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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내가 꿈꾸는 그곳 Jan 17. 2020

그림자놀이

-수정처럼 맑은 물에 비친 나의 기억들

아동기 때 남아있었던 뚜렷한 기억들..!!




이틀 전 화창하게 개인 날씨 덕분에 모처럼 바를레타 내항이 수정같이 맑은 바닷물로 채워졌다. 바를레타는 지금 현재 내가 거주하는 곳이다. 사진 왼쪽의 건축물은 바를레타 성(Il Castello di Barletta)으로 서기 1001년에 지어진 아름답고 견고한 성이다. 1000년이 더 된 성이지만 불과 얼마 전에 건축된 것처럼 원형이 잘 보존되어있다. 이탈리아가 왜 건축물의 종결자인지.. 외형(일부)은 아래와 같다.



그리고 사진 오른쪽은 바를레타 항의 모습이며 가운데 보이는 종려나무 뒤로 가로수길이 대략 3.5킬로미터로 이어져 있다. 브런치에 소개해 드린 바 가루수들은 500년도 더 된 것들이다.(아래 자료사진 참조) 나는 바를레타 내항을 가로막고 있는 방파제 위에서 이들 풍경을 바라보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풍경들은 늘 그 자리를 지키고 있어서 그런지 몇 번 보고 난 이후로 약간은 심드렁해졌다.



바를레타는 아드리아 연안에 위치해 있고 이곳에 온 이후로 좋아하게 된 바다가 아드리아해이다. 방파제를 따라 끝까지 걸어서 집으로 돌아오면 대략 3킬로미터가 조금 더 되는 거리이다. 긴 거리는 아니지만 방파제를 따라 걷는 동안 만나게 되는 바다 풍경은 변덕이 심하여 하루라도 안 보면 궁금해지는 것이다. 지난주 내내 거친 모습을 보이던 바다가 이날은 봄 날씨처럼 화창하게 변했다. 그리고 나의 발걸음을 붙들기 시작했다.






나는 지금도 유년기와 아동기 시절을 또렷이 기억하고 있다. 툇마루를 나서 마당으로 나서면 맨 먼저 누렁이가 꼬리를 흔들며 반겼다. 잠시 누렁이를 꼭 껴안고 머리를 쓰다듬으면 녀석은 좋아 죽는다. 그리고 10여 미터 되는 지근거리에 실개천이 흘렀다. 그곳에는 작은 물고기들이 살고 있었는데 도랑 곁으로 풀꽃들이 줄지어 피어있었다. 

 



도랑을 따라 조금만 더 걸으면 작은 언덕이 나타난다. 그곳으로 가려면 징검다리를 건너야 했는데 봄이 되면 그 언덕 위에 연분홍 진달래꽃이 피곤했다. 몇 그루 안 되는 진달래는 얼마 지나지 않아서 꽃잎을 떨구고 기억에서 저만치 멀어지곤 했다. 




그때마다 나는 점점 더 집으로부터 멀어지는 연습을 했다. 연습이 된 것이다. 동무들과 함께 보다 먼 산골짜기로 소풍을 떠나곤 했던 것이다. 간식거리도 없을 때였으므로 산골짜기의 물을 고사리 손에 담아 마시곤 했다. 수정이 녹아 흐르는 듯한 산골짜기에는 새파란 이끼들이 향긋한 물 내음을 풍기며 나를 좋아하게 만들었다. 




그 이후로 나의 가슴속에서 지워지지 않는 풍경이 늘 나와 함께 동행했다. 수정처럼 맑음 물과 연분홍 진달래가 풀꽃들과 어울려 나를 지배하고 있었다고나 할까.. 하지만 머리가 점점 커지면서 지배자가 달라지고 있었다. 각박한 세상이 나의 기억 일부를 짓누르고 있었던 것이다. 그때부터 나를 일구고 있었던 자아는 상처를 입는 일이 잦아지고 고통에 시달리곤 했다. 



그땐 그 이유가 무엇인지 도무지 알 수 없었다. 설령 알았다고 한들 세상의 굴레에서 빠져나오기란 여간 힘든 게 아니었다. 돌이켜 보면 그럴 때 나를 견디게 해 준 게 도시로부터 먼 곳에서 만나게 된 어느 산골짜기의 풍경이었다. 그곳에서 잠시 쉼을 얻고 일상으로 돌아오면, 한 주 혹은 한 달 이상을 거뜬히 지내곤 하는 것이다.





나는 방파제 위에서 가던 길을 멈추고 수정같이 맑게 변한 바닷물에 비친 나의 그림자를 바라보며 그림자놀이를 하고 있었다. 나의 기억 저편에서 나를 이끌어낸 자아가 기뻐하고 있었다. 자아가 춤을 추고 있었다. 



참 희한한 일이지.. 이게 다 뭐라고 나를 기쁘고 행복하게 만든단 말인가..



방파제 입구에 들어서거나 나설 때면 늘 만나게 되는 풍경이 있다. 수정처럼 맑은 용천수가 쉼 없이 샘솟아 흐르는 그곳에 야생 오리가족 네 마리가 살고 있는 것이다. 처음에는 이상했다. 오리가 목마르면 누가 물을 생수를 가져다주는가 싶었다. 그런데 얼마간의 시간이 지난 후 오리 가족들이 마시는 물은 바닷물이 아니라 용천수였던 것이다. 이곳에서 가까운 곳에 무리 지어 살고 있는 갈매기는 물론 도시의 비둘기들도 무시로 이곳에서 목을 축이곤 하는 모습이 발견되곤 했다. 녀석들이 본능적으로 깨닫게 된 생리적 반응을 깨닫는데 너무 오랜 시간을 낭비한 것 같다.



LA SPIAGGIA DELLA CITTA' DI BARLETTA
il 15 Gennaio 2020, La Mattina dal Mare
Foto di yookeun Chang_Geograf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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