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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내가 꿈꾸는 그곳 Dec 22. 2019

크리스마스이브날 닭똥집의 추억

-뽀모도로 살사로 만든 닭똥집 요리 

세상에는 별 추억거리도 다 있지..!!


오늘(21일 현지시각), 평소처럼 아침운동을 나섰다. 본문에 삽입된 풍경이 아침운동을 할 때 거의 매일 만나는 방파제 풍경이다. 아드리아해 중심을 향해 대략 1킬로미터 쭉 뻗은 이곳은, 바를레타 시민들이 가끔씩 애용하는 장소이다. 특히 바캉스 시즌이 돌아오면 수심이 깊은 이곳으로 사람들이 꽤나 많이 모여들곤 했다. 



주로 청장년층에 인기인 이곳은 수심이 깊어 다이빙을 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시내로부터 멀리 떨어져 조용하며 또 볕이 유난히도 뜨거운 곳이다. 그러나 이날 아침에는 바람이 불고 금방이라도 비를 뿌릴 것 같은 날씨 때문에 방파제를 찾은 사람은 나 혼자 뿐이었다. 본의 아니게 방파제를 통째로 접수한 것이다. 


위 자료사진에 잠시 설명을 곁들이면 수평선 왼쪽으로 길게 뻗어있는 곳이 또 다른 운동 코스이다. 대략 5킬로미터가량된다. 그리고 오른쪽 수평선 위로 거무스름한 그림자가 이탈리아 지도를 장화에 비교하면 뒤꿈치에 해당하는 곳이다. 또 바다에 맞닿은 대리석 계단이 있는 작은 포구의 위치가 아침운동 반환점이다. 


며칠 전 어떤 시민이 이곳에 크리스마스트리를 설치해 두었는데 장식물이 바람에 거의 다 날아가 버렸다. 오늘의 주제 <크리스마스이브날 닭똥집의 추억>의 모티브가 여기서 발현된 것이다. 참 희한한 일이자 별 추억거리가 엉뚱하게도 아침운동 장소에서 생각난 것이다.



닭똥집(닭모래집) 두 팩(750그램 상당)을 손질한 모습이다. 질긴 부분을 다 제거하고 나니 500그램 정도가 됐다. 참 먹음직스럽다.



이탈리아에서 만난 성탄 전야와 성탄절 풍경


내일모레면 크리스마스이브날이 돌아온다. 그리고 성탄절이 이어진다. 해마다 반복되는 이날은 한 성자의 죽음이 사람들에게 가져다준 큰 행사날이다. 지구별 다수의 지역에서 이날을 기념하는 것이다. 특히 기독교인들에게는 이날이 '삶의 의미'나 다름없을 정도로 중요한 날이다. 한 성자의 탄생일을 되새기며 아무런 대가 없이 나누어준 '피의 구원'을 고맙게 여기며 가슴 깊이 새기며 기뻐하는 것이다. 


이탈리아에서는 이날 거의 대부분의 시민들이 성당에 나가 축일을 기념하는 한편, 성탄절에 전통적으로 먹어온  빠네또네(Panettone) 빵을 나누어 먹는 것이다. 빠네또네는 밀라노에서 유래된 것으로 재밌는 전설이 있다. 


전설에 따르면 밀라노의 귀족이던 우게토 아텔라니는 가난한 제빵사 토니의 딸인 아달 기사를 짝사랑하고 있었다. 그녀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그는 제빵사로 변장해 효모에 버터와 계란, 향신료, 레몬 사탕, 오렌지를 넣고 요리했다고 전한다. 짝사랑한 여성을 꼬드기는 방법으로 만든 게 빠네또네였던 것이다. 


뽀모도로 살사로 만든 닭똥집 요리에 사용될 재료는 굵은 대파와 마늘 그리고 닭똥집과 빠싸 디 뽀모도로이다.


그리고 지역에 따라 먹는 음식이 서로 다르다. 이탈리아 요리 유학 중에 피렌체서 만난 한 가정에서는 구원의 상징인 피의 색깔을 닮은 토마토를 이용해 각종 요리를 해 먹는 것이다. 사람들은 어디에 가져다 붙이면 이유가 된다. 토마토가 유럽에 상륙한 것은 대항해 시대 훨씬 이후였는데 그땐 성탄절에 뭘 먹었을까.. 


잠시 소개해 드린 이탈리아의 성탄절 풍경은 주로 이러하고, 또 우리나라에서도 비슷한 풍경이 이어진다. 그런데 이건 어디까지나 기독교인 혹은 '맡는 사람들'에게 해당하는 일이다. 그렇다면 예수를 하느님의 아들이라고 믿지 않는 사람들, 혹은 관심 조차 없는 사람들은 어떻게 성탄 전야와 성탄절을 지나게 될까.. 하는 게 오늘의 주제인 것이다.




크리스마스이브날 닭똥집의 추억


꽤 오래전 아니 한참 오래전 학창 시절 때의 일이다. 그 당시엔 크리스마스이브가 도래하면 괜히 가슴이 설레었다. 기독교인도 아니면서 성탄절만 되면 괜히 들뜨는 것이다. 히한하게도 성탄절은 연말연시와 맞물려 사람들을 들뜨게 만드는 것이다. 그러니까 성탄절 혹은 연말연시가 도래하면 일정이 빡빡해진다. 



그게 대부분 친구들을 만나는 일이자 '한 잔 땡기는(마시는)' 축제날이나 다름없는 것이다. 무슨 이유를 만들어서라도 만남의 장소에 의미를 두는 것이다. 그게 다 술 때문이었다. 친구를 좋아하고 술을 좋아한 내게 연말연시는 그야말로 '하늘의 축복'이 통째로 임한 것이랄까. 


통기타와 드럼을 연주할 줄 알았던 나는 친구들의 모임에 거의 단골이었다. 이른바 '분위기 메이커'였던 셈이다. 따라서 행사장에서는 친구들이 건네주는 술잔이 끝도 없이(?) 이어졌다. 희한해..! 그땐 그렇게 많은 술을 퍼 마셔도 취하지도 않았다. (또 취한 넘이 그걸 알 수가 없지..ㅋ) 


그리고 행사가 끝나면 곧바로 집으로 돌아가는 게 아니란 걸 모르는 사람이 없다. 무슨 할 말이 그렇게도 많았는지 1차.. 2차.. 3차.. 밤이 새도록 술좌석이 이어지는 것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들르는 곳이 주로 포장마차였다. 그곳의 단골 차림표는 어묵과 닭똥집과 홍합탕 등이 준비되어있었다. 




나무로 대충 짜 맞춘 허름한 장의자에 앉자마자 손으로 가리킨 게 주로 닭똥집이었다. (아줌마 저거요..!) 소주 한 잔에 닭똥집을 소금장에 찍어 입에 넣고 씹으면, 아삭아삭 고소한 맛이 입안에 퍼지며 주당을 행복하게 만드는 것이다. 그게 글쎄 크리스마스이브를 환상적으로 만드는 것이다. 그리고 여명이 밝아오면 크리스마스 날 하루 종일 방콕으로 때우는 것이다. 나중에 이런 일은 신앙생활을 통해 기도굴에서 한참이나 머물게 만든 사건들 중 하나였다.



아침운동을 하는 동안 발칙하게도 방파제 위에서 이런 추억이 떠올리며 혼자 씩 웃었던 것이다. 그리고 운동을 끝마친 직후 곧바로 마트에 들러 닭똥집을 구입하고 요리에 착수한 것이다. 오래전 추억을 감안하고 성탄절의 진정한 의미까지 되새겨 닭똥집의 추억을 되살려 보고 싶었다. 




리체타는 간단했다. 본문에 포함된 자료사진과 영상을 참고하면 이러하다. 먼저 마늘 기름을 만든 후에 잘 손질된 닭똥집 전부를 넣고 센 불에서 겉면을 재빨리 익힌다. 그리고 빠싸 디 뽀모도로 한 컵 반 분량을 넣고 한소끔 끓인 후 약불에서 뭉근히 조려준다. 닭똥집이 잘 익고 살사 디 뽀모도로가 완성될 시점에 대파를 잘라 넣았다. 그리고 깨소금을 흩뿌리고 루꼴라 꽃잎으로 장식을 마무리했다. 닭똥집이 뽀모도로 살사에 흥건히 적셔진 모습이 닭똥집의 추억과 쏙 빼닮았다. 또 성탄절기와 닮은 모습이다. 


이날 아침 돌아오는 길에 방파제 입구에서 한 가족이 아드리아해에 낚싯대를 드리운 모습이 발견됐다. 그동안 내가 목격한 바에 따르면 아무런 조과도 없는 풍경이자 할일없이 시간을 때우는 풍경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성탄절을 앞둔 사람들의 모습은 너무 평온해 보인다. 끝!!


VENTRIGLI DI POLLO AL POMODORO
il 21 Dicembre, Citta' di Barletta PUGLIA
Piatto e Foto di yookeun Chang_Geograf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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