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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내가 꿈꾸는 그곳 Feb 09. 2020

볼수록 기분 좋아지는 풍경 속으로

-엽서그림이 된 뿌에르또 바라스의 추억

봄이 무르익을 대로 익은 북부 파타고니아..!!


우리는 조금 전에 오소르노 화산(Vulcano Osorno)이 빤히 보이는 엔세나다(Ensenada)에서 커피를 마시고 뿌에르또 몬뜨로 돌아가는 길이었다. 그전에 K사장은 우리 내외를 뿌에르또 바라스에 있는 근사한 리스또란떼로 초대해 점심을 먹었다. 이곳에서 유명한 식당 안은 발 디딜 틈도 없을 정도로 붐볐다. 이날 우리는 야외에서 점심을 먹다가 갑자기 쏟아진 소나기를 피해 실내로 자리를 옮겨 점심을 먹었는데, 칠레산 대게살을 발라내 작은 뚝배기에 찜을 쪄낸 요리였다. 맛은 따로 설명할 필요도 없겠다.



K사장은 IMF 당시 을지로에서 인쇄업을 하고 있었는데 몽땅 다 말아먹고(?) 혈혈단신 남미로 건너와 옷장사를 시작하게 된 것이다. 맨 처음 봉착한 게 언어문제였다. 그는 칠레의 수도 산티아고에 우리 교민들이 모여 살고 있는 빠뜨로나또(Patronato)에 자리를 잡고 생전 처음으로 옷장사를 시작했다. 현지인과 소통은 물론 거상들 틈바구니에서 그는 두 해만에 알거지가 됐다. 




언어 때문이기도 했지만 현지 사정에 어두워 다시 한번 더 말아먹게 된 것이다. 그런 그는 눈물을 머금고 귀국해 이번에는 살림을 통째로 정리하고 아들과 함께 재입국한 것이다. 한 번의 실패로 이미 시장의 속사정을 파악한 그는 결국 성공을 하여 우리 교민들이 적은 뿌에르또 몬뜨에 중간 도매를 하는 가게를 연 것이다. 빠뜨로 나또에서 거상으로부터 도매로 구입한 옷을 소매하는 형태였다. 


아내와 함께 머문 숙소에서 5분이면 도착하는 그의 가게는 뿌에르또 몬뜨 중심에 위치해 있고, 그곳에서 멀지 않은 곳에 그가 살고 있는 집이 있었다. 언덕 위에 지어진 그 집에서 바라보면 몬뜨 앞바다가 잘 조망되는 신시가지였다. K사장은 천신만고 끝, 삼수만에 성공한 것이다. 



그런데 그의 모습은 고생한 탓인지 너무 야위었고 당신의 아내도 일에 쪄든 표정이 역력했다. 당신의 사회적 성공 뒤에는 뼈를 깎는 고생이 있었던 것이다. 그런 그를 대화 중에 "잘 좀 챙겨 드시라"고 농담 삼아 던진 말 끝에 그는 "골골 팔십'이라며 되받아 쳤다. 그리고 엔세나다에서 커피 한 잔을 마신 후 돌아오는 길에 사진을 좋아하는 나를 위한 배려가 이어졌다. 



아무 곳이나 마음에 드는 장소가 있으면 '차를 새워달라'고 말하라는 것. 우리가 이동하고 있는 도로는 엔세나다에서 뿌에르또 바라스(Puerto Varas)로 이어지는 225번 국도였다. 북부 파타고니아의 명소 라고 장끼 우에(Lago Llanquihue) 옆으로 이어지는 이 도로는 깔부꼬 화산(Volcán Calbuco)이 늘 따라다녔다. 



봄이 무르익을 대로 익은 도로변에는 샛노란 아르힐라가(Argilaga_Genista scorpius) 꽃이 달콤하고 짙은 향기를 날리는 매우 특별한 아름다움을 간직한 곳이었다. K사장은 드라이브를 하고 있는 동안 조용필 씨의 노래를 틀었다. 당신이 힘들고 외로울 때 듣던 곡이란다. 그렇지만 나의 시선은 창밖으로 이어지고 있었다. 그리고 225번 국도변에서 여러 번 정차 신호를 보냈다. 



그곳에는 볼수록 기분이 좋아지거나 행복해지는 풍경이 널린 곳이었다. 해 질 녘 북부 파타고니아는 꿈을 꾸고 있는 듯했다. 우리는 여행 중이었으므로 미안한 마음이 들었지만, 이때를 놓칠세라 몇 장의 사진을 남긴 것이다. 그 장면들은 우리의 추억이 고스란히 박제된 엽서그림과 다름없었다. 봄이 오시면 당시의 추억이 새록새록 되살아난다. 



IL NOSTRO VIAGGIO IN SUD AMERICA
Los lagos Puerto varas Patagonia CILE
Foto di yookeun Chang_Geograf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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