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내가 꿈꾸는 그곳 Dec 19. 2019

벼랑 끝에서 피운 풀꽃

-시선

나의 삶의 좌표는 어디쯤에 와 있을까..?



파타고니아의 명소 또레스 델 빠이네 국립공원에서 철수할 때 일이다. 아내는 저만치 앞서 걷고 있었다. 우리가 걷는 길은 대각으로 깎아지른 덩치 큰 산에 만들어진 폭이 좁은 길.. 바로 곁으로 천 길 낭떠러지가 길게 이어지고 있었다. 머리 위로 뙤약볕이 쏟아지고 있었고 바람은 멎었다. 우리는 왔던 길을 되돌아 가면서 다시 한번 더 또레스 델 빠이네 정상까지 가리라 다짐하고 숙소로 돌아가던 중이었다. 


이곳 로지에서 숙소로 돌아가는 버스를 타려면 발품을 한참이나 더 팔아야 했다. 하산길이 힘든 것은 이미 체력의 절반을 소진했기 때문이며 관절에 무리가 더 따른다. 비록 악산은 아니라 할지라도 하루 종일 걷는 일은 피곤한 일이다. 우리가 좋아서 선택한 여행이었으므로, 누굴 탓할 수도 없는 일들이 무시로 일어나는 현장이 여행지이다. 피곤이 일상이 된 것이다. 


위험!! 벼랑쪽으로 다가가지 마세요..!


그런 나의 시선을 멈추게 한 건 벼랑 끝에 피어난 샛노란 풀꽃이었다. 사진을 좋아하는 사람들의 눈높이에 걸맞은 풍경 하나가 눈에 들어온 것이다. 풀꽃 너머는 천 길 낭떠러지 건만 아무런 내색 조차 하지 않는다. 나의 삶도 저런 모습일까.. 가시밭길 같은 삶의 길을 꽃길로 바꾸는 힘이 무엇인지 느끼게 해 주는 이정표 혹은 좌표가 풀꽃으로부터 발현된 것이다.



-이탈리아 남부 뿔리아 주 바를레타에서 쓰다.

LA NOSTRA VIAGGIO SUD AMERICA
Parco Nazionale Torres del Paine
Foto di yookeun Chang_Geografia


매거진의 이전글 지구별의 추억을 새긴 빙하의 나라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