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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내가 꿈꾸는 그곳 Nov 26. 2019

어느날 갑자기 대파가 먹고 싶었다

-내가 잘 몰랐던 대파의 놀라운 효능


지천에 널린 약이 되는 식품들..!!


바를레타의 요즘 날씨와 시장 풍경


요즘 내가 살고 있는 바를레타는 비가 오락가락하며 우중충한 날씨를 자주 연출한다. 한국의 장마철과 비슷한 날씨가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산책 겸 운동을 하던 시간이 조금씩 조절되거나 쉬게 되는 일이 생기는 것이다. 브런치에 글을 끼적거리는 현재도 비슷한 상황이어서 글을 쓰다 말고 바깥의 날씨를 살피게 된다. 하늘의 상태를 본 후 구름이 덜 끼었다면 언제라도 바닷가로 나갈 준비를 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창밖을 보니 어제저녁부터 시꺼멓던 하늘이 여전하다. 여명이 밝고 동이틀 시간인 데도 하늘이 찌뿌듯한 것이다. 어제 오전에도 이랬다. 따라서 잠시 비가 멈춘 후 바를레타 재래시장으로 갔다. 집에서 대략 1킬로미터 떨어진 곳으로 바람도 쇨 겸 장을 보러 간 것이다. 이곳 재래시장의 풍경은 조금은 색다른 모습이다. 





시장 입구 골목에 들어서기도 전에 천막을 두른 시장 위로 갈매기들이 떼를 지어 비행을 하는 모습이 멀리서 보이는 것. 재래시장 어물전에서 내다 버리는 생선 부산물을 찾아 가까운 바다에서 시장까지 날아든 것이다. 참 정겨운 모습이다. 그런 풍경은 녀석들 뿐만 아니다. 나를 포함하여 많은 사람들이 꾸역꾸역 시장으로 몰려드는 것이다. 

이날 나는 과일과 야채를 구매했는데 과일 두 종은 이곳의 지인에게 선물할 요량으로 2킬로그램을 더 구입했다. 그리고 이탈리아인들이 즐겨 먹는 야채 치매 디 라파(Cime di rapa)를 구입했다. 제철 야채로 우리 몸에 너무 좋은 야채였다. 그리고 시장을 한 바퀴 도는 동안 눈에 띈 게 대파였다. 




굵직한 뿌리에 흙을 잔뜩 두른 녀석들이 여간 좋아 보이지 않았다. 가격이 한몫 더 거들었다. 큼직한 한 단 가격이 65첸떼지모였는데 상인은 "두 단을 사면 1유로에 드리겠다"라고 제안을 한 것이다. 내가 가격을 깎자고 요구한 것도 아닌데 놀라운 가격을 제안했으므로 즉각 "좋다"라고 동의했다. 세상에 2킬로그램이 더 되는 대파를 우리 돈 1300원 정도에 구입한 것이다. 


이런 가격은 어쩌다 우리나라에서 '대파 파동'이 생길 경우에 있을법한 가격이지만, 관련 브런치에서 언급한 바 이곳 시장에서는 거의 대부분의 야채와 과일은 1킬로그램에 1유로 내외였다. 귀갓길이 약간은 힘들었다. 묵직한 장바구니 때문이었다. 따라서 귀갓길에 미리 지인에게 전화를 한 후 약속 장소에서 과일 일부를 건넸다. 그는 "고맙다"며 입이 귀에 걸렸다. 그리고 빠른 걸음으로 집으로 향했다. 빗방울이 후드득 거렸기 때문이다. 그리고 귀가 즉시 대파를 다듬기 시작했다.





내가 잘 몰랐던 대파의 효능과 대파 올리브유 구이


대파를 깨끗이 다듬고 보니 큼지막한 볼에 한가득이었다. 또 대파를 다듬는 동안 어떻게 요리를 해야 맛있게 먹을 수 있는지 생각한 끝에 간편하게 만들 수 있는 리체타를 생각해 냈다. 우리나라에서 먹던 파전을 머리에 떠올린 것이다. 주로 밀가루 혹은 게란을 풀어서 전을 부쳐먹던 파전의 리체타 외 대파 혹은 쪽파 등으로 만드는 김치는 물론 다양하게 요리해 먹던 식 재료였다. 그렇지만 이날 나의 리체타는 조금은 다른 요리법이었다. 


뜨겁게 데운 프라이팬 위에 올리브유를 살짝 두르고 구워내는 것이다. 아무런 양념도 하지 않고 접시에 담아낼 때 깨소금을 조금 흩뿌렸을 뿐이다. 그리고 먹을 때 약간은 짭조름한 뻬꼬리노 치즈 몇 조각을 곁들였을 뿐이다.  녀석들은 곧 입안에서 달짝지근한 맛을 풍기며 오래전 나의 아동기 시절을 떠올리게 만들었다. 


당시 나는 대파든 쪽파든 양파든 '파 자'가 들어가는 음식은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그나마 쪽파김치는 덜했지만 대파 전 등 음식에 대파가 들었으면 한쪽으로 제쳐두고 먹었던 것. 녀석들은 입안에 들어가는 즉시 물컹거리는 식감이 너무 싫었던 것이다. 어머니께서 그걸 눈치채지 못했을까. 어머니는 "이눔아 음식을 가리면 못쓴단다'라며 나를 꾸짖곤 하셨다.




그나저나 어린 녀석은 꾸짖음에도 불구하고 그때부터 대파만 보이면 음식을 깨작거리지 않고 아예 쳐다보지도 않는 것. 꾸지람을 피하는 어린 녀석의 요령이었다. 그런데 어머님의 그 같은 꾸지람은 '천명의 의사보다 더 나은 가르침'이었다는 것을 이탈리아 요리에 입문하면서부터 넌지시 깨닫게 됐다. 우리가 잘 아는 의학의 아버지 히포크라테스는 고대 그리스 의학을 혁명적으로 바꾸어 놓은 선지자였다. 당신께서 남긴 '히포크라테스의 선서'에서 이렇게 말했다. 


나는 이 선서와 계약을 지킬 것이니, 나에게 이 의술을 가르쳐준 자를 나의 부모님으로 생각하겠으며, 나의 모든 것을 그와 나누겠으며, 필요하다면 그의 일을 덜어주겠노라. 동등한 지위에 있을 그의 자손을 나의 형제처럼 여기겠으며 그들이 원한다면 조건이나 보수 없이 그들에게 이 기술을 가르치겠노라. 교훈이나 강의 다른 모든 교육방법을 써서라도. 출처: 히포크라테스 


오늘날 적지 않은  의사들이 이 같은 선서를 잘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원인 치료는 마다하고 결과 치료에 매달리는 얄팍한 상술을 즐겨 사용한다. 그들이 우리 가족들을 먹여 살린 어머니의 가르침만도 못하다면 서운해할까. 대파의 효능에 따르면 해독작용을 하며 암 예방에 탁월한 효과를 발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치매예방은 물론 혈액순환을 돕는 등 우리 인체에 매우 유익한 약과 다름없는 식 재료이다. 오죽하면 히포크라테스는 이런 말을 남겼을까..


"음식으로 고치지 못하면 약으로도 고치지 못한다"


이날 혼밥자가 구입한 두 단의 대파는 조금은 무리해 보이는 양일지 모른다. 그러나 이날 저녁 대파 구이를 통해 절반 이상을 먹어치웠다면 놀라운 일 아닌가. 어느 날 대파가 먹고 싶어 진 것도 내 몸이 원했던 것이지 아마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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