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운명과 활화산의 대폭발
아무도 모르는 인간의 속마음과 지구별의 속마음..!!
깔부꼬 화산 폭발
지난 2015년 4월 22일 오후 5시 20분(남반구 현지시각) 칠레의 로스 라고스 주 뿌에르또 바라스에 위치한 깔부꼬 화산(volcán Calbuco)이 대폭발을 일으켰다. 화산 폭발 직후 현지의 언론은 물론 세계의 언론들이 일제히 깔부꼬 화산 폭발 소식을 지구별 곳곳으로 퍼 날랐다.
뉴스가 전하는 현지의 모습은 공포 그 자체였다. 화산 폭발 직후 먼지와 연기가 하늘로 치솟는 가운데 칠레 정부는 곧바로 주민들에게 소개령을 내리는 한편 근처의 5번 국도를 전면 통제하기에 이르렀다. 어떤 언론사에서는 이 소식을 전하면서 '지구의 종말' 운운하고 있을 정도였다. 화산의 위력은 그런 것이었다.
깔부꼬 화산이 폭발한 때는 1972년이 마지막이었다. 따라서 마지막 화산활동을 한 지 50여 년 만에 다시 폭발을 일으킨 것이다. 칠레는 인도네시아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많은 2천여 개의 화산이 있는 곳이다. 깔부꼬 화산은 칠레의 수도 산티아고부터 대략 1300킬로미터 떨어진 곳으로, 근처에는 라고 장끼우에 호수( lago Llanquihue) 등 유명 관광지가 산재해 있는 곳이다.
우리에게 낯익은 깔부꼬 화산
깔부꼬 화산이 위치한 곳은 자연경관이 매우 뛰어난 곳이다. 우리는 파타고니아 투어 당시 이곳에서 가까운 뿌에르또 몬트에 머물고 있었다. 몬뜨의 버스 터미널에서 30분이면 도착할 수 있는 뿌에르또 바라스(Puerto Varas) 시에 도착하면 바다 같은 호수 장끼우에 너머로 큼직한 화산 두 개를 만날 수 있다. 오소르노 화산과 깔부꼬 화산이 그것이다.
아내와 나는 이 호수 곁에 있는 뿌에르또 옥타이(Puerto Octay)를 오래전 남미 일주 당시 다녀온 바 있고, 파타고니아 투어를 위해 다시 찾게 된 것이다. 우리의 오래된 추억을 고스란히 간직한 도시가 뿌에르또 바라스와 뿌에르또 몬뜨(Puerto Montt)였던 것이디. 그리고 한 곳을 더 추가하면 그곳은 엔세나다(Ensenada)라는 곳이다.
오소르노 화산(Vulcano Osorno)이 빤히 바라보이는 이곳은 뿌에르또 바르스 현 소속으로 오소르노 화산과 깔부꼬 화산의 중간 지점에 위치한 이다. 우리는 몬뜨에 머물면서 이곳에서 옷 도매상을 하는 지인의 배려로 엔세나다를 다녀오게 됐다. 음식을 정말 맛있게 하는 리스또란떼가 가까운 곳에 있으므로 소개하겠다며 한턱 쏜 것이다.
우리는 지인의 승용차에 타고 몬뜨에서 바라스 그리고 엔세나다로 이어지는 5번 국도를 따라 단숨에 근사한 리스또란떼에서 점심을 먹었다. 그리고 커피까지 마셔야 한다며 225번 국도를 따라 엔세나다에 도착한 것이다. 전망이 뛰어난 그 카페에 들어서면 저만치 장끼우에 호수 오른편에서 눈을 머리에 인 오소르노 화산이 호수를 굽어보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몬뜨로 다시 돌아오는 길..
이날 나는 호사를 누렸다. 조수석에 앉은 내게 배려가 이어지고 있었던 것이다. 사진을 좋아하는 것을 알고 있는 그는 어떤 풍경이든 마음에 드는 곳이 있으면 즉시 알려달라고 했다. 브런치에 등장하는 사진이 순서대로 그때 촬영된 기록인 것이디.
몬뜨로 이동하는 자동차 내에서 바라본 5번 국도 주변에는 샛노란 아르힐라가(Argilaga) 꽃무리가 환상적인 풍경을 자아내고 있었다. 차창을 열면 달콤한 꽃향기가 머리를 어지럽힐 정도로 짙은 향기를 풍기는 것이다. 이때부터 여러 번 지인에게 차를 멈추게 해달라고 요청한 다음 셔터를 눌렀다.
그때 꽃무리 너머로 머리에 새하얀 고깔을 쓰고 우리를 굽어보고 있었던 화산이 깔부꼬 화산이었던 것이다. 정말 신비로운 장면이었다. 화산과 노랑꽃 무리.. 이때까지만 해도 화산은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었다. 화산 주변에 무리 지어 피어난 꽃들의 달콤한 향기를 찾아 날아든 벌들이 단 꿀에 취해있던 그 자리가 얼마 후 대폭발을 일으켜 화산재를 뒤집어쓸 것이란 사실을 아는 사람들도 없었던 것이다.
어쩌면 촉각이 뛰어난 노랑꽃들은 대폭발의 진운을 감지하고 노랑 꽃잎을 한 닢이라도 더 내놓고 싶었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화산 폭발 소식을 전하는 미디어 속에 꿀벌들이 대거 매몰되거나 죽었던 것이다. 우리가 이곳을 다녀온 지 대략 5년 만에 깔부꼬 화산이 대폭발을 일으킨 것이다.
깔부꼬 화산 폭발과 나의 운명
운명은 그런 것일까.. 나는 그 시각 어학원에서 열심히 죽자살자 이탈리아어를 배우고 있었다. 스페인어가 더 이상 쓸모가 없어진 것이다. 파타고니아 투어를 끝으로 나와 아내의 운명이 서서히 바뀌고 있었던 것이다. 깔부꼬 화산 폭발 소식을 접한 후 우리가 다녔던 여행지를 잠시 추억하며 "그럴 수도 있겠구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가까운 곳에 살고 있던 지인의 안부는 물론 우리가 사랑했던 도시의 안부가 궁금해진 것이 전부였다.
가끔씩 아내에게 써먹던 응원의 말이 생각난다. 아내가 좋아한 수채화가 당신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풀이 죽을 때 화산을 비유한 것이다. 언제인가 당신의 작품이 활화산처럼 대폭발을 일으킬지 모르므로 쉼 없이 정진하라는 것. 깔부꼬 화산은 지난 1972년에 마지막 폭발을 일으킨 이후로 50여 년 만에 다시 대폭발을 일으킨 것이다. 우리는 언제쯤 대폭발을 일으킬까.. 아내와 나는 이곳을 다녀온 지 5년 만에 운명의 대폭발을 일으켰다. 참 알 수 없는 세상의 운명이다.
LA NOSTRA VIAGGIO SUD AMERICA CILE
Vulcano Calbuco Puerto Varas Patagonia
Foto di yookeun Chang_Geografi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