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rro Chaltén, 첫눈에 반한 파타고니아 사진첩 #39
머나먼 여정.. 하니가 저만치 앞서 걷는 걸음마가 신난 아이들처럼 가볍다. 대단하다!
서기 2023년 5월 19일 늦은 저녁나절(현지시각), 우리가 살고 있는 이탈리아 남부 뿔리아 주 바를레타서 파타고니아의 명산 '담배 피우는 산' 쎄로 찰텐의 봉우리를 바라보고 있다. 우리는 한 번 가기도 힘든 이곳을 두 번씩이나 다녀왔다. 멀리서 바라만 봐도 묘한 이끌림을 만드는 마법의 산.. 다시 가라면 또 갈 수 있을까.. 생애 딱 한 번만 주어지는 귀한 여정을 나의 브런치스토리에서 이어가며, 지난 여정 <엘 찰텐, 그때 우리가 그 산중에> 편을 다시 돌아본다.
사람들의 마음을 지남철처럼 끌어당기는 곳. 이곳에 살았던 옛사람 인디오들은 이 산을 '담배 피우는 산'으로 불렀더. 동태평양의 고온 다습한 공기가 안데스를 거쳐 이 산을 지나며 생긴 안개와 구름과 눈발이 무시로 날리면서.. 그 형상이 담배를 피우는 듯한 모습에서 붙여진 이름이 엘 찰텐(El Chalten).. 하니와 나는 그곳을 향해 해돋이가 시작되기도 전에 숙소를 나서 걷고 있었다.
어느 날 이 봉우리는 피츠로이(Fitz Roy)로 불리게 된다. 우리에게 '종의 기원(L'origine delle specie )'으로 유명한 찰스 다윈(Charles Darwin)은 피츠로이 선장과 함께 비글해협(Beagle Channel)을 지나.. 오늘날 남미의 동태평양을 항해하면서 엘 찰텐을 만나게 된다. 그는 담배 피우는 산을 발견하자마자 마음을 빼앗긴 나머지 이 산의 이름을 자신의 이름으로 바꾸게 된다. 그런 연유로 엘찰텐은 피츠로이와 함께 두 이름으로 불리게 되었다는 것. 침탈자들의 속성은 주로 이런 모습일까..
아침의 해돋이에 비친 엘 찰텐(El Chalten)의 명산 피츠로이(Il monte Fitz Roy)가 신비스러운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그런 산을 원주민 마푸체 인디오들은 신성한 산으로 여겼다. 피츠로이가 위치한 곳은 아르헨티나 산타크루즈 주의 국립공원으로 로스 글라시아레스(Los Glaciares)와 칠레 쪽에서는 베르나르도 오히긴스 국립공원(parco nazionale Bernardo O'Higgins)의 일부를 형성한다. 피츠로이 산군의 최고봉은 해발 3,405미터에 이른다.
쎄로 찰텐(El Chalten)의 위치는 첨부한 자료사진과 같다. 이미지 출처: https://portfolio.photoseek.com/ Argentina & Chile Patagonia map: 11 February - 05 March 2020: El Calafate, Los Glaciares NP, El Chalten, Monte Fitz Roy, Torres del Paine NP.
Argentina & Chile Patagonia trip map: three Dempseys travelled from 11 February - 05 March 2020: El Calafate, Los Glaciares National Park, El Chalten, Monte Fitz Roy, Lago del Desierto, & Torres del Paine NP
il parco nazionale Los Glaciares, nella provincia di Santa Cruz, e dalla parte cilena, forma parte del parco nazionale Bernardo O'Higgins. Raggiunge un'altezza di 3.405 metri sul livello del mare. 자료출처: https://it.wikipedia.org/wiki/Monte_Fitz_Roy
하니와 함께 여행한 파타고니아의 엘 찰텐은 두 번이나 다녀왔다. 님미일주 여행에서 만난 후 감동에 젖어 다시 파타고니아 여행 때 다녀온 것이다. 보통의 경우 한 번 다녀오면 호기심이 사라지고 시큰둥해지는데 피츠로이는 전혀 그렇지 않았다. 그래서 그녀는 가끔씩 다시 파타고니아를 다녀오고 싶어 한다. 우라에게 피츠로이는 그런 산이자 파타고니아 최고의 명소 중에 하나였다.
-Cerro Chaltén, 첫눈에 반한 파타고니아 사진첩 #39
하니가 저만치 앞서 걷고 있다. 그녀의 뒷모습이 담긴 참 귀한 기록이다.
그녀의 뒷모습을 확대해 보니 걸음걸이가 가볍다.
담배 피우는 산을 향해 가는 동안 뷰파인더는 바쁘게 움직였다. 생전 처음 보는 광경들..
닷새 전, 담배 피우는 산으로 가는 길을 포스트에 담는 동안 이웃 한 분이 이곳으로 가는 루트를 물었다. 그래서 두루뭉술 이렇게 답해드렸다.
"파타고니아 여행 계획을 세우셨다니 멋집니다. 여행 기간을 얼마나 잡았는지 모르겠습니다. 엘 찰텐으로 가는 길은 하나밖에 없습니다. 뻬리또 모레노 방하를 구경하고 그곳에서 엘 찰텐으로 가는 버스를 이용하면 됩니다. 다른 루트는 산 까를로스 데 바릴로체(San Carlos de Bariloche)서 루따 꾸아란따(La Ruta 40, Argentina)로 가는 길은 있습니다만, 파타고니아 투어에 어울리지 않는 루트입니다. 여행 계획을 세우실 때 의문이 나면 글 남겨주시기 바랍니다. 멋진 여행 되시기 바랍니다. ^^"
댓글을 통해 대략적인 루트를 알려드렸지만 뭔가 찜찜하여 마음먹고 우리가 이동한 루트를 챙겨봤다. 하니가 저만치 앞서 걷고 있고 담배 피우는 산의 비경을 담고 있는 나 보다 꽤 많이 앞서고 있다.
이때 남긴 기록들을 보니 여전히 현장에 가 있는 듯한 기분이 든다.
우리가 이곳까지 당도한 루트는 만만치 않았다.
배낭여행을 하고 있는 우리는 누구의 도움도 없이 모든 여정을 스스로 해결했다.
이런 배짱은 내가 구사하는 스페인어 때문이었다. 중미 카리브의 베네수엘라서 일 할 때 배운 스페인어가 큰 도움이 된 것이랄까.. 님미일주 여행과 파타고니아 여행의 가장 큰 무기(?)가 언어였다.
다시금 생각해 봐도 낯선 땅 먼 나라서 이런 배짱으로 여행하기 힘들 것으로 생각한다.
그런 나를 향해 그녀는 가끔씩 '강심장'이라고 말한다. 시쳇말로 우리는 '목숨을 걸고' 여행에 임했을 만큼 싸돌아 다니는 데는 일가견이 있다. 까이꺼.. 죽기 전에 하늘이 허락한 신의 그림자를 마음껏 누려야 하지 않을까..
앞서 언급한 질문에 대해 우리가 이동한 루트를 정리해 보니 까마득하다. 혹시라도 담배 피우는 산으로 여행을 떠나시는 분들은 참고하시기 바란다.
우리가 이동한 루트를 순서대로 편집했다. 뿌에르또 몬뜨에서부터 뿌에르또 인제니에로 이바네스까지.. 이곳에서 호수를 건너 칠레치코로 이동했다.
그다음 파타고니아 남부 깊숙한 곳을 여행한 후 다시 칠레 치코로 돌아와 아르헨디나의 평원을 가로지르는 기나긴 여행이 시작됐다. 리오 가제고스까지 도착할 때까지 1박 2일이 소요됐다.
그다음 리오 가제고스에서 뿐따 아레나스로 이동했다. (중간에 등장한 여행기는 생략한다)
그동안 만났던 파타고니아 여행기는 이런 여정을 따라 기록되고 있는 것이다.
그다음 여정은 뿐따아레나스에서부터 뿌에르또 나탈레스까지이다. 마젤란 해협이 눈앞에 어른거린다.
그리고 뿌에르또 나탈레스서 휴식을 취한 뒤 뻬리또 모레노 빙하의 배후 도시인 깔라파떼로 이동했다. 장차 담배 피우는 산으로 가는 길목에 위치한 배후 도시라고나 할까..
깔라파떼 시외버스 터미널에서 엘 찰텐으로 가는 버스를 이용하면 3시간 남짓한 시간에 담배 피우는 산이 빤히 올려다 보이는 마을 엘 찰텐에 도착하게 된다. 버스를 타고 이동하는 가운데 좌측으로 보이는 비에드마 호수가 여행자의 마음을 설레게 한다.
신의 그림자가 드리운 참 아름다운 담배 피우는 산으로 가는 길..
시간적 여유가 좀 더 있었더라면 뷰파인더는 얼마나 행복했을까..
하니가 앞만 보며 부지런히 갇는 가운데 뷰파인더를 자꾸만 잡아당기는 신의 그림자..
그럴 리도 없고 기회도 사라졌다. 하지만 다시 한번 더 이곳으로 여행을 떠난다면 아예 눌러 살고 싶다.
그땐 시도 때도 없이 신의 그림자와 함께 동행하겠지..
작은 풀꽃들에게도 세심한 배려를 하는 사람들.. 난 그런 사람들이 좋다.
아마도 파타고니아 여향을 꿈꾸시는 분들이 그런 사람들이 아닐까.. 다시 한번 더 루트를 점검한다.
엘 깔라파떼서부터 엘 찰텐까지 이어지는 꿈같은 여정.. 담배 피우는 산으로 가는 길은 하나뿐이다.
담배 피우는 산으로 가는 길에 만난 뭇새 한 마리.. 녀석은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죽기 전에 다시 한번 더 가고 싶은 산.. 그런 날이 온다면 그리움에 벅차 펑펑 울고 말 테지..
Cerro Chaltén, le montagne fumano_Monte Fitz Roy PATAGONIA
Il 19 Maggio 2023, La Disfida di Barletta in ITALI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