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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내가 꿈꾸는 그곳 Dec 17. 2019

님아 저 강을 바라보오

#2 다시 찾아간 여행자의 천국 엘 찰텐 

산이 제아무리 높고 험한 들 삶의 무게만 하리오..?!


우리가 여행자의 천국 엘 찰텐에 도착할 때까지의 여정은 까마득하다. 다시 한번 더 그 길을 찾아 나서라 해도 별로 다르지 않을 것 같다. 한국에서 직항으로 호주까지 도착한 다음 다시 뉴질랜드로 이동하여, 대권 항로를 따라 북상하며 칠레의 산티아고 공항까지 가야 하는 건 기본이었다. 비행기로만 1박 2일을 날아가야 남미로 갈 수 있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반드시 건너야 하는 게 태평양이었다. 



이런 여정은 대항해 시대 당시 콜럼버스나 마젤란은 꿈도 꾸지 못했다. 목숨을 건 항해로 바닷길을 따라가야 겨우 도착할 수 있는 것. 다시 본국으로 귀환하려면 똑같은 절차를 따라 또다시 목숨을 걸어야 했다. 최초의 세계일주를 시도한 포르투갈 출신 페르디난드 마젤란은 필리핀 막탄 섬에서 원주민들에 의해 목숨을 잃었다. 



그리고 휘하의 선원들은 겨우 목숨을 부지한 채 누더기가 된 선단을 버리고 단 한 척의 빅토리아호에 꾸려 본국으로 생환한 것이다. 최초 270명의 선원으로 구성된 마젤란 함대는 최후 인디오 원주민 포함하여 21명의 선원이 전부였다. 하지만 목숨을 건 세계일주로 유럽에서 대서양을 건너 다시 태평양을 횡단한 위대한 업적을 남기며 해상항로를 개척해 낸 것이다. 



우리가 맨 처음 남미 일주를 계획하고 떠났을 때 마젤란 함대가 죽을 쑨 마젤란 해협을 건너 비글해협까지 진출한 것도 마젤란 함대가 남긴 업적에 기인한 것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우리는 마젤란 사후 500년이 지난 다음 비행기에 몸을 싣고 태평양을 건넜는데 태평양이라는 이름을 지은 사람이 마젤란이었다. 마젤란 해협에서 폭풍우를 만난 이들 함대가 가까스로 해협을 벗어나자 잔잔한 바다가 그들을 맞이한 것이다. 





배낭여행을 떠난 우리의 여정은 이들에 전혀 비할게 아니란 걸 모르는 사람은 없다. 그러나 우리 등에 짊어진 배낭의 무게는 만만치 않았고, 누구도 가르쳐주지 않은 여행지를 스스로 찾아다니는 것도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하지만 그 무게가 제아무리 무거운 들 삶의 무게만 하겠는가. 



이른 아침 엘 찰텐의 숙소에서 출발한 우리는 마침내 엘 찰텐 마을과 리오 데 라스 부엘따스가 내려다 보이는 언덕까지 진출했다. 감개무량했다. 우리는 이곳에서 잠시 쉬면서 기념촬영을 했다. 강은 그때나 지금이나 변함없이 유유히 굽이치며 흐르고 있었다. 



그 사이 우리는 백발이 성성한 모습으로 변했다. 그동안 세상은 많이 달라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를 맞이한 강과 산은 전혀 변하지 않은 모습으로 반겨주는 것이다. 우리는 굽이쳐 흐르는 강을 바라보며 감탄을 자아냈다.


'여보, 저 강 좀 바라보오..!"





아내가 산행을 할 때는 거의 말이 없다. 저만치 앞서 걷는 걸음걸이 속도도 거의 변함없다. 이 같은 보폭은 당신의 삶의 여정과 꼭 닮았다. 아이를 낳고 기르며 살아가는 동안 삶의 무게 때문에, 어디 하소연을 해 볼만도 한데 절대 그런 내색을 하지 않는 것이다. 삶의 무게를 곰삭히느라 입을 다물고 있었던 것일까.. 



가끔씩 까닭도 없이 어깨를 들썩일 때도 있었다. 그때 "무슨 일 때문인가.." 물어보면 "아무것도 아냐"라고 말하곤 끝이다. 그런 아내가 가장 좋아하는 게 산이었다. 당신이 가슴에 품고 차마 말을 하지 못하는 오래된 트라우마가 산길을 걷는 동안 잠잠해지곤 하는 것이다. 나는 당신의 가슴에 품고 사는 가시방석 같은 트라우마가 무엇인지 알고 있다. 그러나 그 누군들 그런 가시 하나쯤은 있는 게 아닌가 하고 다시 묻어둔다. 





우리는 언제인가 두 번 다시 돌아오지 못할 강을 건너게 될 것이다. 그때 가슴에 묻어두었던 삶의 무게 전부를 덜어내야 강을 보다 쉽게 건널 수 있을 텐데.. 무엇이 그토록 당신을 힘들게 하는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피츠로이 산 꼭대기가 저만치 보이는 산길을 걷는 동안 강은 우리 곁을 동행하며 가슴에 품은 회한을 씻으라 씻으라고 말한다. 여행자의 천국에 발을 디딘 순간 아무런 말도 없이 꼬옥 품어준 대자연의 언어를 듣게 되는 것이다.




저 멀리 비에드마 호수 위로 날이 밝아오면서 우리는 바빠졌다. <계속>



-이탈리아 남부 뿔리아 주 바를레타에서 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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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l Chalten Patagonia ARGENTINA
Foto di yookeun Chang_Geograf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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