. 그나마 다행스러운 모습이다. 


이런 개 풍경들 때문에 어릴 적 나와 함께 지내던 누렁이가 자꾸만 생각이 났다. 녀석은 뒷마당 한편에서 목줄을 달고 산 불쌍한 녀석이었다. 학교에서 돌아오면 꼬리를 마구 흔들어대며 반겨주던 귀여운 녀석. 하지만 녀석의 운명은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어느 날 학교에서 돌아와 보니 막내가 퍼질러 앉아 엉엉 하늘이 떠나갈 듯 우는 것이었다. 녀석은 우리 가족을 위한 식품으로 변신해버린 것이다. 지금 생각하면 참으로 딱한 일이었지만 가난했던 시절 누렁이의 운명은 그랬다. 그나마 이탈리아인들의 지나쳤던 애완견 사랑을 꾹 참았던 이유가 있었던 것이다.  





이틀 전(현지시각), 나는 산책 겸 운동삼아 걷는 코스 가까운 곳에 위치한 바를레타 항구 곁으로 가 봤다. 날씨가 쾌청해진 탓에 혹시나 볼거리가 있나 둘러본 것인데, 그곳에서 재밌는 풍경을 발견했다. 조금 전 낚싯배를 타고 물고기를 잡아온 한 낚시꾼 곁으로 길냥이들이 몰려든 것이다. 녀석들은 낚시꾼이 생선을 손질하면서 던져주는 내장을 야금야금 먹고 있었다. 그런데 그중 한 녀석이 생선을 손질하는 곳까지 다가가 물끄러미 바라보며 침을 삼키고 있었다. 녀석은 혹시라도 생선을 통째로 던져주길 바랬을까. 



점박이 냥이 오늘의 브런치 주인공이다. 녀석은 생선 주인이 잠시 한눈을 파는 사이 시멘트 구조물 위에 놓여있던 생선 한 마리를 잽싸게 물고 도망쳤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생선을 손질하는 주변에는 나뿐만 아니라 여러 사람의 목격자들이 있었다. 따라서 생선을 물고 도망치는 도둑냥을 보며 소리를 지른 것. 이때 생선 주인까지 녀석을 나무랐다. 나는 그 장면을 보는 순간 잽싸게 카메라에 담았지만 너무 빠른 찰나의 순간이나 다름없었다. 




그 짧은 순간, 나는 도둑냥의 생선 나꿔치기가 성공하길 바랬다. 개똥의 추억이 녀석의 편을 들었을까. 어쩌면 이 같은 생각은 내 속에 잠재된 생각과 별로 다르지 않았을 것. 그런데 나의 바람은 헛되고 말았다. 아뿔싸! 착한 도둑 냥이는 생선을 물고 멀리 도망치지 않고, 그 자리에 놓고 말았다. 녀석의 도둑질이 실패한 것이다. 매일 먹는 사료 밥에 질린 녀석들이 정말 먹고 싶었던 게 싱싱한 생선이었을 텐데..!!



UN GATTO RANDAGIO_ACCORGERSI
il 22 Novembre, Porto di Barletta PUGLIA
Foto di yookeun Chang_Geograf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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