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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내가 꿈꾸는 그곳 Dec 04. 2019

첫눈에 홀딱 반하게 된다

-소 내장 라구 살사로 만든 뽀모도로 스파게티

어디에 홀딱 반한다는 건 좋은 일이지 아마도..!!



이틀 전(3일 현지시각), 아침 운동을 끝마치고 귀갓길에 한 대형마트에 들렀다. 평소 거의 매일 다니다시피 하는 대형마트에서 찜해둔 식재료 소 내장(천엽_Trippa cotta di Bovino adulto)을 구입한 것이다. 천엽은 소의 위 중에서 3번째 위실을 뜻하는데 우리에게 낯익은 식재료이다. 천엽은 나뭇잎 모양을 닮은 얇은 내장이 천 개나 붙어있다는 데서 유래됐다고 한다. 


천엽은 단백질 함량이 높고 칼슘, 인, 철, 칼륨 등 각종 비타민이 풍부한 식재료이다. 비타민 A, 비타민 B가 풍부하여 눈의 피로를 덜어주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비타민 E가 풍부해 몸의 피로를 풀어주며 항산화 효과까지 가진 기막힌 식품이다. 거기에 간에 좋다고 하므로 애주가들은 생간과 함께 천엽을 생으로 먹곤 했다. 나 또힌 그랬다. 



이틀 전 운동에 나서 만난 바를레타 항구의 평온한 정중동의 모습이다. 곧 비를 뿌릴 것 같은 날씨였는데 이날 오후부터 비가 내렸다.


그때는 어느 도살장 근처에서 갓 잡아온 믿을만한 싱싱한 것들을 주로 먹었다. 참기름에 소금을 넣은 소금장 외 다른 양념이 필요 없을 정도로, 한번 입맛에 들이면 중독성이 있을 정도로 맛있는 식품이다. 그런데 이탈리아 요리에 입문한 후 피렌체에서 살고 있는 동안 잠시 천엽을 멀리했다. 


피렌체를 방문하는 사람들은 거의 한 번은 들르게 되는 중앙시장에서 맛본 소 내장 버거는 맛있긴 해도 한국에서 먹던 천엽 혹은 소 내장 맛과 달랐다. 이곳에서는 커다란 들통에 소 내장 부산물을 뭉근하게 끓이는데 소 내장의 잡내를 제거하기 위해 부케가르니(향초 다발)와 바실리코를 많이 사용하고 있었다. 따라서 중앙시장 입구에 발을 들여놓으면 향긋한 냄새가 진동을 한다. 소 내장을 삶아 내는 데 사용된 향초들 때문이었다. 




그런데 소 내장 버거에 잘게 다져 올린 부산물들의 신선도를 알 수 없는 것. 그래서 한 번 맛 본 이후로 다시 찾지 않게 된 것이다. 그런 반면 손질을 잘해둔 신선한 천엽은 가끔씩 사 먹곤 했다. 이날 아침 마트에 들러 장을 봐온 천엽도 같은 이유로 나의 눈길을 끌었다. 하지만 한국에서처럼 생으로 먹기엔 부담스러워 즉각 소 내장 라구 살사로 만든 뽀모도로 스파게티(PASTA AL RAGU DI TRIPPA_AL POMODORO) 만들기에 돌입했다. 



이런 요리는 식은 죽 먹기나 다름없다.  뜨겁게 달군 팬 위에 올리브유를 두르고 마늘을 여러 쪽 넣고 먼저 마늘 기름을 만든다. 마늘향이 진동하면 천엽을 넣는다.(치익~) 이날 사온 천엽 전부(450그램)를 넣었다. 잠시 뚜껑을 덮고 천엽이 마늘 기름과 한바탕 전투를 벌이는 현장(바글바글~)을 청취한 다음 간장 한 큰 술을 넣는다.(찌직~) 그다음 부드럽게 잘 갈아놓은 빠싸따 디 뽀모도로(Passata di Pomodoro) 한 컵 분량을 투입했다. 그리고 끓기 시작하면 약불로 낮추어 뭉근하게 10분 이상 끓여준다. 


나는 이날 20분 정도 뭉근하게 끓이며 졸였다. 물과 소금 후추를 사용하지 않았다는 점 유의하시라. 대략 소 내장 라구 살사가 완성될 즈음 한쪽에서 스파게티를 알덴떼로 잘 삶는다. 그런 다음 볼을 준비하거나 팬 위에 스파게티를 올려놓고 잘 섞으면 끝!! 어제 아침 운동 마치고 먹었음에도 불구하고 글을 쓰는 동안 침샘이 난리가 아니다. 누구든지 이 맛을 보는 순간부터 홀딱 반하게 된다. 


PASTA AL RAGU DI TRIPPA_AL POMODORO
il 03 Dicembre, Citta' di Barletta PUGLIA
Piatto e Foto di yookeun Chang_Geograf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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