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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내가 꿈꾸는 그곳 May 20. 2023

우도, 동안경굴(東岸鯨窟)의 속살   

-환상의 섬 우도 긴 잠에서 깨어나다


검멀레 혹은 콧구멍이라 불리는 동안경굴의 속살은 어떤 모습일까..?!!



   검멀레 혹은 콧구멍이라 불리는 동안경굴이 한눈에 바라보이는 언덕 위에 서서 보니 콧구멍이 보이지 않는다. 제주 사람들은 이곳을 검멀레라 불렀는데 '검'은 '검다'는 뜻이며 '멀레'는 '모래'라는 뜻으로 검은 모래 해변을 뜻한다. 한반도에서 절만, 그것도 남한의 좁은 땅에서 이런 방언을 듣자 하니 마치 딴 나라에 와 있는 듯하다. 


오래전 제주도 해녀를 만났을 때 그녀가 말하는 방언을 전혀 알아듣지 못했다. 그런 얼마 후 제주도 구좌면 하도리 동동에 살았던 친구로부터 방언을 전해 들으며 "그게 말이냐 막걸리냐"며 키득거린 적도 있었다. 그건 그렇고 콧구멍은 또 뭔가.. 그 현장으로 들어가 보기 전에 일러둘 말이 있다. 



    서기 2023년 5월 20일 아침나절(현지시각), 우리가 살고 있는 이탈리아 남부 뿔리아 주 바를레타서 하니와 함께한 우도 여행을 돌아보고 있다. 우리는 우도 곳곳에 발도장을 찍았는데 포스트에 등장하는 풍경은 우도 8경 중 하나인 동안경굴(東岸鯨窟)로 가는 길에 만난 매우 평범한 풍경이다. 우도는 소가 누워있는 모습의 섬으로 낮과 밤(주간명월, 야항어범), 하늘과 땅(천진관산, 지두청사), 앞과 뒤(전포망대, 후해석벽), 동과 서(동안경굴, 서빈백사)를 우도팔경이라 하여 우도의 대표적인 풍경이라 말한다.



미리 일러두기


첫째, 주간명월(晝間明月:달그리안)은 우도봉의 남쪽 기슭 해식동굴 중 하나인 이 동굴은 한낮에 달이 둥실 뜬다. 오전 10시에서 11시경 동굴 안으로 쏟아지는 햇빛에 반사되어 동굴의 천장을 비추는데 햇빛이 닿은 천장의 동그란 무늬와 합쳐지면서 영락없는 달모양을 만들어 낸다. 이를 “주간명월”이라고 하는데 주민들은 “달그리안” 이라고도 한다.



둘째, 야항어범(夜航漁帆): 여름밤이 되면 고기잡이 어선들이 무 리를 지어 우도의 바다를 불빛으로 밝힌다. 이때가 되면 칠흑같이 어두운 날이라도 마을 안 길은 그리 어둡지가 않을 뿐만 아니라 밤하늘까지도 밝은 빛으로 가득 물들고, 잔잔할 때면 마치 온 바다가 불꽃놀이를 하는 것처럼 현란하다.



셋째, 천진관산(天津觀山): 우도 도항의 관문인 동천진동항에서 바라보는 한라산의 모습을 말한다. 여기서 보이는 한라산 부근의 경치가 제일 아름답게 보인다고 한다. (한라산너머 일몰풍경)



넷째, 지두청사(地頭靑莎): 우도의 전경을 한눈에 감상하는 것을 일컫는데 우도의 가장 높은 우도봉 (132m)에 올라가서 내려다보면 우도 전체의 풍경을 한눈에 볼 수 있고, 황홀한 초록빛 물결이 바다에 맞닿아 있음을 본다.



다섯째, 전포망도(前浦望島): 제주도의 동쪽 지역(구좌읍 종달리부근)에서 우도를 바라보면 동쪽으로 야트막하게 우도봉이 솟아 있고 서쪽 기슭을 따라 평평하게 섬의 중앙부가 이어지다 섬의 서쪽 끝은 수평선과 합쳐지면서 바다로 잠기어 버리는 모양이다. 이곳에서 바라보는 우도의 모습은 영락없이 소가 누워있는 형상이다.



여섯째, 후해석벽(後海石壁): 높이 20여 m, 폭 30여 m의 우도봉 기암절벽이다. 차곡차곡 석편을 쌓아 올린 듯 가지런하게 단층을 이루고 있는 석벽이 직각으로 절벽을 이루고 있다. 오랜 세월 풍파에 깎이어서 단층의 사이마다 깊은 주름살이 형성되어 있다.




일곱째,  동안경굴(東岸鯨窟): 우도봉 영일동 앞 검은 모래가 펼쳐진 “검멀래” 모래사장 끄트머리 절벽 아래 “콧구멍”이라고 하는 동굴에는 커 다란 고래가 살았다는 이야기가 전해져 내려온다. 이 굴은 썰물이 되어서야 입구를 통하여 안으로 들어갈 수 있다.



여덟째, 서빈백사(西濱白沙): 우도의 서쪽 바닷가에 하얀 홍조단괴해빈이 있다. 이 모래는 눈이 부셔 잘 뜨지를 못할 정도로 하얗다 못해 푸른빛이 도는데 우리나라에서 단 한 군데 이곳 바다에서만 있는 풍경이다.(홍조 단괴해빈 해수욕장).. 위 자료들은 우도면의 홈피에서 가져온 것으로 우리는 우도 8경 모두를 돌아봤으며 지금 등장한 풍경들은 명소로 가는 길에 만난 우도의 소박한 모습들이다.



우도는 제주도 방언만큼이나 낯설고 새롭다. 콧구멍이 보이는 언덕 위에서 바라보면 검멀레 해변이 보이고 언덕을 내려오니 콧구멍으로 보이는 동굴이 나타났다. 이곳은 하루에 두 번씩 밀물과 썰물이 오락가락하면서 콧구멍도 잠수했다가 얼굴을 내미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금은 썰물 때.. 콧구멍 속으로 들어가 본다.



우도, 동안경굴(東岸鯨窟)의 속살

-환상의 섬 우도 긴 잠에서 깨어나다



콧구멍으로 들어가는 입의 지층을 보니 까마득히 오래전으로 시간여행을 떠나는 듯하다.



제주도를 구성하고 있는 오름은 모두 360여 개로 알려졌다. 그래서 제주도를 '오름의 왕국'이라 한다.



우도 현지의 지인이 오름에 대해 상세하게 설명해 주었다. 화산활동이 한창일 때 마그마가 펄펄 끓어오르면서 오름이 생기는데 그 모습을 축소해 보면 죽을 끓일 때 뽀골뽀골 방울이 톡톡 터지는 형상이라고 한다.  그때 켜켜이 쌓였다가 식으면서 만들어진 지층이 눈길을 끈다.



사람들은 참 재밌다. 언제 어디를 떠나도 복을 비는 습성이 있다. 자나 깨나 불조심.. 꺼진 복도 다시 보자.. ^^



천천히 걸어서 콧구멍 앞까지 거의 다 왔다. 그때 만난 낯익은 풍경들..



내 고향은 부산.. 유년기를 행복하게 만들어주었던 낯익은 풍경이 콧구멍 앞에서 설렘 설렘..



우도의 콧구멍이 유년기를 소환할 줄 누가 알았으랴..



어떤 때는 부모님 몰래 서면에서 감만동 바닷가까지 걸어서 소풍을 가기도 했다.



그 바닷가를 처음 만난 이후 바닷가의 풍경에 홀딱 빠져버린 것이랄까.. 그때 내 곁으로 동행한 신의 그림자..



니와 함께 동행한 지인(후배)의 아들내니가 바닷속을 들여다보고 있다. 오래전 나의 모습을 보는 듯.. 귀여운 녀석..ㅋ 아마도 녀석도 소년기를 거치고 청년기.. 등 세월을 보내면 바닷가 풍경이 그리월질 테지..



콧구멍 앞에서 바라본 풍경에 그리움이 덕지덕지 달라붙어 있다. 유년기 때 본 바닷가 풍경들..



우도의 여러 명소들 중에 유년기를 소환하는 풍경은 서빈백사와 동안경굴이 안성맞춤이었다.



콧구멍 속을 드나드는 사람들.. 콧구멍 바닥에는 검멀레가 쌓였다.



콧구멍 속에서 바깥으로 바라본 아름다운 풍경.. 초록색 파래가 그리움으로 덕지덕지..



유년기를 지나 소년기 때 환등기와 카메라를 만지작 거렸다. 나를 행복하게 만들었던 취미생활이 시작된 것이며 그때마다 짬만 생기면 싸돌아 다녔다. 필름을 사느라 용돈이 늘 부족했다. 그렇지만 전혀 개의치 않았다.



주전부리를 하는 것보다 더 행복한 신의 그림자인 아름다움을 찾아 나서는 길.. 그게 어느 것 50년을 훌쩍..



그래서 신의 그림자가 드리워진 풍경 앞에 서면 하루종일 걸어도 피곤한 줄 모르며 행복해한다.



행복해서 미치는 게 아니라 어디 한 곳에 마음을 두면 행복해지며 그때부터 미치는 것이랄까..



이번에는 콧구멍을 벗어나 바닷가로 나가 콧구멍 속을 들여다봤다.



벌써 콧구멍을 몇 번씩 주절댄 것인가.. 이곳이 우도의 속살이며 검멀레 혹은 콧구멍으로 불리는 곳이다.



우리가 살고 있는 바를레타서 아침나절 내내 유년기 때 추억을 더듬으며 바닷가 풍경에 심취해 있다.



우도로 여행을 떠날 때 콧구멍을 주시해 주시기 바란다. 그것도 콧구멍 바깥에서 안으로 코를 후비듯 바라보는 풍경.. 사람들이 콧구멍 속으로 들락거리는 풍경이 너무도 아름답다.



이런 풍경을 만나면 설렘 정도가 아니라 거의 까무러칠 정도이다. 조그만 조약돌과 해초의 조화.. 그 어떤 예술가의 손에서도 빚어낼 수 없는 진정한 우도 동안경굴의 속살이 아닐지.. 썰물이 연출한 최고의 작품..!!



사람들은 대자연이 연출한 갤러리 앞에서 어쩔 줄 모른다. 신께서만 가능한 연출..



당신 앞에 서면 마냥 행복해진다. 그래서 호들갑을 떨며 온갖 재롱을 다 피우고 싶다.



유년기 때 엄마 아부지 앞에서 개다리춤을 추며 허전했던 멍석을 기쁘게 만들었던 추억이 그러할까..



다시 녀석이 내 앞에 나타났다. 잘은 몰라도 녀석의 가슴에는 신의 그림자가 드리워졌을 거야..



우도의 속살을 한 번이라도 들여다 봤다면 단박에 메두사(Medusa)를 떠올리게 될지도 모를 일이거든..



우도의 8경에 동안경굴(東岸鯨窟)이 포함된 건 우연한 일이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제주 사람들의 방언에 묻어난 낯선 표현들처럼, 나를 위해 붙여진 대명사 같은 검멀레와 콧구멍..



콧구멍을 떠나 다시 콧구멍이 바라보이는 언덕 위로 올라선다.



저만치 잠시 나를 품어주었던 동안경굴이 보인다. 어느덧 콧구멍에 물이 들기 시작한다.



우도의 속살이자 마법의 동굴 콧구멍..



검멀레 혹은 콧구멍이라 불리는 동안경굴의 속살 속에 나의 유년기가 오롯이 남아있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이탈리아 남부 뿔리아 주 바를레타서 너무 멀리 떨어져 있는 콧구멍. 이제는 그리움으로..


Un ricordo indimenticabile di un viaggio_ISOLA U-DO
Il 20 Maggio 2023, La Disfida di Barletta in ITALIA

Foto e scritto di YOOKEUN CHANG_GEOGRAF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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