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내가 꿈꾸는 그곳 Dec 08. 2019

넘 귀여워 넌 오징어가 아냐

-요리의 오만가지 변신의 시작

총알 오징어 대가리에 깨소금을 뿌렸을 뿐인데..!!


자화자찬이란 이런 것일까.. 늦게 배운 도둑 날 새는 줄 모르다는 우리 속담처럼 늦깎이로 입문한 이탈리아 요리는 빈틈을 주지 않고 요리 삼매경에 빠져들게 한다. 사정상 아직은 보다 섬세하고 까다로운 리체타를 지닌 요리에 접근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지만, 그럭저럭 모양은 갖추어가고 있는 모습이다. 간밤에 총알 오징어를 이용해 만든 요리도 그중 하나이다. 이미 나의 관련 브런치를 통해 총알 오징어의 변신 과정을 소개해 드린 바 있다. 참고하시기 바란다. 



요리의 오만가지 변신 과정은 식 재료를 어떻게 사용하는가에 달려있다. 간단해 보이는 <넘(너무) 귀여워 넌 오징어가 아냐>라고 이름 붙인 오늘의 리체타도 그러하다. 글을 쓰고 있는 현재 시각은 오전 9시 30분경(현지시각)으로 한국은 오후 5시 30분을 향해 가고 있다. 휴일이 끝나가고 있는 풍경인데 주말에 먼 곳으로 다녀오신 분들은 곧 월요병을 앓을 것이다. 노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어서 피곤한 것이다. 


그런 반면에 방콕을 하신 분들도 적지 않다. 브런치 홈에 올려둔 어느 작가의 제목에서 유추할 수 있듯이 '돈 아끼려고 집에 있는다'라는 사람도 있다. 요리가 오만가지 듯이 세상 사람들의 삶도 각자의 처지 등에 따라 오만가지인 것이다. 


그중 방콕 하신 분들 혹은 애주가들이나 집들이 등 행사에 요긴하게 쓰일 리체타를 소개해 드린다. 간밤에 이 요리의 백미를 장식할 깨소금을 총알 오징어에 몇 알 흩뿌려 놓고 혼자 빵 터지고 말았다. 너무 귀여운 것이다. 오징어가 이렇게 귀여워 보인적은 생전 처음이다. 그 현장으로 가 본다.




넘 귀여워 넌 오징어가 아냐


위 자료사진을 보면 양파에 새순이 돋아난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이다. 곁에는 샛노란 잎을 내놓은 루꼴라(La rucola)이다. 꾸치나 바로 곁 건조기 위에 올려둔 녀석들은 다육이와 함께 실내에서 잘 자라고 있다. 다른 꽃들도 마찬가지로 꾸치나 한편에서 나의 부름을 기다리고 있는 것. 이 같은 습관은 피렌체의 한 리스또란떼에서 현장 실습을 할 때부터 시작됐다. 


아침에 출근하면 맨 먼저 정원에 나가 요리에 사용할 향초를 따오는 게 나의 일상 중 하나였다. 그다음 요리에 쓰일 장식은 거의 내 손을 거쳐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요리사들이 가지지 못한 미적 감각 때문이랄까. 아무튼 식재료나 향초를 보는 순간부터 어떻게 응용할 것인가 하는 게 한순간에 머릿속에 정리된다. 양파 새순이 그러하다. 


이날 양파 새순이 리체타에 포함된 것은 양파의 몸통에서 잘 느끼지 못하는 식감과 향기 때문이었다. 양파처럼 달콤한 맛이 적은 반면 새순은 톡 쏘는 매콤한 맛을 자랑한다. 따라서 총알 오징어에 곁들인 살사 디 뽀모도로의 맛을 배가시켜주는 증폭장치라 보면 된다. 



그리고 자료 사진을 잘 보시면 오징어 표면에 약간은 반들거림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아울러 살사에도 기름 방울이 보일 것. 요리가 오만가지로 변신할 때 매우 중요한 부분이라 생각한다. 기름방울의 정체는 

새우 1킬로그램을 몽땅 다 먹었다는 글에 포함된 것이다. 


새우 대가리를 올리브유에 튀기고 바닥에 남은 반 컵 분량의 기름을 채에 잘 거른 다음 보관한 후 이날 리체타에 사용하게 된 것이다. 기름은 새우 향기가 진동한다. 따라서 몇 방울의 기름만으로도 총알 오징어의 맛을 최대한 끌어올리게 되는 것이다. 오징어 맛+해산물 향기가 접시 위에서 난리법석을 피우는 것. 


그리고 오징어 대가리에 기름 몇 방울 없이 깨소금을 흩뿌리면 녀석들이 미끄럼 타듯 아래로 쪼르륵 다 흘러내릴 것이었다. 하지만 기름 한 방울 때문에 깨소금이 착 달라붙으면서 재밌는 풍경을 만들어 낸 것이다. 이렇게 만든 요리를 방콕 하시는 분들이나 애주가 여러분들이나 집들이 등 행사에 1인 당 한 접시씩 내놓으면 칭찬이 자자할 게 분명하다. 끝!!


I CALAMARAI BOLLITI CON SALSA DI POMODORO
il 06 Dicembre, Citta' di barletta PUGLIA
Piatto e Foto di yookeun Chang_Geografia


매거진의 이전글 식도락가 사로잡은 명품 해산물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