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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내가 꿈꾸는 그곳 Dec 09. 2019

가장 조그마한 요리

-한 입 크기 한 입 요리 아뮤즈 부쉬의 세계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침입자..!!


사흘 전, 나는 한밤중에 일어났다. 잠이 깊이 들어야 할 시간에 일어난 것이다. 한밤중에 일어날 시간이 아닌데 일어난 이유는 다름 아니다. 몸 어딘가에 야릇한 현상이 일어난 것이다. 통증도 아니고 '안 통증'도 아닌 매우 불쾌한 이런 현상은 한두 번 이상 겪어 본 게 아니다. 모기의 출현이었던 것이다. 한국에서도 그랬지만 이탈리아에 둥지를 튼 이후에도 녀석은 줄곧 나를 괴롭혔다. 


피렌체의 모기도 유명하다. 아르노 강가에서 서식한 모기들이 시도 때도 없이 출현하여 아내의 짐보따리 속에 아예 모기장을 넣어 왔다. 그 모기장을 침대 위에 설치해 놓았던 것. 그럼에도 불구하고 잠이 들면 어느새 뒤척거림이 생기고 몸의 일부가 모기장에 닿으면 여지없이 모기들의 공격이 시작되곤 했다. 문을 꼭꼭 잘 닫았음에도 불구하고 작은 틈새를 통해 침입한 특공대들이었다. 




나는 세상에서 두 가지를 두려움 이상으로 거부한다. 모기 하고 치과가 그러하다. 모기는 안면을 방해할 뿐만 아니라 짜증의 원천이었다. 그리고 치과에 갈 일이 생기면 몸이 움츠려 든다. 세상 겁 없이 무서운 것 없이 살았지만 치과에 발을 들여놓으면, 그때부터 끝이 보이지 않을 만치 오그라 들고 쫄아든다. 


온몸에 수분이 다 빠져나간 듯하다. 발치나 잇몸치료 중에는 그 정도가 심해서 스스로 자기 검열에 돌입하며 온 몸의 신경을 곤두세우곤 한 것이다. 그리고 치과를 나가는 순간 무한한 해방감을 맛보는 것이다. 모기도 같거나 비슷한 존재였다. 어느 날 무사하기만 해도 세상이 다 좋아 보이는 것. 



내 몸을 향한 이 같은 침입자들은 반드시 기분 나쁜 일만 하는 게 아니었다. 어둠이 있으매 빛이 존재하는 것과 같은 이치랄까. 그냥 지나쳐도 될 것 같은 아주 소소하고 사소한 일이 사고를 치는 경우를 보게 된다. 무쇠에 새겨진 작은 흠이 종국에는 부러뜨림을 만드는 것과 다르지 않다. 


음식이 그러하다. 어느 날 맛 본 음식이 평생을 따라다니며 '자기만 봐 달라'며 조르는 것이다. 세상에서 제일 작은 축에 속하는 모기와 별반 다르지 않다. 녀석의 별명은 '한 입 크기 한 입 요리'이며 프랑스어로 '아뮤즈 부쉬'라고 소개해 드린 바 있다.  




어느 날 리스또란떼에서 이 음식을 맛 본 후 어느새 주 요리보다 곁들인 음식에 유혹되거나 중독된 당신을 보게 될 것이다. 한 입 밖에 먹지 않았을 뿐인데 모기가 날 괴롭힌 이상의 통증(?)을 기억하게 되는 것이다. 맛의 세계란 참으로 오묘한 것이어서, 어느 날 당신의 입맛을 침입하여 자극한 기억을 결코 잊지 못하게 만드는 것이다. 오늘 소개해 드리는 <세상에서 가장 조그마한 요리> 아뮤즈 부쉬의 세계가 그런 셈이다. 


자료사진에 나타난 것처럼 매우 간단해 보이는 리체타이지만, 셰프의 요리 철학이나 미학이 곁들여지지 않으면 탄생 불가능한 아뮤즈 부쉬의 세계이다. 이 요리를 위해 숟가락과 작은 접시 및 식재료를 따로 구입했다. 이날 사용된 식재료는 크레마 델 푸르띠 디 보스꼬(Crema del Frutti di Bosco)와 살라메 디 따끼노(Salame di Tacchino), 나의 브런치에서 자주 만난 새우와 루꼴라 꽃잎이었다. 그리고 양파 새순과 옥수수튀김(Patatine di mais) 한 조각이 투입됐다. 



관련 브런치에서 미리 언급한 바 한 입 크기의 한 입 요리는 리스또란떼를 찾은 손님들에게 무료로 제공되는 음식이며, 이 음식은 주로 식전주와 함께 곁들이게 된다. 그렇다면 맛은 어떨까.. 딱 한 숟가락을 입안에 넣는 순간 보스꼬 향기가 물씬 풍기며, 향긋한 새우맛이 동시에 입안에 어우러진다. 


이때 물컹한 식감이 대부분인 한 입 요리에 아싹 거리는 옥수수튀김이 조화를 이루게 된다. 그와 함께 루꼴라 꽃잎의 약간은 쌉쌀한 맛과 양파순의 매콤한 맛이 상큼하게 어우러지며 당신의 입맛을 침입하게 된다. 세상에서 제일 작은 요리가 어느 날부터 당신의 입맛을 침입하고 지배하게 되는 건 이때부터이다!!


IL PIATTO MINIATURA_AMUSE BOUCHE
il 08 Dicembre, Citta' di Barletta PUGLIA
Piatto e Foto di yookeun Chang_Geograf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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