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칠레 발파라이소에서 느낀 천국의 계단
하늘나라는 대체 어디에 있단 말인가..?!!
만물의 영장이라 일컫는 사람들이 생각보다 단순하여 한번쯤 그려보는 게 있다. 천국이다. 사후 세계를 생각해 보는 것이다. 아마도 이런 생각을 안 해본 사람들은 없을 거라 믿는다. 어떤 사람들은 착하게 살면 천국에 간다고 말하고, 어떤 사람들은 천국의 존재를 믿기만 하면 갈 수 있다고 꼬드긴다.
뿐만 아니라 단테는 아예 지옥과 연옥 및 천국을 세분화 해 놓고 당신들의 처신을 저울질했다. 그 결과 흑자를 낸 곳은 종교였다. 또 당시의 사람들은 너 나 할 것 없이 천국에 가기 위해 안간힘을 다했다. 제한된 삶이 사후세계를 갈망하게 만들었다고나 할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이 이 땅에 태어난 이후에 천국을 다녀왔다는 그 어떤 사례도 없었다. 오죽하면 '하느님의 아들'이라 일컫는 위대한 성자 예수 조차 33년만 살고 스스로 십자가에 매달렸을까.. 당신께서 몸소 보여준 삶은 '인간은 모두 죽는다'라는 것. 괜히 딴청 피우지 말라는 것과 다를 바 없어 보였다. 우리는 죽음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운명이다.
운명을 거부할 수 없다는 걸 몸소 보여준 성자가 예수였다. 그러므로 우리는 살아 숨 쉬는 동안 어떻게 살 것인가를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착하게 살던 어떻게 살던 빈부귀천을 가리지 않고 당신에게 주어진 삶을 잘 살아가야 했다. 그게 생명(生命)이다. 조물주의 명령인 것이다.
아내와 나는 우리와 닮은 그런 사람들이 살아가고 있는 칠레의 발파라이소(Valparaíso)와 인접한 도시 비냐 델 마르(Viña del Mar)를 여러 번 다녀왔다. 칠레의 수도 산티아고에서 아예 살려고 마음먹을 때였다. 발파라이소는 칠레의 두 번째로 큰 도시로 한국의 부산과 매우 닮았다. 산티아고에서 한 시간 반 내지 두 시간이면 도착할 수 있는 지근거리에 위치한 이곳은 항구도시다.
수도 산티아고와 다른 점이 있다면 도시의 풍경이 전혀 다르다는 것이다. 산티아고가 현대적인 도시라면 발파라이소는 독일에서 개발된 무궤도전차(無軌道電車, Trolley bus)가 시내를 가로질러 다니는 고풍스러운 모습을 보인다. 그런가 하면 도시 대부분은 부산처럼 산 위에 집들이 성냥갑처럼 다닥다닥 붙어있고, 울긋불긋하게 채색되어 있는 것이다. 또 트롤리버스가 다니는 도로의 인접한 곳에 바다가 있는 것이다.
부산의 감천 문화마을과 자매결연을 맺은 이 도시는 감천에서 찾아볼 수 없는 유명한 골짜기가 있는데, 그곳을 '천국의 골짜기'라 부르는 것이다. 미리 여행정보를 통해 알아두긴 했지만 초행길은 매우 궁금했다. 대체 어떤 골짜기이기에 '천국'이라는 수식어가 붙었을까 싶은 것이다.
산티아고에서 버스를 타고 발파라이소에 도착한 다음 맨 먼저 우리가 찾은 곳은 여행안내소였다. 그곳에서 우리가 묵을 호텔을 문의한 것이다. 여직원은 친절하게 주소와 전화번호를 적어주면서 안내를 해 주었다. 그때만 해도 장차 우리 앞에 나타날 호텔이 천국의 골짜기에 위치해 있을 거라는 것을 눈치 조차 채지 못했다.
우리가 짐을 풀고 호텔 옥상의 카페에 들렀을 때 비로소 우리가 발을 디딘 곳이 천국의 골짜기라는 걸 실감할 수 있었다. 본문 위에서부터 삽입된 자료사진들은 호텔에 짐을 풀고 나서 시내로 나가 바닷가까지 한 바퀴 돌아온 풍경들이다. 이 풍경들을 카메라에 담기까지 발품을 꽤나 많이 팔았다.
바닷가 항구로부터 천국의 골짜기까지 이어지는 길은 좁고 가파르며 계단으로 산꼭대기까지 이어지고 있었다. 또 어떤 곳에는 아쉔소르( Ascensor)를 이용하지 않으면 매우 불편한 길이 이어지고 있었다. 그런가 하면 작은 골목은 한 사람이 겨우 지나갈 정도로 좁고 가팔랐다. 우리가 묵은 호텔도 말이 호텔이지 한국의 모텔은 할아버지 벌이었다고나 할까..
그런데 우리는 그곳에서 천국의 골짜기라는 수식어가 그냥 된 게 아니란 걸 단박에 깨닫게 됐다. 우리나라 6.25 전쟁 당시 피란민들이 부산에서 살던 판자촌과 같거나 비슷한 수준의 양철집과 판자 집 틈바구니로, 풀꽃들이 빼곡하게 자리 잡고 살아가고 있었던 것이다.
벼랑 끝에 받침목 혹은 기둥으로 버틴 허름한 집들을 휘감으며 줄기를 뻗고 꽃을 내놓은 알록달록한 풍경은, 천국의 골짜기를 보다 아름답게 가꾸어주고 있었던 것이다. 오래전 이 골짜기는 가난한 부두 노동자들이 하루 일과를 끝내고 돌아와 쉼을 얻던 곳이었다. 그곳은 아내와 아이들이 당신의 귀가를 이제나 저제나 기다리고 있던 곳..
풀꽃들이 빈부귀천을 가리지 않겠지만, 지친 하루 일과를 끝마치고 귀가하는 가장의 눈에 비친 풀꽃들과 당신의 마음에 담긴 식솔들은 누가 뭐라 하지 않아도 천국으로 다가오지 않을까.. 우리에게 혹은 이들에게 하늘나라가 있다면 이런 풍경이었을 것이다. 가난하지만 욕심 없는 삶.. 천국의 골짜기로 가는 길은 좁고 힘들며 가팔랐다. 아내는 귀국 즉시 드로잉 한 천국의 골짜기를 수채화에 담았다. <계속>
LA NOSTRA VIAGGIO SUD AMERICA
Le persone in Paradiso, Valparaiso CILE
Foto di yookeun Chang_Geografi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