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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내가 꿈꾸는 그곳 Nov 30. 2019

예약 없이 불가능한 뿔고동 요리

-아드리아해 특산품 뿔고동 뽀모도로 요리


우리는 언제쯤 고급 리스또란떼에 가 볼 수 있을까..?!


글쓴이가 이탈리아 요리에 입문하고 요리 실습을 한 리스또란떼 중에서 미슐랭 별을 단 곳이 있다. 대체로 미슐랭 별을 단 곳은 손님들이 주로 체나(Cena_저녁)를 먹게 된다.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 그러하다. 그래서 음식은 사전에 미리 준비해야 하고 손님들은 미리 예약을 하는 게 관례이다. 예약 없이 어느 날 갑자기 방문하면 손쉬운 요리 정도는 맛볼 수 있을지 모르지만 그런 경우는 드물다. 


이탈리아 혹은 세계의 어느 리스또란떼든지 이 같은 관행이 시행되는 이유가 있다. 손님의 주문 등에 따라 식 재료를 사전에 구입하고 음식을 준비해야 하기 때문이다. 어떤 음식들은 매우 짧은 공정만으로 만들어질 수 있지만, 어떤 음식들은 매우 까다로운 절차를 거쳐야 요리로 완성되기 때문이다. 오늘 준비한 아드리아해 특산품 뿔고동 뽀모도로 요리도 그중 하나이다. 


위 자료사진은 아드리아해를 바라보고 있는 이탈리아 남부 뿔리아 주 바를레타 해변의 아침 전경이다.


별 것 아닌 것 같지만 요리 세계는 요리사의 철학과 손맛 등이 어우러진 하나의 작품이다. 그냥 배불리 먹는 음식이라기보다 리스또란떼를 찾는 사람들은 식도락가가 대부분인 것. 그들은 음식의 맛을 선호할 뿐만 아니라 하나의 작품을 감상하듯 여러 시간을 두고 이야기를 나누며 음식을 먹는다. 예컨데 저녁 7시부터 시작된 체나는 자정이 넘을 때까지 이어지는 경우의 수도 허다하다. 


이때 가장 곤혹스러워하는 사람들은 꾸치나(주방)에 있는 요리사들이다. 퇴근을 하지 못하는 것. 손님들이 테이블을 떠나야 그제야 하루 일과가 끝나는 것이다. 손님들은 잘 모른다. 이런 경우의 수가 발생하면 주방에서는 "좀 빨리 가세요. 가라고..!!"와 비슷한 투덜거리는 소리가 이어진다. 그러거나 말거나 손님들은 살롱에서 근사한 요리를 앞에 두고 깨작거리는 듯 한 점 한 점 음식을 입으로 옮긴다. 




오늘 준비한 뿔고동 뽀모도로 요리도 비슷한 경우의 수가 될 개연성이 높다. 보통 우리가 고동을 먹을 때는 그냥 물에 삶아서 핀으로 까먹으면 그만이다. 그러나 이게 요리라는 옷을 입고 나타나면 사정이 달라진다. 몇 가지 절차가 더 포함되거나 부재료가 사용되기 때문인데, 이런 과정을 거친 요리들은 적게는 100유로 많게는 300유로 가까운 비용을 지불해야 먹을 수 있다. 


보통 사람들이 도무지 먹을 수 없는 비용이나 다름없다. 유명 셰프가 특정 리스또란떼에서 만든 작품일 때  그럴 수 있다. 이런 경우의 수 때문에 이탈리아인들 조차 리스또란떼 벽은 높게 생각한다. 그 대신 그들은 유명 셰프가 만든 요리를 가정식에 도입하여 억울함(?)을 풀게 된다고나 할까. 


장황하게 늘어놓은 글은 다름 아닌 오늘의 요리를 조금이라도 더 값지게 포장하려는 나의 의도나 다름없다.ㅋ 요리의 제목은 뿔고동이 살고 있던 '아드리아해의 추억(LA MEMORIA DEL MARE ADRIATICO)'이다. 이 요리 또한 예약 없이는 불가능한 뿔고동 요리이다. 간단한 듯 까다로운 절차 때문에 사전에 예약 한 사람들만 누릴 수 있는 요리인 것. 왜 그런지 살펴보자. Andiamo..!!




아드리아해 특산품 뿔고동 뽀모도로 요리 이렇게 만들었다


위 자료사진은 모두 여덟 컷이다. 비슷한 사진들이 있어서 이해를 돕기 위해 번호표를 매겨두었다. 설명을 곁들이면 이러하다.

#1. 대략 4인분(1킬로그램)의 뿔고동을 구입한 후 흐르는 물에 깨끗이 손질했다.

#2. 사진을 클릭해 보시기 바란다. 비노 비앙꼬 한 컵 분량을 넣고 끓인 후 물 한 컵 분량을 추가한 후 끓여낸 모습이다. 잠시 지옥을 경험한 뿔고동들이 내놓은 불순물을 볼 수 있다.

#3. 다 익은 고동의 불순물을 제거하기 위해 다시 흐르는 물에 깨끗이 씻었다. 이때 뿔고동 삶은 물은 버리면 안 된다. 뿔고동 요리에서 중요한 공정이다.

#4. 뿔고동을 잘 삶았으면 고운 채에 국물(육즙)을 잘 걸러낸다. 아드리아해 출신의 뿔고동들은 생각보다 육즙이 향기롭고 맛있다. 바다의 향기를 듬뿍 풍기는 것이다.





#5, #6, #7. 사진을 클릭하면 깨끗하게 손질된 다 익은 뿔고동을 볼 수 있다. 녀석들의 일부는 요리하느라 수고한 나의 입맛을 충족시켜줄 뿐만 아니라 요리에 올라갈 준비를 하는 것. 알맹이를 하나씩 분리하는 과정이다.

#8. 그리고 다수의 뿔고동들은 잘 갈아 놓은 뽀모도로(Passata di Pomodoro) 한 컵 분량과 함께 졸이기 시작하는 모습이다. 




얼마 후 뿔고동을 곁들인 살사 디 뽀모도로가 만들어진다. 이런 과정을 거치면 뿔고동 뽀모도로 요리(il Garagolo con Salsa di Pomodoro)로 탄생하게 되는 것이다. 위 자료사진에서 먹음직스럽게 재탄생한 뿔고동 요리를 볼 수 있다. 뿔고동 요리 과정에서 후추는 물론 소금은 전혀 사용하지 않았다. 이렇게 만들어진 요리에 빵과 비노 비앙꼬를 곁들여 먹으면 테이블 곁을 떠나고 싶은 마음이 전혀 들지 않을 것이다. 뽀모도로와 어우러진 뿔고동은 정말 기막힌 맛을 낸다. 브런치 글쓰기 200회 특집으로 자축하며 만들어본 요리이다.



-이탈리아 남부 뿔리아 주 바를레타에서 쓰다.

LA MEMORIA DEL MARE ADRIATICO
il Garagolo con Salsa di Pomodoro
Piatto e Foto di yookeun Chang_Geograf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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