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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내가 꿈꾸는 그곳 Dec 05. 2019

새우 1킬로그램을 몽땅 다 먹었다

-새우를 통째로 다 먹는 특별한 요리


자연으로부터 얻는 영감은 이런 것..!


어제(4일 현지시각) 아침 운동을 끝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평소에 봐 두었던 한 장소로 가게 됐다. 바닷가에서 가까운 그곳에는 야생 루꼴라의 샛노란 꽃잎이 무리 지어 피어있는 곳이었다. 일부 사유지가 끼어있었으므로 출입이 부자유 로워 넓은 터를 한 바퀴 돌아가야 했다. 철망 곁에서 오가며 바라보던 야생 루꼴라 꽃을 카메라에 담을 요량이었다. 그리고 그곳에서 잠시 잊고 살던 새우요리를 떠올리게 된 것이다. 루꼴라와 어느 풀꽃이 시든 풍경을 통해 까칠한 새우의 모습을 떠올린 것이다. 




따라서 귀가 즉시 바를레타 재래시장에 들러 새우 1킬로그램(5유로)을 구입하게 됐다. 이날 구입한 새우는 손가락만 한 것으로 싱싱해 보였다. 또 싱싱한 오징어도 2킬로그램을 구입했다. 현장에서 생으로 맛을 보니 오징어회가 생각난 것. 집으로 돌아온 즉시 새우 요리에 들어갔다. 


새우는 이탈리아인들이 매우 즐겨먹는 식재료로 리스또란떼에서는 우리나라 대하 새우보다 조금 작은 감베리 로쏘(IL GAMBERI ROSSO)를 손님상에 올리면 비싼 값을 받게 된다. 요리 방법 등에 따라 가격은 천 차 별 만차 별.. 

이탈리아 요리에 입문한 후 피렌체의 한 리스또란떼에서 감베리 로쏘 요리 준비 과정 등을 내가 맡기도 했다. 한국에서 자주 먹던 식재료여서 별로 낯설지 않았던 것이다. 이탈리아에서는 새우요리는 너무 중요하여 그야말로 오만가지 리체타가 등장한다. 그중 내가 선호하는 새우요리를 만들어봤다.



새우를 통째로 다 먹는 특별한 요리




위 자료사진의 번호표를 참고하시기 바란다. 해산물 왕국 대한민국에서는 누구나 한 번쯤 따라 해 봤음직한 매우 쉬운 요리로 #1 자료사진은 시장에서 구입한 싱싱한 새우를 맹물에 깨끗이 씻은 모습이다. #2는 깊은 프라이팬에서 뚜껑을 덮고 대략 5분 정도 쪄낸 것이다. 물을 사용하지 않고 새우에 묻어난 물기와 육즙으로만 쪄냈다. #3은 이렇게 쪄낸 새우를 비노 비앙꼬를 곁들여 야금야금 혼자 다 까먹기 직전의 모습이다. 그리고 중요한 과정이 남았다.  


#4의 과정은 새우 껍질을 발라내며 먹을 때 새우 대가리를 따로 떼내어 모아둔 후 새우 요리의 백미를 가져다 주기 작전 펜 위에 올려진 모습이다. #5의 자료사진은 새우 대가리 튀김을 하는 모습이다. 튀김용 기름은 발연점이 낮은 올리브 오일 한 컵 분량을 사용했다. 센 불에 대략 3분 정도만 튀기면 기막힌 새우 대가리 튀김이 완성된다. #6 튀겨낸 새우 대가리를 키친타월을 이용해 묻어난 기름기를 제거했지만 꼭 그럴 필요가 없다. #7은 튀긴 새우를 접시에 담아 루꼴라 꽃잎으로 장식했다.




새우 대가리 튀김의 맛은 어떨까


이날 튀겨낸 새우의 맛은 여러분들이 한 때 즐겨먹던 새우깡의 맛과 비교가 안 될 정도이다. 하나를 집어 입에 넣어 씹으면 아싹아싹 소리를 내며 새우 본연의 특별한 맛을 낸다. 새우 대가리에 포함된 '어두일미'의 농축액이 그대로 남아 입안에서 감칠맛을 내는 것이다. 뾰족한 침이나 수염들도 모두 튀겨져 그냥 먹어도 입안이 부르트는 법이 없다. 꼭꼭 씹으면 씹을수록 진한 새우 맛을 느끼게 되며 종국에는 껍질 조각이 입안에 남을 겨를이 없다. 



이 튀김은 맥주 안주에 안성맞춤이다. 만약 어떤 호프집에서 이 같은 차림표를 내놓는다면 불티나게 생맥주가 팔려나갈지도 모를 일이다. 그리고 오늘 아침 운동을 끝마치고 먹기 위해 한팩 분량(대략 50그램)의 튀김을 남겨두었다. 그러니까. 새우 1킬로그램을 통째로 전부 다 먹은 셈이다. 


리스또란떼에서는 크기가 큰 감베리 로쏘의 등에 칼집을 내고 내장을 빼내는 작업이 필수적이지만 작은 새우는 그렇게 할 필요도 없거니와 새우 전체를 하나도 빠짐없이 다 먹는 것. 익혀 먹고 튀겨먹고 조려 먹고 푸르띠 디 마레(frutti di mare)에 섞어 먹는 등 오만가지 리체타가 상존하는 것이다. 그리고 손남상에 접대될 때 아뮤즈 부쉬로 변신해도 손님들이 너무 좋아한다. 



새우 요리로 만들어 본 접시 연출




기억하시는가.. 얼마 전 뿔고동 요리에 사용하고 남았던 껍질은 손님상을 훌륭한 눈요깃거리로 만든다. 깨끗하게 잘 손질됐다. 본격적인 해산물 요리 혹은 새우 요리를 맛보기 전에 등장한 이 같은 풍경은 분위기를 한층 더 올려줄 뿐만 아니라 맛까지 배가시킨다는 점이다.



어때요?.. 먹음직스럽지 않나요..?!!



-이탈리아 남부 뿔리아 주 바를레타에서 쓰다.

I GAMBERI SI MANGIA TUTTO
il 04 Dicembre, Barletta PUGLA
Piatto e Foto yookeun Chang_Geograf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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