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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내가 꿈꾸는 그곳 Dec 17. 2019

밀밭을 점령한 총알 오징어의 반란

-총알 오징어가 바게트 빵을 만났을 때 

나의 입맛은 언제쯤 반란을 일으키게 될까..?!


서기 2019년 12월 16일 월요일, 날씨 화창 바람 잠잠 바다는 더 잠잠.. 바다가 하늘을 닮았다. 이런 날 아드리아해에서 곡예비행을 하는 전투기가 있다면 귀중한 목숨을 잃기 십상이다. 초음속으로 날아다니는 전투기에서 파일럿이 착시현상을 일으켜 바다로 곤두박칠치게 되는 것이다. 


조종사는 하늘로 치솟기 위해 방향을 틀었는데.. 아뿔싸! 바다로 다이빙을 하고 마는 것이다. 가끔씩 뉴스에서 전투기가 바다로 추락하는 사고의 원인 중에 착시현상을 일으킨 게 그것이란다. 오늘 이곳 날씨가 그랬다. 




아침운동을 마치고 돌아서면서 바라본 바다는 물론 바닷가 풍경은 진공상태를 연상케 했다. 풀꽃들이 하늘을 향해 입을 헤~하고 벌리고 있는가 하면 바닷물은 너무도 맑아 당장 뛰어들고 싶은 충동이 일 정도였다. 그리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 뱃속이 난리가 아니다. 무엇이든지 아무것이든지 삼켜달라는 신호이다. 


이때쯤 되면 세상에서 반란 혹은 혁명을 일으킨 사람들을 이해하게 된다. 세상은 꿈쩍도 않는데 당신의 필요에 따라 세상을 확~바꾸고 싶은 것이다. 나 또한 혁명 동지를 찾아 냉장고 속에 무엇이 들었는지 생각하는 것. 냉장고 속에는 이틀 전에 사놓은 총알 오징어가 2/3나 남아있었다. 생물은 포획 즉시 급랭을 하지 않으면 시간이 경과함에 따라 슬슬 변질되기 마련이다. 빨리 먹어치워야 하는 것이다. 




따라서 녀석들을 동지 삼아 밀밭(?)을 점령하기로 결심을 굳혔다. 밀밭이란 바게트 빵(La baguette, baguette de pain)을 말한다. 기다란 막대기 모양의 바게트 빵은 프랑스 출신이지만, 이탈리아에서는 용병 노릇을 톡톡히 한다. 이탈리아 남부지역에서는 밀가루도 흔하여 마트에서 파는 바게트 빵 한 개는 우리 돈 500원이면 살 수 있다. 




바게트는 만들기도 쉬워서 밀가루(farina 0)와 물, 소금, 이스트(lievito madre)만 있으면 잘 반죽하여 오븐에서 구워내면 끝. 또 이탈리아에서는 내륙지방과 달리 해안을 끼고 있는 지역에서는 해산물을 이용해 빵과 함께 먹는다. 세계인의 입맛을 점령한 햄버거처럼 해산물 버거가 기막힌 맛을 내고 있는 것이다. 




집으로 돌아오자마자 오징어를 손질해 뽀모도로 살사에 뭉근히 익힌 후, 이들을 불러 모아 밀밭을 점령하기로 했다. 이때 필요한 무기(식재료)는 걸쭉한 요구르트와 루꼴라 잎 그리고 양파가 대부분이다. 이들은 딱딱하게 굳어 바싹거리는 밀밭을 단박에 점령한 후, 머지않은 시간에 혁명의 성공을 알리는 노란 깃발을 나부끼게 될 것이다. 



오징어가 바게트를 만나면 입안은 온통 반란의 맛이 요동치게 된다. 바싹바싹 새콤 달콤 매콤한 맛에 아드리아해를 품은 오징어의 향긋하고 쪼올깃한 식감까지.. 누가 이렇게 착한 혁명을 말릴 수 있겠는가..



바게트 빵의 크기는 한 뼘가량이다. 여기에 걸쭉한 요구르트(Yogurt interno bianco de agricotura biologica)를 먼저 깔고 루꼴라와 양파를 올린 후 총알 오징어를 차곡차곡 쌓았다. 그 위에 혁명의 성공을 알리는 깃발처럼 루꼴라 꽃을 올리고, 다시 요구르트를 작은 숟가락으로 푸짐하게 올렸다. 그다음 반으로 잘라놓은 바게트 빵을 마저 올렸다.  



이렇게 완성된 오징어 버거를 한 입 배어물면 혁명동지들이 마구마구 그리워질 것이다. 따라서 오징어가 바게트 빵을 만나 완성시킨 혁명의 이름이 <밀밭을 점령한 오징어의 반란>이라는 것. 프랑스인들의 자유를 향한 프랑스혁명은 바게트 빵 속으로 사라졌지만(바게뜨 빵이 프랑스 혁명 보다 더 잘 알려진 것 같아..), 이탈리아 요리가 세계에 남긴 오징어의 반란은 계속된다.



-이탈리아 남부 뿔리아 주 바를레타에서 쓰다.

BURGER DI CALAMARI CON LA BAGUETTE
il 16 Dicembre, Citta' di Barletta PUGLIA
Piatto e Foto di yookeun Chang_Geograf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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