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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내가 꿈꾸는 그곳 Nov 28. 2019

피자냐 핏자냐 삣짜냐 삣싸냐

-돼지고기 살시챠와 대파를 곁들인 계란찜


아무렴 어떠랴 맛있게 먹으면 그만..!!


어제 아침(27일, 현지 시각) 운동을 마치고 귀가하면서 약간의 피곤이 몰려왔다. 모처럼 늘린 운동거리 때문이기도 했지만 땡볕이 장난이 아니었다. 보통은 창이 넓은 모자를 지니고 다니지만 이날은 작은 배낭에 빠져있었다. 그 대신 과일 한 개가 그 자리를 매웠다. 처음엔 생수도 챙겼지만 운동 횟수가 늘어가면서 불필요한 것은 모두 빼고 보니 한결 가벼워졌다. 그런데 이날은 실수였다. 아침햇살을 가볍게 여긴 탓이다. 선글라스를 착용했지만 귀갓길은 볕이 얼굴 정면으로 비치면서 피곤을 배가시킨 것. 




대략 2시간여 만에 끝난 아침운동을 끝으로 요즘 자주 들르게 된 대형마트에서 장을 봐 왔다. 장바구니에 든 건 돼지고기 살시챠 반죽(IMPASTO DI SALSICCIA DI SUINO)과 계란(L'UOVA), 비노 비앙꼬(VINO BIANCO) 등이었다. 늘 그랬지만 운동이 끝날 때쯤이면 일용할 양식의 종류를 따져본다.  이날은 이틀 전 재래시장에서 사 온 대파가 남아있었으므로 대파를 이용한 요리를 생각해 냈다. 따라서 돼지고기 살시챠 반죽과 계란을 구매한 것이다. 이탈리아인들이 즐겨먹는 음식이었다. 




이탈리아인들은 살시챠용 돼지고기를 올리브유 등 식 재료를 이용해 맛있게 요리해 먹는다. 이들의 리체타를 살펴보면 매우 간결하며 맛 또한 담백하기 이를 데 없다. 이를테면 소금, 후추, 향초, 올리브유 및 주재료만 포함될 뿐이다. 거기에 뽀모도로나 뻬꼬리노 포르맛지오 등이 입맛에 따라 첨가될 뿐이다. 


이날 아침 나는 그들보다 더 간략한 리체타를 통해 돼지고기 살시챠와 대파를 곁들인 계란찜을 만든 것이다. 같은 식 재료이지만 요리를 하는 당사자의 선호도 등에 따라 리체타가 달라지는 것이다. 이탈리아 음식 중에서 세계인의 입맛을 사로잡은 이른바 '피자' 같은 것이랄까. 오늘 본문의 제목을 피자냐 핏짜냐 삣짜냐 삣싸냐로 정한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글 제목의 정답은 마지막에 등장한 삣싸(Pizza)가 이탈리아 본토 발음에 매우 가깝다. 이탈리아어의 발음 가이드를 참고하면 단박에 고개가 끄덕여질 것이다. 그러나 그게 다 무슨 소용이랴.. 요리사의 요리 철학 등에 따라 만들어 낸 음식을 맛있게 먹으면 그만이지 않겠는가. 이날 내가 만든 요리 조차 그와 같거나 비슷한 것이랄까. 귀가 즉시 돼지고기 살시챠와 대파를 곁들인 계란찜 요리에 들어갔다. 


뜨겁게 달구어진 팬 위에 잘게 썬 대파를 넣고 대파 기름을 만든 즉시 돼지고기 살시챠(우리나라에서는 돼지 목살 혹은 전. 후지를 잘게 다지거나 갈아도 무관할 것이다)를 넣고 볶기 시작한다. 소량의 소금과 후추만 뿌렸을 뿐이다. 이날 사용된 살시챠는 300그램 정도이며 대파는 150그램 정도였다. 그다음 돼지고기가 다 익었을 때 미리 풀어둔 3개 분량의 게란을 골고루 흩뿌린 다음, 약불에서 뭉근히 5분에서 10분 정도 익히면 끝!! 


그동안 한 두 번 뚜껑을 열어 팬 속에 육즙이 거의 줄어들면 불을 끄고 잠시 내버려 둔다. 그리고 삣싸처럼 접시 위에 올려놓고 그냥 먹던지 빵과 함께 먹으면서 비노 비앙꼬를 곁들이면 새로운 천국을 경험할 것이다. 가족들은 물론 손님상에 올리면 두고두고 주문이 쇄도할 것!! 



IMPASTO DI SALSICCIA DI SUINO
CON L'UOVO E DEI PORRI AL VAPORE
Piatto e Foto di yookeun Chang_Geograf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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