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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내가 꿈꾸는 그곳 Dec 28. 2019

칼국수 대신 이거 먹어요

-잘 몰랐던 세상 새로운 음식에 맛 들이다

생면 파스타 좋아하세요..?


이탈리아에 둥지를 틍 이후부터 달라진 식습관이 있다면 쌀을 멀리하는 것이다. 우리가 즐겨먹던 쌀밥이 점점 더 멀어지기 시작한 것이다. 이곳에서 구입하는 쌀은 가격도 싸고 품질도 좋아 밥을 지으면 우리나라의 특산품과 별로 다르지 않은 맛을 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쌀밥이 멀어진 이유를 생각해 보니 몇 가지 이유가 있었다. 쌀밥에 어울리는 반찬이 마땅치 않다는 것이다. 


평생 먹어왔던 밥에는 국물이 있는 탕 종류의 음식이 필요했다. 그리고 김치나 생선 등이 밥상에 차려져야 했다. 그런데 이게 쉽지 않다. 설령 배추를 구입한다고 해도 한국에서 먹던 갈치 속젓 같은 젓갈류를 구입하기 쉽지 않다. 그런가 하면 그 흔해빠진 고춧가루를 구하기도 쉽지 않다. 

 



그나마 피렌체서 살 때는 중국인 마트에 들러 쉽게 구입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곳 바를레타에서는 동양인이 몇 안 된다. 중국인 가게를 한 군데 발견했을 뿐이며 어쩌다 대형마트에서 중국인을 만나기도 한다. 그나마 한국인은 찾아볼 수 없다. 사정이 대략 이러하므로 현지 실정에 맞추어 살아갈 수 빆에 없는 것이다. 


한국식품을 밀라노 등지에서 부쳐 먹을 수도 있겠지만, 그럴 필요를 전혀 느끼지 못하는 것이다. 이탈리아 요리에 입문한 이후 달라진 식습관과 함께 무엇이든 식재료만 있으면 후다닥 요리를 만들 수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오늘 소개해 드리는 생면 파스타 마케로니 알 페레또(maccheroni al ferretto)가 그중 하나다. 이탈리아인들이 즐겨먹는 이 파스타는 세몰라 디 그라노 두로(PASTA FRESCA DI SEMOLA DI GRANO DURO)라는 듀럼밀 세몰라로 만들었다. 내가 살고 있는 이탈리아 남부에서 생산되는 유명한 밀가루가 듀럼밀이며, 이곳 사람들이 거의 매일 식탁에 올리는 식재료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위 자료사진은 아침운동이나 산책길에 만나는 풍경으로 방파제 위에서 찍은 풍경이다.


주지하다시피 파스타의 종류는 수백 종에 이르지만 만드는 반죽의 형태에 따라 두 가지로 분류된다. 건면 파스타(PASTA SECCA)와 생면 파스타(PASTA FRESCA)가 그것. 계란을 사용하지 않고 만든 건면 파스타는 대략 2년간 보관할 수 있는 반면, 계란을 넣고 반죽한 생면 파스타는 냉장고에서 아주 잠시 보관해야 하는 단점이 따른다. 


그러나 대형마트에서 만난 이곳 시민들의 표정을 보면, 건면 파스타보다 생면 파스타를 더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식감이 훨씬 더 부드럽고 맛있기 때문이랄까. 요즘 내가 밥 대신 즐겨먹는 생면 파스타가 그런 셈이다. 가격도 얼마나 쌌는지 500그램에 1유로만 지불하면, 종류 불문하고 생면 파스타를 구입할 수 있는 매우 편리한 곳이다. 보통 생면 파스타는 살사 디 라구(SALSA DI RAGU)에 비벼먹게 된다. 




그러나 오늘 소개해 드리는 생면 파스타는 소고기나 돼지고기 등으로 만든 살사와 조금 다르다. 암탉(Gallina)을 이용한 진한 육수를 이용해 살사 디 뽀모도로(Salsa di podoro)를 만든 것이다. 밀가루를 별로 좋아하지 않았던 내가 새로운 세상에 적응하면서부터 새로운 음식에 길들여지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만든 생면 파스타는 가끔씩 한국에서 먹던 칼국수와 비슷한 생김새를 지녔지만, 식감과 맛은 월등한 차이를 보인다. 쫄깃한 식감이 살사와 어우러져 입안을 한순간에 행복하게 만들며 표정까지 바꾸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요즘 한국에서 음산한 날씨에 먹던 칼국수 대신 생면 파스타를 먹게 되는 것이다. 


이곳 날씨는 영상 10도씨 내외를 가리키고 있지만 겨울 날씨이다. 브런치에 글을 쓰고 있는 지금 날이 밝아오면서 비까지 추적추적 내리고 있는 음산한 날씨가 이어지고 있다. 이런 날씨에 만들어 먹으면 딱 어울리는 리체타이다.(아.. 그런데 한국의 대형마트에서 생면 파스타를 구입할 수 있을는지 모르겠다. 그렇지 않으면 듀럼밀을 구입해 반죽하는 등 복잡한 과정을 거쳐야 하는데..ㅜ)



PASTA FRESCA DI SEMOLA DI GRANO DURO
il 27 Dicembre si mangia maccheroni al ferretto
Piatto e Foto di yookeun Chang_Geograf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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