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내가 꿈꾸는 그곳 Dec 31. 2019

나홀로족을 위한 송년 상차림

-아드리아해 갑오징어 찜요리 

2020년 새해가 되면 무엇이 달라져야 할까..?!


세상 참 많이도 변했다. 서기 2000년부터 우리 사회는 급변하기 시작했다. 정확히 꼭 꼬집어 말할 수는 없지만 2030 세대라는 말을 참조하면 2000년을 정점으로 새로운 세대가 생겨난 것이다. 이 세대의 특징은 매우 도드라진다. 이전에 못 보던 '나 홀로 문화'가 등장한 것이다. 나 홀로 문화는 나홀로족들이 늘어나면서 생긴 것으로 혼밥, 혼술, 혼영의 독특한 문화를 만들어냈다. 


누구도 아닌 우리 이웃 청년들로부터 자연스럽게 만들어진 문화인 것이다. 혼자 먹는 밥, 혼자 마시는 술까지는 이해가 간다. 그런데 혼자 보는 영화는 어떤 재미가 있을지 몹시 궁금하다. 자료를 살펴보니 나홀로족이 된 가장 큰 이유는 당신이 원하는 방식대로 할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었다. 그런가 하면 혼자만의 시간이 보장되기 때문이었다. 또 경제적인 부담을 줄이기 위해서.. 남에게 맞추는 게 힘들어, 남들과 비교되는 게 싫어서.. 등등이었다. 



본문에 삽입된 비다 풍경 사진 두 장은 바를레타의 요즘 풍경이다. 짖굳은 날씨가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바닷바람이 거세게 몰아치고 있는 겨울풍경인 것이다. 따라서 한 이틀 아침운동을 생략하거나 조절하고 있는 중이다.


6070세대, 7080 세대, 8090세대로선 쉽게 납득이 안 갈지 모르지만 사실이 그러하다. 글 제목과 동떨어진 것 같은 나홀로족의 언급은 오늘 소개되는 리체타와 관련이 있다. 나홀로족은 아닐지라도 그와 유사한 나홀로족이 있다. 세상을 사는 동안 할 수 없이 부부와 멀리 떨어져 지내는 경우 혹은 누군가 사별하여 혼자 사는 사람 등이 그러하다. 

우리 주변에 그런 사람들이 적지 않다. 2019년 마지막 날 나 또한 그중 1인이다. 사정상 아내가 한국에 가 있으므로 새해가 돼야 나홀로 신세를 면할 수 있는 것이다. 매일 전화 통화를 해 봤자.. 전화기 너머에 있는 당신이나 나는 혼밥, 혼술, 혼영 또는 혼 브런치(?) 신세를 면치 못한다. 





따라서 나홀로족을 위한 생각으로, 내가 살고 있는 이탈리아 남부 뿔리아 주 바를레타 시장에서 갑오징어를 사 온 것이다. 연말연시에도 여전히 나홀로족으로 살아가실 분들에게 필요한 요리이다. 혼자만의 시간이 보장되는 시간에, 당신이 원하는 방식대로, 경제적인 부담까지 생각해야 했다. 나홀로족뿐만 아니라 비슷한 처지에 있는 분들까지 눈여겨봐 두시면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라면 끓이는 시간이며 후다닥 만들어 내는 송년 상차림인 것이다. 



본문에 등장한 사진과 영상은 갑오징어 찜요리이다. 찜요리에 등장한 고동 껍질은 일전에 나의 브런치를 통해 소개해 드렸다. 고동이 얼마나 큰지 어른들 주먹보다 더 컸다. 그래서 녀석을 '괴물 고동'이라 명명한 바 있다. 고동껍질은 물론 찜요리에 사용된 갑오징어는 둘 다 아드리아해 출신이어서 꼴라보를 연출해 봤다. 갑오징어의 크기 또한 어른들 손바닥만 하다. 그리고 보다 작은 녀석들은 따로 접시에 올렸다. 


갑오징어 찜요리의 리체타는 이러하다. 뜨겁게 달군 팬 위에 올리브유 적당량을 첨가하고 깨끗이 손질한 갑오징어(500그램 상당)를 넣는다(치익~). 그리고 1분여 동안 잠시 뚜껑을 덮어놓은 다음 미리 준비해둔 비노 비앙꼬 반 컵 분량을 넣고 뚜껑을 덮는다.(바글바글~)  여전히 센 불이다. 잠시 후 뚜껑 바깥으로 뽀얀 수증기가 마구 탈출할 것이다. 이런 과정이 5분이면 족하다. 



그리고 뚜껑을 열어보면 팬 바닥에 뽀얀 국물이 남아있을 것이다. 절대로 버리지 마시라. 이 국물에 빠싸 디 뽀모도로를 넣고 졸이면 근사한 살사로 변하게 된다. 또 그냥 먹어도 너무 맛있다. 리체타를 살펴보면 어떤 양념도 보이지 않는다. 간도 하지 않았다. 이렇게 찜요리가 완성되면 살사 디 고추냉이에 한 점씩 잘라 찍어먹는다. 혼자 영화를 보면서 혼자 한 잔 하면서 필요한 경우 혼자 밥까지 먹으면서 혼송(혼자 보내는 송년식)을 치르는 것이다. 



내일이면 2020년 새해가 도래한다. 지구별에 양력을 사용하기 시작하면서부터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등장하는 수가 2020이다. 2030 세대가 이 속에 포함된 영광을 누리고 있는 것이다. 6070, 7080, 8090 세대와 전혀 다른 세대에 걸맞은 요리 리체타가 필요한 세상이 도래하고 있는 것이다. 지면을 빌어 그동안 매일 하루도 거르지 않고 나의 브런치를 응원해 주신 여러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늘 건강하시고 소원하는 바 반드시 성취하는 행복한 한 해 보내시기 바란다.



*아래는 거대 고동 껍질과 갑오징어의 꼴라보를 연출해 본 영상이다. 둘 다 아드리아해 출신이다.

SEPPIA CON OLIO D'OLIVA  AL VAPORE 
il 31 Dicembre, Citta' di Barletta PUGLIA
Piatto e Foto di yookeun Chang_Geografia


매거진의 이전글 이탈리아 요리 이렇게 탄생한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