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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내가 꿈꾸는 그곳 Jan 03. 2020

이거 먹으면 새해 소원이 달라진다

-첫선 보이는 아드리아 해산 홍새우 요리 

먹어봤나 세상 최고의 요리..!!


사진은 독자 님들이 자주 봐 왔을 이탈리아 남부 뿔리아 주 바를레타 외항의 아드리아해의 풍경으로 지난해 12월 사나운 날씨에 촬영됐다.



바를레타 재래시장 어물전에서 구입한 아드리아 해산 홍새우


지난해 12월 31일.. 그러니까 새해로부터 불과 사흘 전의 일이다. 내가 살고 있는 이탈리아 남부 뿔리아 주 바를레타 재래시장으로 걸음을 옮겼다. 곧 새해가 다가올 것이므로 미리 장을 봐야 했다. 새해 2020년 1월 1일은 이탈리아 내에 있는 거의 대부분의 가게들은 문을 닫기 때문이다. 만약 이런 이탈리아의 문화를 잘 모르는 사람들은 낭패를 당하기 십상이다. 미리 먹을 것을 준비해 두지 않으면 큰 불편을 겪게 되는 것이다. 


싱싱한 홍새우를 깨끗이 씻은 다음 접시에 올려놓고 인증숏을 날렸다. 크기가 짐작될 것..!


이런 일은 실제로 일어났다. 요리학교의 어린 동문들 중에 어떤 학생들은 이틀간을 원치 않은 금식(?)을 했을 정도니 말이다. 그럴 만도 했다. 그가 일하는 리스또란떼는 사람들이 붐비는 시내 한 복판에 있는 게 아니었다. 벌판 한가운데 혹은 깊은 산중에 있었으므로 가게에 들러 필요한 물건을 사는 게 쉽지 않았던 것이다. 


따라서 이런 끔찍한 경험을 한 학생들은 달력을 잘 살피게 된다. 빨간 날(?)이 다가오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짬을 내어 필요한 물건을 미리 사놓는 것이다. 특히 징검다리 연휴가 생기는 날이면 아예 일주일 동안 먹을 '일용할 양식'을 챙겨놓기도 하는 웃지 못할 해프닝이 생기는 것이다. 




사흘 전.. 시장에 들러 연말연시에 먹을 식 재료 몇 가지를 구입했다. 과일과 야채 및 홍새우가 장바구니에 담겼다. 한 해를 보내고 새해를 맞이하는 중요한 시점에 필요한 것들이었다. 먼저 잠시 나홀로족으로 변한 나를 위해.. 그리고 새해가 밝으면 브런치 이웃 여러분들께 선 보이고 싶은 요리를 만들어 보고 싶었던 것이다. 



홍새우 손질 이렇게..



자료사진은 홍새우 손질이 끝난 모습으로 몸통의 껍질만 제거한 모습이다. 날로 먹어도 너무 좋은 음식이다.


새 것은 새 부대에 담아야 했지.. 오래된 명언에 따라 새해에 처음 선 보이는 요리는 조금은 특별해야 했다. 이날 나의 장바구니 속에는 아드리아 해산 홍새우(GAMBERI ROSSI) 1.3킬로그램이 포함됐다. 어물전의 싱싱한 홍새우 전부를 구입한 것이다. 홍새우는 우리나라에서 먹던 대하와 생김새가 비슷한 것으로 한 마리 당 무게는 100그램에서 150그램은 족히 나가는 명품이었다.


특히 아드리아 해서 잡히는 홍새우의 몸값은 특정 리스또란떼에서 부르는 게 값일 정도로 매우 유명한 식재료 중의 하나이다.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그런가 하면 어물전의 홍새우를 통째로 구입한 이유는 가격 때문이었다. 참고로 아드리아해에 인접한 이곳의 홍새우 가격은 킬로그램당 1유로였다. 세상에..!!



우리나라에서 대하가 킬로그램당 3만 원 내외인 것을 감안하면 공짜나 다름없는 가격이다. 또 완성된 홍새우 요리를 제대로 맛본 사람들이라면 환장할 수밖에 없는 것.. 홍새우는 세상 최고의 식 재료 중의 하나로 봐도 무방하다. 이날 구입한 홍새우는 날 것으로 먹어도 좋을 만치 싱싱한 것으로 이탈리아에서 회로 먹는 몇 안 되는(?) 식재료 중 하나이다. 


날로 먹고 구워먹고 쪄 먹고 튀겨 먹는 등 오만가지 리체타가 등장하는 홍새우의 손질 방법은 의외로 간단하다. 자료사진에서 보는 것처럼 몸통의 껍질을 벗겨내고 (새우를 길게 세로로 손에 쥐었을 때) 이쑤시개를 이용하여 가로로 등 쪽을 찔러 위로 올리면 홍새우의 내장이 쉽게 제거된다. 그렇지 않으면 예리한 칼날로 등 쪽을 갈라 내장을 빼내면 끝! 그리고 지난해 12월 31과 새해 첫날.. 그리고 이튿날까지 나를 환상의 세계로 빠뜨린 홍새우 요리가 시작된 것이다.




2010년 새해 첫선 보이는 홍새우 요리 이렇게 만든다




스크롤 바를 내리기 무섭게 환상적인 풍경이 등장한다. 내가 만들 놓고 내가 감동하는 희한한 요리가 내 앞에 등장해 있는 것이다. 아마도 홍새우 요리를 제대로 맛본 사람들이라면 자료사진 한 장만으로 침샘이 아파올 것이다. 아드리아 해산 홍새우 요리는 이러하다. 잘 봐 두셨다가 실전에 응용하면 홍새우 덕분에 평생토록 요리사라는 대명사가 따라붙을 것이다. 장담한다. 


영상은 본문의 내용 끄트머리에 설명된 두 번째 홍새우 요리는, 이틀 후 새로 구입한 홍세우로  2020년 1월 2일 오후에 촬영된 장면이다. 정말 먹음직 스럽다!!


흐르는 물에 깨끗이 씻은 홍새우의 껍질을 벗긴 다음 잠시 물기가 제거될 때까지 기다린다. 그리고 뜨겁게 달군 팬 위에 올리브유 한 큰 술 정도를 넣는다. 그다음 부르로 뿌리퓌까또(Burro Purificato_버터) 15~20그램을 첨가한다. 그냥 부르로를 사용해도 무방하다. 



가능하면 브르로 뿌리퓌까또를 사용하면 더 좋은 결과물을 만든다. 굳이 양념이라면 이게 전부이다. 그리고 자료사진에서 보는 것처럼 가지런히 오와 열을 맞춘 다음 요리를 시작하는 것이다. 처음 센 불에서 시작했다면 내용물이 데워질 때까지 여전히 센 불로 익히다가 그다음부터 약불로 조절하여 굽기 시작한다. 




이 같은 과정을 두 번(한 번 뒤집을 때까지) 반복하면 끝!! 식재료가 좋으면 요리라 할 것도 없이 단박에 끝난다. 이런 과정을 거친 홍새우는 가히 천하일미의 비주얼로 둔갑하게 된다. 아마도 아드리아해를 관장하던 용왕님은 이틀이 멀다 하지 않고 홍새우 삼매경에 빠졌을지도 모른다. 세상 최고의 요리로 손꼽는 리체타는 너무 간단하다. 내가 추구하는 요리 세상의 모습이다.



변덕성: 이거 먹으면 소원이 달라진다




또 우리가 잘 아는 호메로스의 오디세이아(오디세이)도 바다 날씨를 핑계로 귀국을 서두르지 않은 이유가 홍새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홍새우 맛을 본 직후부터 세상을 보는 눈이 확 달라진다고나 할까.. 사람이 이때부터 음식을 대하는 태도에 일대 전환기를 맞게 되는 것이다. 


평소에 전혀 발견하지 못했던 성격이 홍새우로부터 발현되며 변덕쟁이로 변하게 되는 것이다. 이 같은 일이 믿기지 않으시면 당장 홍새우 혹은 대하(양식으로 키운 대하는 맛이 조금 이상으로 떨어진다.) 요리에 착수해 보시기 바란다. 당장 새해 소원부터 바뀌게 된다. 요거 한 번 먹어봤으면..!!



원시성: 포르께따(forchetta) 혹은 꼴뗄로(coltello) 보다 손이 먼저 간다




그리고 무엇보다 홍새우 요리를 맛본 사람들은 원시인으로 둔갑하게 된다. 도구가 발달하지 않았던 원시인들은 숟가락은 물론 젓가락이 필요 없었다. 그냥 손으로 음식을 집어 먹는 것이다. 이런 식습관을 나무랄 이유가 전혀 발견되지 않는다. 현대인이랍시고 괜히 모양새를 갖추어 봤자 우리는 원시 인류의 후손일 뿐이며, 아이들이 음식을 앞에 두고 손이 먼저 가는 이유를 잘 상고해 봐야 한다. 



음식을 손으로 집어 들고 입으로 가져간 직후부터 음식의 맛이 천차 별 만차 별로 달라진다. 요리를 먹으면서 손가락에 묻은 육즙을 쪽쪽 쪼오오쪽 연거푸 빨게 되면 애무의 본질이 어떤 것인지 단박에 체험하며 행복해지는 것이랄까.. 홍새우는 보다 더 두껍고 강한(?) 머리와 꼬리 부분만 빼면 전부 다 먹을 수 있는 기막힌 녀석이다. 그리고 각 부위별로 맛이 너무도 다르다. 특히 머리 부분의 육즙은 홍새우 요리 맛의 백미라 할 수 있다. 



중독성: 한 번 먹고 나면 자꾸만 먹고 싶어 진다




브런치 이웃에 전하고 있는 홍새우 요리를 한 번 맛본 사람들은 이때부터 심각한(?) 문제에 봉착하게 되는 것이다. 어떤 사람들은 돈푼이라도 생기면 '소고기나 사 먹지..' 하며 까불어댄다. 그러나 그건 요리의 세계를 전혀.. 전혀 모르는 사람들이라 할 수 있다. 홍새우 요리를 맛 본 이후부터 돈만 생기면 여가가 생기면 애인이 생기면 무슨 기념할만한 일이 생기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홍새우 삼매경에 빠지고 싶은 것이다.



이날 사온 홍새우는 야금야금 혼자 다 먹어치웠다. (아생연후.. 내가 너무도 소중하니까..! ^^) 



그리고 오늘(2일, 현지시각) 아침 다시 시내로 볼일을 보러 가면서 재래시장에 들렀다. 다시 어물전에서 홍새우 1킬로그램을 구입한 것이다. 녀석들은 잠시 냉장고 속에서 결혼식을 앞둔 사람들처럼 아드리아해를 그리워하는 시간을 보낼 것이다. 그리고 잠시 후 꿈에 그리던 허니문을 맞이하게 될 것!! 이거 먹으면 새해 소원이 달라진다는 말 명심하시기 바란다.  ^^



GAMBERI ROSSI_ IL MARE ADRIATICO
il Primo Gennaio 2020, Barletta PUGLIA
Piatto e Foto di yookeun Chang_Geograf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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