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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내가 꿈꾸는 그곳 Jan 15. 2020

우리가 만난 지구별 최고의 풍경

-그곳에 가면 황홀함에 눈뜨게 된다

평생에 한 번 누릴까 말까 한 풍경..!!



어느 날 아침 우리 앞에 펼쳐진 광경에 입을 다물지 못했다. 샛노란 풀꽃들이 흐드러지게 피어난 이곳은 칠레의 로스 라고스 주(Regione di Los Lagos) 우알라우에(Hualaihué) 현에 위치한 오르노삐렌(Hornopiren) 마을이다. 우리는 뿌에르또 몬뜨에서 머무는 동안 오르노삐렌까지 현지답사를 다녀왔다.(자료사진 참조) 몬뜨에서 현지까지 가는 시외버스는 대략 2시간이 조금 더 걸렸다. 


버스는 몬뜨에서 시작되는 7번 국도를 따라 가끔씩 비포장길을 달리며 먼지를 폴폴 날리곤 했다. 7번 국도 라 까르레떼라 오스뜨랄(La Carretera Austral_ruta CH-7)은 매우 유명한 길이다. 


칠레의 독재자 피노체트 시절 만들어진 이 길은 파타고니아 남부 내륙 깊숙이 이어지는 길인데, 총연장 1,240킬로미터에 이른다. 1976년에 착공되어 1996년에 완공된 길이지만 남부로 길게 이어지는 동안 비포장 도로가 대부분이었다.


우리는 이날 몬뜨에서부터 오르노삐렌까지 이어지는 길을 따라 마을을 둘러보고 왔다. 그곳은 오래전 남미 일주 당시 시간적 여유가 없어서 먼발치에서만 바라봤던 곳이다. 몬뜨의 이슬라 땡글로(Isla tenglo) 섬에서 바라본 그곳은 우리가 꿈꾸던 곳으로 장차 우리 앞에 나타날 여행지였던 것이다. 따라서 귀국 후 짬나는 대로 구글 지도를 펴 놓고 이미지 트레이닝을 해 왔던 것이다. 




그곳을 답사한 직후 우리는 갑자기 바빴다. 몬뜨에서 당장 짐을 꾸리고 오르노삐렌으로 향했던 것이다. 답사길에 전혀 뜻밖의 경이로운 풍경을 만났던 것이다. 여태껏 보지 못한 대자연의 황홀한 풍경이 그곳에 오롯이 남아있었다. 




하루 종일 발품을 판 그곳은 말 그대로 신세계였다. 서구의 침탈자들이 붙인 '신세계'란 이름에는 두 가지의 의미가 포함되었다고 본다. 대항해 시대에 '발견'으로 이름 붙인 한 대륙이 그러했으며, 그들이 늘 봐 왔던 유럽의 풍경과 전혀 다른 풍경이 새로운 세상으로 보였을 것이다.



남반구에 위치한 이곳은 막 우기가 물러가는 때였다. 아침나절 안데스 너머로 해가 떠오르기 시작하면 일대 장관이 펼쳐지는 것이다. 오느노삐렌 삼각주에서 피어오른 안개는 느리게 매우 천천히 안데스 위로 꼬물 거리며 이동하고 있었다. 그동안 밤새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깊은 잠에 빠졌던 숲과 썰물에 드러난 연두색 해초들이 기지개를 켜는 것이다.



아내와 함께 아침 산책에서 만난 풍경은 답사 때와 전혀 다른 모습으로 우리를 반겨주었다. 어디 한 군데 때 묻지 않은 곳이 없는 대자연이 눈 앞에 펼쳐지면서, 우리는 당신의 품에 꼭 안기며 편안해하는 것이다. 누가 껴안아 달라고 했던 것도 아닌데.. 



우리는 이때부터 감추어진 황홀함에 눈뜨며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바닷가 산책에 빠져드는 것이다.



사람들의 오감은 서로 다르며 느낌의 감도 또한 다를 것이다. 이날 만난 풍경이 지구별 최고의 풍경이라고 극찬을 해 봤자, 어떤 사람들의 눈에는 그저 바닷가의 풍경 하나쯤으로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우리에게는 달랐다. 사는 동안 부대낀 것들로부터 치유가 되고 삶의 무게 전부를 내려놓게 만드는 풍경이 또 있었을까..



촉촉하게 젖은 목조건물에 푸른색이 감도는 연기가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곳.. 동시에 비단결 안개가 안데스 너머로 사라지는 아침은 누구의 연출인지 기막힌 작품이었다. 그러니까 아내와 나는 주연이었지 아마..! 



누군가 조물주가 연출한 작품에 주연으로 혹은 조연이라도 출연하고 싶으면 버킷리스트에 오르노삐렌 혹은 까르레떼라 오스뜨랄을 담아 두시기 바란다. 그리고 그 옆에 작은 글씨로 '우기가 끝나는 때'라고 메모해 두면 사는 동안 만나지 못한 황홀한 풍경을 만나게 될 것이다. 이곳은 파타고니아 남부로 떠나는 길목에 위치해 있으므로 대부분의 여행자들이 그냥 지나치는 곳이다.



그곳에 숨겨진 비경이 있었던 것이다. <계속>



LA NOSTRA VIAGGIO SUD AMERICA
Hornopiren Carretera Austral CILE
Foto di yookeun Chang_Geograf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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