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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내가 꿈꾸는 그곳 Mar 17. 2020

느리게 걷는 파타고니아의 아침산책

-더 늦기 전에 떠나야 할 여행지

언제 파타고니아로 떠날 수 있을까..?!!



세상이 갑자기 달라졌다. 

비루스 앞에 선 

사람들의 민낯은 부끄러움과 멀다.

살아남기 위해서 당신이 살기 위한 일이라면

무엇이든 서슴지 않는다.



조물주가 인간에게 부여한 가장 아름다운 모습

그 모습은 금수와 인간을 구별하는

작아 보이지만 너무도 큰 차이

인간에게만 유일한 부끄러움이 사라지고 있는 것이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이 같은 일은 상상조차 하지 못한 일이었지만

비루스 앞에 선 인간들은 부끄러움과 멀어지기 시작했다.


혼자만 살아남기 위해 식료품을 사재기하는 세상

잠시를 누리기 위해 화장지까지 싹쓸이하는 세상

천국을 팔아서라도 잠시 연명하고 싶어하는 세상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대문이 없었던 나라들

지금은 하늘까지 꼭꼭 걸어 잠그는 불편한 세상





요즘 아내와 나는 오후 5시(현지시각)만 되면 긴장을 하게 된다. 이탈리아 보건 당국이 이 시간만 되면 꼬로나비루스 사태에 대한 공식적인 발표를 하는 것이다. 매일 변화하는 확진자 수와 사망자 수 및 치료자 수를 이탈리아 20개 주의 상황과 함께 그래프에 일목요연하게 옮겨놓는 것이다. 



2020년 3월 16일 오후 5시 현재 이탈리아 꼬로나비루스 사태는 이미 심각 수준을 너머 공포로 다가오는 수치로 변했다. 이 같은 상황이 전해지자 세상이 확 달라진 것이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중국과 한국만 바라보던 사람들이 이탈리아만 바라보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눈을 돌려 지구별 풍경을 보니 사람들이 전에 보지 못한 행동을 하기 시작한 것이다. 



물건을 사재기하는가 하면 나라마다 문을 걸어 잠그며 자국민 보호조치에 나선 것이다. 우리는 그동안 보건 당국의 권유에 따라 스스로 자가격리를 하며 시간을 때우고 있었다. 우리뿐만 아니라 이탈리아 전역의 시민들이 한시적으로 감옥 같은 생활을 시작한 것이다. 사람들의 일상이 확 달라진 것이며 좋으나 싫으나 당분간은 이 같은 조치에 만족해야 했다. 그런 우리 앞에 펼쳐진 평범했던 세상..





요즘 아내와 나는 전에 흔치 못한 일을 서슴지 않는다. 작은 노트북 앞에서 우리가 다녀왔던 풍경을 공유하고 있는 것이다. 그때마다 아내는 현재 상황으로부터 하루라도 빨리 멀어지고 싶어 했다. 아내는 이렇게 말했다. 


언제 파타고니아로 떠날 수 있을까..?!!



꿈나라

먼 나라

꽃 피고 새 지저귀는 나라

수정같이 맑은 물이 

쉼 없이 졸졸거리는 나라

빙하의 나라

때 묻지 않은 나라

천국을 그리워하지 않는 나라

꽃에도 영혼이 존재하는 나라

욕심이 없는 나라

부끄러울 날이 없는 나라

하늘에 별이 가득한 나라

바람에 환청을 실어 보낸 나라

홀라당 옷을 벗은 나라

영혼이 머무는 나라

머리를 뉘고 싶은 나라 

추억이 고스란히 박제된 나라

시간까지 멈춘 나라

...


파타고니아는 세상의 필설로 감당할 수 없는 나라였다.





아내와 나는 아침 일찍 집을 나서 안개가 뽀얗게 드리운 북부 파타고니아의 오르노삐렌 삼각주를 걷고 있었다. 아직 안개가 안데스 너머로 사라지려면 한두 시간은 더 걸릴 것이다. 우리는 리오 네그로 강을 건너 삼각주를 가로질러 안데스자락까지 갈 요량이었다. 



뷰파인더 속에는 보석으로 변한 이슬이 수초와 풀잎에 내려앉아 묘한 실루엣을 자아내고 있었다. 세상이 꿈인지 꿈이 세상인지 모를 정도로 꿈을 닮은 세상.. 그 아침에 세상은 아내와 나 둘 뿐이었다. 그리고 뭇새들이 우리를 반긴 곳. 그곳은 노트북 속에만 존재하는 추억의 나라였을까..



아내는 꼬로나비루스가 창궐하고 있는 이탈리아를 탈출해 파타고니아로 잠시 떠나고 싶어 했다. 피신하고 싶어 했다. 비루스가 두려워진 게 아니라 사람이 살만한 태초의 자연을 그리워하고 있는 것이다. 꼬로나비루스로 인해 생명을 잃은 사람의 가족들이 떠올릴만한 생각들이 컴 앞에서 마구 일어나는 것. 그리고 다시 입을 열어 이렇게 말했다.



우리.. 이번 사태가 끝나고 나면, 파타고니아로 다시 가 봐요..!!



우리는 남미 일주 투어와 파타고니아 투어를 통해 죽기 전에 가 봐야 할 여행지가 어딘지 눈도장을 콕콕 찍어두었다. 그곳은 사람들에게 널리 알려진 명소도 포함되었지만 꼭꼭 숨겨진 명소도 천지 빼까리로 널려있었다. 그 가운데 칠레의 로스 라고스 주 북부 파타고니아의 오르노삐렌은 천국을 오려내어 붙여둔 듯한 곳이었다. 



남반구의 우기가 끝나가는 시기.. 우리 앞에 나타난 비경 앞에서 아내는 마냥 행복해했다. 만약 비루스 앞에서 삶을 마감하는 사람들이 이곳을 다녀왔더라면.. 세상 마지막 날에 떠올릴 천국의 모습이 이와 다르지 않을 것이다. 



비루스 조차 넘보지 못한 몇 안 되는 청정지역으로.. 어느 날 아침 느리게 느리게 발품을 파는 것이다. 나 또한 덩달아 다시 그 자리에 서고 싶어 진다. 더 늦기 전에 떠나야 할 지구별의 진정한 명소가 생각나는 아침이다. 그런 날이 하루라도 빨리 다가오길 학수고대한다. 그리고 비루스 때문에 삶을 마감한 분들 앞에 삼가 명복을 빈다.



IL NOSTRO VIAGGIO IN SUD AMERICA CON MIA MOGLIE
Destinazioni da lasciare prima che sia troppo tardi
il 16 Marzo 2020, Citta' di Barletta PUGLIA
Foto di yookeun Chang_Geograf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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