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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내가 꿈꾸는 그곳 Jan 23. 2020

내가 로마에 갔던 이유

-이제야 말할 수 있게 됐다

참고 또 참았다. 그리고 마침내..!!



이 포스트가 이탈리아를 이해하는 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 2019년 6월 4일, 나는 피렌체의 산타 마리아 노벨라 역에서 로마행 기차를 탔다. 아내는 이날 김밥 도시락을 챙겨주고 나를 배웅했다. 이번에는 나 혼자만의 여행이었다. 아내와 함께 떠나도 될 것이었지만 일정상 아내의 흥미를 끌지 못했다. 하룻만에 로마에 들렀다가 피렌체로 다시 돌아오는 여정이었으므로, 굳이 두 사람이 비용과 시간을 들일 이유가 없었던 것이다. 



모든 길은 로마로 통한다고 했던가.. 급행열차는 로마의 떼르미니 역까지 순식간에(?) 도착했다. 떼르미니 역에 도착하자마자 나는 곧장 우리 대사관으로 향했다. 우리 대사관은 떼르미니 역 앞에서 버스를 타고 산티아고 델 칠레 정거장에 내려서 5분 정도 걸어서 작은 언덕을 올라가면 단박에 찾을 수 있다. 




인적이 뜸한 계단을 올라 저만치 바라보니 태극기가 날리고 있었다. 반가웠다. 대사관 직원과 통화를 하며 버스 편을 묻는 등 현지에서 길을 여러 번 물어 찾아간 것이다. 대사관 바깥문은 굳게 잠겨있었으나 초인종을 누르면 이탈리아 경비 아저씨가 문을 열어주며 인사를 건넨다. 부온 조르노~




대사관 안으로 들어가니 손님이 한 사람밖에 없었다. 예쁘장한 여직원과 남자 직원이 친절하게 나를 맞이해 주었는데 이날 내가 필요했던 서류 중에는 우리 대사관이 번역 공증을 해 주어야 하는 서류가 포함됐다. 어쩌면 이 서류가 우리의 운명을 바꾸게 될지도 모를 중요한 절차였다. 


피렌체서 대사관 직원과 통화를 하고 갔지만, 절차상 로마행 기차를 한 번 더 타야 했다. 다시 피렌체로 돌아가야 했던 것이다. 그런데 떼르미니 역에 도착하고 보니 시간이 너무 많이 남아있었다. 그래서 역 앞에 위치한 지하철을 타고 가까운 꼴로세움(Colosseo)으로 향했던 것이다. 꼴로세움을 돌아봐도 시간은 충분했다. 



잠깐 사이에 지하철은 나를 꼴로세움 앞에 내려주었는데 사람들이 엄청나게 붐볐다. 인류 최고의 걸작품 중에 하나인 꼴로세움을 보기 위해 세계 도처에서 모여든 것이다. 그중 나도 끼어들었으니 더 복잡할 수밖에.. 


나는 꼴로세움이 잘 조망되는 뷔아 니꼴라 살뷔 언덕으로 올라가 몇 장의 사진을 찍고 꼴로세움을 한 바퀴 돌아 다시 떼르미니 역으로 돌아갔다. 이번에는 전차를 타지 않고 아예 역까지 걸어서 간 것이다. 따끈따끈 볕이 못살게 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곳저곳을 기웃거리며 셔터를 누르고 다닌 것. 피사체가 내게 손을 흔들면 샬칵~!! 여전히 피렌체로 가는 기차 시간이 남아돌았던 것이다. 



글쎄.. 대략 이런 과정을 두 차례 겪고 난 다음 아내는 한국으로, 나는 피렌체서 바를레타로 거처를 옮기게 된 것이다. 지난해 여름부터 브런치에 글을 쓰는 2020년 1월 22일 현재(현지시각)까지 이어진 기다림의 실체는 다름 아닌 운전면허증 때문이었다. 우리나라 운전면허증을 이탈리아 운전 면허증으로 갱신하려면 우리 대사관의 번역 공증이 필요했던 것이다. 




마침내..!! 오늘 오후 6시 30분경에 아젠시아 담당자로부터 전화가 걸려온 것이다. 바를레타로 거처를 옮긴 직후 지난해 9월 2일에 한 아젠시아를 통해 신청한 운전면허증은, 해를 넘겨.. 4개월도 더 넘겨서 마침내 내 손에 들어온 것이다. 그곳에는 유럽연합의 깃발이 새겨져있었다. 나의 페이스북에서는 이탈리아 친구들의 축하 인사가 이어졌다.


그동안 별일을 다 겪었다. 또 인내하고 또 인내할 수밖에 없었다. 혹시라도 서류에 하자가 발견되는 등의 절차를 겪게 되면, 우리의 계획이 수포로 돌아가거나 기나긴 인내심을 필요로 할지도 모를 일이었다. 그러나 운전면허증이 내 수중에 들어온 이상 속내를 감출 이유가 없는 것이다. 나는 그의 전화를 받는 즉시 큰 소리로 외쳤다. 너무 기뻤다..!!


세상에 이럴 수가! 그라찌에 밀레..!!



PATENTE DI GUIDA REPUBBLICA ITALIANA
il 22 Gennaio 2020, Citta' di Barletta PUGLIA
Foto di yookeun Chang_Geograf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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