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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내가 꿈꾸는 그곳 Jan 16. 2020

진한 푸른색에 퐁당 빠지다

-바다가 하늘하늘 하늘이 바다바다

언제 이런 장면과 마주쳤던가..?!!


서기 2020년 1월 15일 수요일, 날씨 봄 날씨처럼 화창 화창.. 아침운동을 시작하면서 가던 걸음을 멈추고 또 멈추었다. 피렌체서 바를레타로 이사 온 후로 처음 보는 광경 때문이었다. 가끔씩 비슷한 장면을 연출한 아드리아해는 이날 전혀 다른 모습으로 나를 맞이한 것이다. 꽃단장한 신부가 너무 긴장한 나머지 잠시 졸고 있는 풍경이랄까. 나는 그 즉시 진한 푸른색에 퐁당 빠지고 말았다.




위 자료사진은 아드리아해가 반란을 일으킨 듯한 모습으로 성깔을 내 보인 바다였다. 이런 풍경은 아침운동을 나갈 때마다 무시로 뒤바뀌곤 했다. 어떤 날은 잠잠했는가 하면 또 어떤 날은 비바람을 동반한 무서운 파도가 방파제를 마구 할퀴는 것이다. 그런 날은 운동에 나섰다가 포기하고 집으로 돌아온다. 


그동안 바닷가 두 군데를 운동코스로 선택했지만, 언제부터인가 이곳 방파제 위를 따라 걷는 코스가 마음에 들었다. 바다를 조금 더 높은 곳에서 굽어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변화무쌍한 바다의 표정이 마음에 들었던 것이다. 늘 같거나 비슷한 표정의 바닷가는 조금은 지루했다고나 할까..



내가 살고 있는 이탈리아 남부 바를레타의 시내 중심에서 이곳 바닷가까지 이동하는 시간은 10분이면 족한 거리이다. 집을 나서 바를레타 성 옆의 체르비 형제 공원(Giardini Fratelli Cervi)을 지나치자 말자 멀리 바다가 보이고 맨 먼저 보이는 게 위의 풍경이다. 이날 갈매기들이 일제히 바닷가로 몰려와 망중한을 즐기고 있었다. 


녀석들은 그들의 형제인 조나단 리빙스턴 시걸의 소식을 듣지도 못했는지.. 평소 이렇게 몰려있다가 잠시 하늘로 날아올라 나지막한 비행을 즐길 뿐이었다. 아마도 이런 습성은 아드라아해가 무시로 푸짐한 먹이를 날라주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이날은 그동안 봐왔던 풍경과 조금은 달랐다. 해변이 깨끗하게 정리되었다는 것. 며칠 전 바람이 파도를 매섭게 밀어붙일 때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 바다의 찌꺼기란 찌꺼기는 다 쓸어 모아 두었던 것이다. 그런 바다가 매끈하게 정리되었을 뿐만 아니라 바다와 하늘을 분간할 수 없을 정도로 짙은 푸른색으로 변해있는 것이다.


방파제를 따라 걷다가 만난 풍경은 아름답기 그지없었다. 풍경은 푸른색 일색인데 마음속에는 온갖 상념들로 뒤범벅되는 것이다. 나는 아드리아해를 신부로 맞이하고 있는 것이다.



기억하느냐

나의 신부 

아드리아여


첫눈에

빼앗긴 나의 심장




기억하느냐

아드리아여

그 두근거림을


세상은

오직 당신 하나뿐이었지




기억하느냐

아드리아여

진한 입맞춤 불타는 포옹


기억하느냐

나의 신부 

아드리아여



바다가 하늘하늘 하늘이 바다 바다.. 내 눈 앞에는 바다가 하늘인지 하늘이 바다인지.. 분간하기 쉽지 않은 가운데서 발칙하게도 푸른색을 입은 귀족을 탐하고 있었다. 왜 그랬는지 모른다. 당시 감흥이 그랬다. 참 묘한 감정이 푸른색으로부터 나를 지배하고 있었던 것이다.



주지하다시피 이탈리아 국기는 세 가지 색으로 된 삼색기이다. 초록 하양 빨강이 그것이다. 이 국기는 1789년 프랑스혁명 당시 쓰였던 삼색기의 영향을 받아 1848년에 처음 만들어졌다. 현재의 국기는 1948년에 제정되었는데 초록은 희망을, 하양은 신뢰를, 빨강은 사랑을 의미한다. 




그리고 이탈리아 국기에는 우리에게 잘 알려진 아주리(Gli azzuri) 군단을 떠올리게 한다. 이탈리아 축구 대표팀(Nazionale di calcio dell'Italia)을 일러 그렇게 부르는 것이다. 



우리나라 축구 대표팀의 유니폼 상의 왼쪽 가슴에 부착한 태극기 대신, 이들은 이탈리아 삼색기를 감싸고 있는 푸른색을 마크를 가슴에 단다. 축구에 관한 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축구광들이 이탈리아에 모여 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 정도가 얼마나 심하면 경기 시간에 맞추어 학교 수업이 맞추어지고 모든 상점들이 문을 닫을 정도이다. 그런 나라에 둥지를 틀고 살면서 맨 처음 맞닥뜨린 풍경이 이틀 전에 만난 바다와 하늘이었다.



IL MARE ADRIATICO E GLI AZZURI
il 15 Gennaio 2020, Barletta PUGLIA
Foto di yookeun Chang_Geograf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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