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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내가 꿈꾸는 그곳 Dec 16. 2019

크리스마스에 잘 어울리는 음식

-오징어와 토마토로 맛을 낸 파스타

크리스마스 혹은 연말연시에 어떤 음식을 즐기시는지요..?!


이탈리아 요리에 입문한 후 맨 먼저 현장 실습을 한 곳이 르네상스의 고도 피렌체였다. 장차 디플로마를 취득하면 피렌체에서 둥지를 틀 요량이었던 것이다. 당시 나는 이탈리아인의 아파트에 방을 얻어 생활하고 있었다. 집주인 아주머니는 주말마다 친구들을 초대해 음식을 나누어 먹곤 했다. 


주지하다시피 이탈리아인들은 모이기만 하면 수다를 떠는데 익숙한 민족이다. 집으로 초대되는 즉시 인사를 나누는 것은 수다의 시작을 알리는 신호나 다름없다. 이때부터 집으로 돌아갈 때까지 온갖 잡담과 수다가 떠들썩한 것이다. 


위 자료사진은 2018년 12월 24일 피렌체의 뷔아 데이 깔사이울( Via dei Calzaiuol) 거리 풍경으로 인파가 미어지는 모습이다. 아마도 지구별 통틀어 가장 아름다운 크리스마스 풍경이 아닐까 싶다.


그런데 이런 수다는 나를 매우 힘들게 했다. 리스또란떼의 빠우자(Pausa_휴식) 시간에 잠시 눈이라도 붙이려면 떠드는 소리 때문에 짜증이 날 정도였다. 이들은 그런 나의 심정도 모른 채 방문을 노크한 후 같이 음식을 나누잔다. NO, GRAZIE!!.. 정중하게 사양한 일이 한두 번이 아니다. 


당시 나는 주방에서 내가 직접 음식을 만들어 먹곤 했는데 주방은 그야말로 '6.25 때 난리는 난리가 아닐 정도로' 엉망진창이었다. 매일 먼지 한 톨 없는 꾸치나 에서 일하던 내게 그런 풍경은 용납이 되지 않았다. 이들은 음식을 나누고 있던 중이었으므로 주방 안은 집기들이 마음대로 널브러져 있었다. 커피포트며 냄비며 프라이팬이며 들통까지 넓지 않은 주방 안은 어디 손을 쓸 자리도 마땅하지 않았던 것이다. 


위 자료사진은 번호표를 매긴 순서대로이다. 싱싱한 총알 오징어를 흐르는 물에 깨끗이 씻었다. 재료가 싱싱했으므로 내장은 제거하지 않았다. 뜨겁게 달군 프라이팬에 마늘 기름을 만든 다음 오징어를 투입하여 끓인다. 물은 사용하지 않았다. 한소끔 끌기 시작하면 빠싸 디 뽀모모로 한 컵 분량을 넣고 조리기 시작한다. 다 조린 살사는 알덴떼로 잘 익힌 파스타와 쓱싹 비벼내 접시에 올리면 끝! 사진은 센 불에서 약불로 조절한 것으로 자료사진과 영상은 이해를 돕기 위해 만들었다. 그리고 본문에 삽입된 최종 요리는 호두를 잘게 다져 식감을 더했다. 루꼴라 입과 꽃으로 장식했다. 크리스마스나 연말연시 가족 혹은 친지들과 나누어 먹으면 두고두고 잊지 못할 추억으로 남을 것..!


이 같은 현상은 12월이 되면서 부쩍 많아지고 손님들의 수다는 절정으로 치달았다. 그런 어느 날 주방에서 재밌는(?) 풍경이 발견됐다. 커다란 들통 속에 뽀모도로 살사로 만든 파스타가 절반은 남는 듯했다. 손님들이 오면 한 접시씩 담아주면서 남아있던 음식이었다. 이탈리아인들의 가정식을 최초로 경험한 게 이때였다. 이들은 우리가 칼국수를 끓여먹듯이 후다닥 음식을 만들어 내는 것. 




이탈리아 가정식도 우리처럼 리스또란떼 음식과 비교할 정도는 아니었지만, 크리스마스나 연말연시에 이웃들과 나누어 먹는 음식이 매우 간결하고 영양가 있었던 것이다. 뽀모도로 살사만 있으면 어떤 식재료를 투입하는가에 따라 요리의 이름이 달라지는 것이다. 


쇠고기나 돼지고기를 사용하면 그에 걸맞은 음식 이름이 탄생하고, 야채를 사용하면 야채의 이름과 관련된 요리 이름이.. 그리고 해산물을 사용하면 프루띠 디 마레(Frutti di Mare)로 변신을 하게 되는 것이다. 




우리는 이들과 다른 문화 등으로 크리스마스 혹은 연말연시에 따로 제철에 맞는 음식을 찾기 어려운 게 사실이다. 외식을 하던지 어쩌면 통닭이나 삣싸(Pizza)를 주문해서 가족과 나누는지도 모를 일이다. 내가 알기로 이때만 되면 통닭집이 불이 난다. 그게 조금 더 진화를 거듭해서 요즘은 삣싸를 많이 주문하는 것 같다. 뭐.. 돼지족발도 빠지지 않을 것이다. 또 다양해진 먹거리들이 들뜬 연말연시의 분위기에 편승할 것이다. 


그런데 이탈리아인들은 배달음식에 익숙하지 않고 전통을 중시하는 보수적인 민족인 고로 가족들과 함께 보내는 시간이 대부분이다. 이때 별 무리 없이 등장하는 게 잠시 언급한 뽀모도로 살사인 셈이다. 오늘은 오징어와 뽀모도로 살사로 맛을 낸 파스타를 소개해 드린다. 너무 쉽기 때문에 피렌체에서 경험했던 추억 일부를 곁들였다. 끝!!


-이탈리아 남부 뿔리아 주 바를레타에서 쓰다.

SPAGHETTI CON CALAMARI E POMODORINI
il 15 Dicembre, Citta' di Barletta PUGLIA
Piatto e Foto di yookeun Chang_Geograf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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