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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내가 꿈꾸는 그곳 Nov 27. 2019

내가 목격한 심각한 라면 중독 현장

-스파게티로 출처불명의 라면 수프로부터 탈출 제안 


국민 식품이 된 라면.. 과연 우리 몸에 유익한 것일까..?



금연을 결심하고 실행한 지난 15년


좋아하는 것들로부터 멀어지는 것만큼 어려운 일도 없다. 살다 보니 그러한 것들은 당신의 삶의 이유가 되는 것처럼 오래도록 몸에 배어있었다. 이 같은 습관들은 우리 삶에 보탬이 되는 좋은 것들이 있는 반면에, 백해무익한 나쁜 것들도 있는 게 사실이다. 비근한 예로 나는 흡연의 습관으로부터 멀어진 지 꽤나 오래됐다. 


담배를 끊은 지 어느덧 15년을 훌쩍 넘긴 것이다. 어떤 때는 하루에 두 갑씩 공룡 캐릭터처럼 피워대던 연기가 어느 순간에 사라진 것이다. 이 같은 금연 결심은 하루아침에 이루어진 게 아니다. 작심삼일이 여러 번 시도됐고 몇 달 동안 금연이 시도되기도 했지만 처음에는 번번이 실패했다. 


그다음에는 오기가 발동했다. 사내가 작심한 게 겨우 이모양인가 싶은 생각이 든 것이다. 그리고 어느 날부터 마음 독하게 먹고 금연을 시도했다. 하루 이를 사흘 일주일 한 달 6개월이 지나자 이번에는 욕심이 생겼다. 만약 지금 다시 담배를 입에 문다면 그동안의 인내가 수포로 돌아갈 것이라는 우려가 생기기 시작한 것이다. 


아울러 금연으로 생긴 금단현상이 무시로 나를 유혹해 오고 있었다. 그리고 금연이 해를 넘기자 희한하게도 흡연의 유혹이 저만치 멀어져 있었다. 그동안 나는 금연을 할 수 있는 노하우까지 챙기게 됐다. 무엇이든 입술에 무는 습관은 버려야 하는 것. 볼펜이든 손가락이든 음식 등등 입술에 무는 습관을 버리거나 흡연자의 곁에서 멀어지는 것이다. 이른바 간접흡연을 통해 흡연의 욕구가 스멀스멀 다가오는 것이랄까. 




그리고 어느 날 술좌석에 만난 친구들이 나를 이상하게 여겼다. 담배를 피우지 않는 나를 그제야 느낀 것이다. 신기했던 모양이다. 그런 한편 친구들은 나를 가리켜 '독한 녀석'이라며 "담배를 끊은 놈은 상대도 하지 말아야 한다"며 큭큭 거렸다. 그리고 담배 한 개비만 피우면 내가 해 달라는 것 모두를 해 주겠다며 꼬드기기도 했다. 하지만 금연에 성공한 이후 단 한차례도 흡연의 유혹 앞에서 꿈쩍도 하지 않았다. 


이때부터 자고 나면 입에 물던 담배 대신 거뜬함을 느끼기 시작한 것이다. 이 같은 느낌은 흡연을 하는 동안에는 절대로 느끼지 못하던 달라진 인체의 현상이었다. 집안에 있던 재떨이가 사라진 것은 물론 퀴퀴한 냄새까지 자취를 감추게 된 것이다. 맨 먼저 기뻐한 사람은 아내였다.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배었던 담배냄새의 악취로부터 해방된 것이다. 


흡연자들이 버스나 엘리베이터에서 그들만 모르던 악취를 나 또한 느끼게 된 것이다. 아파트 엘리베이터에 동승한 이웃으로부터 악취를 맡게 된 것이다. 그러니까 나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비흡연들로부터 눈총을 받아온 것이랄까. 




국민식품 라면 중독의 비하인드 스토리


스파게티를 앞에 놓고 나의 금연기를 장황하게 늘어놓은 건 다름 아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유독 사랑하는 국민식품 라면 중독에 대한 이야기 때문이다. 나는 라면이 우리나라에 상륙한 아동기 때부터 먹어온 산 증인이다. 국민학교(초등학교) 때부터 맛을 본 라면은 시시 때때로 밥상에 올랐다. 


이 같은 현상은 독립을 하면서부터 횟수가 점점 늘어갔다. 라면을 싫어한 어머니께선 라면 대신 주로 칼국수나 국수로 우리 가족의 식단을 만들었다. 그러나 어머니로부터 멀어지는 기회가 생기면 호시탐탐 라면 삼매경에 빠져드는 것이다. 친구들과 캠핑을 떠나면 의례히 배낭 속에는 라면이 포함됐다. 그리고 고향 부산으로부터 멀리(?) 서울로 유학을 떠난 이후부터는 이 같은 증세가 더 심해져 이틀이 멀다 하고 라면을 찾았다. 


냄비와 라면과 불만 있으면 10분도 채 지나지 않아서 끓여 먹을 수 있는 게 라면이었다. 특히 라면과 기막힌 궁합을 이루는 김치는 라면 맛을 더더욱 부추겼다. 이 같은 습관은 군대생활까지 이어졌고 결혼 이후까지 줄곧 따라다녔다. 라면과 만난 인연은 질기디 질긴 지독한 운명처럼 나를 따라다닌 것이다. 




그동안 라면은 온갖 이름표를 달고 변신에 변신을 거듭하며 진화를 해 오며 여전히 나를 유혹하고 있었다. 거의 평생을 따라다닌 지독한 녀석!! 라면이 무엇이길래 담배보다 더 지독한 중독현상을 보일까. 그래서 어느 날 라면의 정체성 등에 대해 인터넷을 뒤져봤다. 검색 결과 그다지 놀라운 자료가 발견되지 않았다. 


라면은 1963년에 우리나라에 처음 도입된 이후, 당시 정부의 식량부족 대안인 '혼분식장려정책'으로 국민식품이 되는 계기가 됐다. 라면이 이같이 국민식품이 된 비하인드 스토리 뒤에는 일본에서 도입된 담백한 맛이 일조했다. 짭조름하고 매콤한 것을 좋아하는 우리나라 국민들의 식성에 잘 맞지 않은 것이다. 따라서 보다 더 강한 맛을 첨가하여 오늘에 이르게 된 것이다. 


그동안 라면은 불티나게 팔려나가 우리나라가 세계 최고의 판매량을 보일 정도로 성장을 계속했다. 처음에는 중국과 일본으로부터 수입되었지만, 라면왕국(?)의 성장은 종국에는 중국을 점령하는 데까지 와 있는 것이다. 사정이 대략 이러하므로 라면은 우리 식생활과 매우 밀접한 관계를 유지하며 국민식품으로 자리 잡은 것. 그렇다면 라면의 중독성은 우리에게 어떤 모습으로 다가와 있는 것일까.. 





내가 목격한 생각보다 심각한 라면 중독 현장


글쓴이가 이탈리아 요리 유학을 끝마치고 피렌체에 살고 있는 동안 목격한 우리 국민들의 라면 사랑은 눈물겨웠다. 피렌체서 우리가 살고 있었던 곳은 피렌체의 중심이었다. 메디치가의 무덤이 위치한 산 로렌쪼 성당 바로 곁이었다. 그곳은 피렌체로 떠난 관광객들이 거의 매일 쏟아지는 곳이자, 우리나라 민박집들이 도처에 있던 곳이다. 


중앙시장과 산타마리아 노벨라 역이 지근거리에 있고 두오모로부터 가까운 곳이어서 많은 세계인들이 이곳에서 잠을 청하는 것이다. 따라서 날이 밝으면 카페로 발길을 옮기는 사람들을 시작해 저녁이 되면 끼니를 해결하려는 사람들로 북새통을 이루는 곳이다. 


나는 엎어지면 코 닿는 집 근처의 중국인이 경영하는 작은 식당에서 눈에 익은 상표 S라면을 만나게 됐다. 매운맛을 내는 이 라면이 피렌체서 한국인을 유혹하고 있었던 것이다. 또 근처의 작은 슈퍼마켓에서는 어렵지 않게 한국 라면을 찾을 수 있다. 집 근처에서 만난 식당의 손님들은 주로 한국인과 중국인들이었는데 이 식당은 저녁때만 되면 줄을 서야 밥을 먹을 수 있는 곳이었다. 


식당 앞에는 'S라면 5유로'라고 한글로 써 붙여두었다. 오며 가며 엿본 그곳에는 한국인 관광객들이 다수였다. 피렌체서 지내는 동안 내가 만난 한국인 관광객들이 머무는 시간은, 대개 하루 이틀 길어봤자 일주일도 채 안됐다. 그 짧은 시간 동안 먹거리를 찾지 못하고 헤매다가(?) 결국 라면으로 끼니를 때우며 행복해하는 것이다. 나로선 정말 이해가 안 가는 낯선 풍경이었다. 





라면 중독을 부르는 라면 수프의 비밀


그렇다면 먼 나라에 관광차 잠시 들렀을 뿐인데 라면을 찾는 이 같은 중독현상(필자 주)은 도대체 어디서부터 비롯되었단 말인가. 그래서 이번에는 라면 맛을 결정하는 수프의 비밀에 접근해 보기로 했다. 나는 그곳에서 국민식품 라면의 중독성을 부르는 출처불명의 리체타를 만나게 됐다. 링크된 자료는 라면의 역사와 함께 라면이 인체에 미치는 영향까지 일목요연하게 잘 정리되어있었다. 


따라서 내가 생각한 문제의 라면 수프 성분을 보다 철저히 검증하는 자료로 삼게 된 것이다.  자료를 참조하면 우리가 라면에 중독된 여러 이유 중 하나가 인공감미료 MSG가 포함되었다는 사실이다. 또 일반인들이 잘 알지 못하는 리보누클레오티드(Ribonucleotide) 나트륨이 섞여있었다. 생전 듣보잡이었던 녀석을 어렵사리 검색해보니 화학 분자 고리가 마구 뒤엉켜 있었다. 화공학을 전공하지 않은 사람들이 이 같은 고리를 어떻게 이해하겠는가. 


또 식품의 산도를 바꾸어 산화되거나 미생물이 생기는 것을 억제하기 위해 산도조절제(酸度调节剂, acidity regulator)를 사용한다는 것. 산도조절제는 식품첨가물인 만큼 우리 몸에 백해무익한 성분으로 식감 개선 기능, 보존성 향상 기능을 한단다. 우리가 무시로 먹는 라면 속에 우리가 전혀 알지 못하거나, 알려고도 하지 않았던 화학물질이 '수프'라는 이름으로 우리를 유혹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 같은 이유 등으로 라면의 영양학적 성분은 고사하고 불명확한 첨가물 표기 때문에 그야말로 출처불명의 미확인 성분을 우리가 먹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사실에 대해 라면을 제조하는 업체에서는 코카콜라처럼 '영업비밀'로 붙이고 있다니, 더더욱 의심스러운 물질이 라면 수프에 포함돼 라면 중독 현상을 보이는 것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스파게티로 출처불명의 라면 수프로부터 탈출 제안


위에서 살펴본 자료 등에 따르면 라면이 인체에 유익하다는 게 별로 눈에 띄지 않는다. 한 가지,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우리를 중독현상으로 만든 건 조리의 간편성을 들 수 있겠다. 대략 10분 정도의 시간을 할애하면 단시간에 허기를 때울 수 있는 것. 이 같은 사정 때문에 라면을 끓일 때 별의별 수단을 다 동원하게 된다. 계란을 풀거나 고기육수에 삶거나 아예 수프를 빼고 다른 반찬과 먹는 등 별의별 방법으로 라면을 먹는 것. 나 또한 그랬다. 


하지만 이탈리아 요리에 입문한 이후로 라면은 거들떠보지도 않게 됐다. 라면 보다 더 신속하게, 더 맛있게, 보다 더 영양학적으로 고르게, 보다 더 우아하게 식단을 꾸리게 된 것이다. 본문에 삽입된 자료사진은 최근에 짬짬이 만들어 먹은 스파게티로 매우 간단한 리체타이다. 표지 사진은 말고기와 포모도로 살사로 만든 스파게티이며, 바실리코가 장식된 스파게티는 우리가 잘 아는 포모도로 스파게티이다. 모두 10분 내에 만들어낸 음식들. 




나는 이탈리아 예찬자가 아니다. 이탈리아에서 어떤 식 재료는 우리나라보다 월등히 뛰어나지만, 반면에 우리나라의 식 재료가 월등히 뛰어난 게 부지기 수이다. 그런데 이탈리아 요리에 입문한 이래 이탈리아가 우리나라보다 매우 정직한 부문을 발견하게 됐다. 이들은 우리나라 라면 수프에서 볼 수 있는 출처불명의 식품첨가물을 사용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자연에서 제 철에 난 식 재료만으로도 라면이 갖는 중독성 이상의 식욕을 당기는 게 널린 곳이다. 이탈리아가 괜히 건강 장수 국가가 된 게 아니며, 괜히 이탈리아 요리가 유명하게 된 게 아니다. 정직한 음식 때문이다. 라면 중독으로부터 탈출하려면 먼저 식습관을 바꾸는 게 급선무이며, 그 시작을 스파게티로 해 보시라. 천하보다 더 귀한 당신 때문이다. 어쩌면 흡연보다 더 백해무익한 게 라면일지도 모른다. 



-이탈리아 남부 뿔리아 주 바를레타에서 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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