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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내가 꿈꾸는 그곳 Mar 18. 2020

하늘나라로 가는 구름다리

-영화 메디슨 카운티의 다리와 우리네 삶

죽기 전에 내가 혹은 우리가 가슴에 품고 있는 기억은 어떤 것일까..?!!



아직은 이르다. 봄이 무르익은 어느 날,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도시 꼬자이께에 입성하고, 다시 한 달에 가까운 시간을 병상에 누운 뒤 리오 꼬자이께와 리오 심프슨 계곡에 발을 들여놓은 것처럼.. 새로운 세상에 발을 들여놓을 의식을 치루어야 할 것이다. 아이들처럼 너무 기뻐한 나머지 빼먹은 통과의례가 발목을 붙잡은 것을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한다.  


우리는 한 치 앞의 운명도 모른 채 살아간다. 지난 여정 보랏빛 황홀경에 이렇게 썼다. 어떤 새로운 세상에 발을 들여놓을 때는 통과의례가 필요했을 것이지만, 아이들처럼 천방지축 나대치는 순간 내게 다가온 불행이 한 달 가까운 시간을 병상에 누워있게 만들었던 것이다. 



관련 브런치에서 언급했지만 그땐 주검을 생각했다. 더 이상 살아갈 희망이 없음을 느꼈다. 그때 내가 생각해 낸 건 이 낯선 도시에 발을 들여놓을 때 본 리오 심프슨 계곡이었다. 만약.. 만약 내게 다시 한번 더 기회가 찾아온다면 나는 반드시 이 계곡을 찾으리라 다짐하고 또 다짐했던 것이다. 그리고 어느 날 나는 기적적으로 회생하여 보랏빛 초초와 풀꽃들이 빼곡하게 피어있는 계곡에 발을 들여놓게 된 것이다. 나 혼자였다. 감개무량했다. 마치 영화 같은 일이 내게 일어난 것이었다.




영화 메디슨 카운티의 다리(I ponti di Madison County_The Bridges of Madison County)를 기억하시는가.. 영화의 시작은 두 남매가 어머니의 장례를 위해 만나면서 시작된다. 그들은 변호사로부터 전해 들은 어머니의 유언을 들었다. 어머니의 유언은 이랬다.



내가 죽거든 화장을 하여 유골을 로즈먼 다리에 뿌려달라..!



두 남매는 어머니의 유언을 거부하고 있었다. 어머니를 양지바른 곳 혹은 그들의 문화에 맞게 무덤에 매장을 하고 싶었던 것이다. 그리고 어머니의 유품을 정리하고 있었는데 오래된 가방 속에서 세 권의 노트가 발견된 것이다. 그곳에는 그들과 아버지가 일리노이 주의 박람회에 떠난 사이 일어났던 일이 빼곡하게 기록되어 있었다. 나흘 동안의 일이 비밀스럽게 기록되어 있다가 두 남매로부터 세상에 알려지게 된 것이다. 영화는 이렇게 시작된다.




나흘 동안의 일탈.. 주인공 프란체스카는 따분하고 무료한 일상을 보내고 있었다. 눈만 뜨면 기족들을 위해 밥을 짓고 빨래를 하는 등 집안일을 하면서 농사를 짓는 남편과 함께 지내오고 있었던 것이다. 어쩌면 이 같은 일은 그녀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여성들이 겪고 사는 일상이었을지도 모를 일이다. 그러나 자기도 잘 몰랐던 빈틈에 어느 날 누군가 불을 질러놓은 것. 이때부터 나흘간 그녀는 일생을 통틀어 잊지 못할 뜨거운 사랑에 빠져든다. 그녀 앞에 웬 낯선 남자가 나타난 것이다.




웬 낯선 남자.. 그는 낫지오(내셔널지오그래픽)에서 일을 하는 사진사였다. 어느 날 그는 자신의 차량을 몰고 로즈먼 다리의 사진을 찍기 위해 메디슨 카운티에 도착한 것이다. 그의 이름은 로버트 킨 게이드였다. 우연히 두 남녀가 메디슨 카운티의 로즈먼 다리 근처에서 만나게 된 것이다. 이때부터 두 남녀는 서서히 사랑에 빠져들며 종국에는 뜨거운 사랑 때문에 몸부림을 치게 된다. 



그 사랑이 얼마나 순수하고 뜨거웠으면 두 사람이 새로운 삶을 꿈꾸게 되었을까.. 아이들과 남편을 가진 프란체스카는 고민에 빠지고 만다. 일 밖에 모르는 우직한 남편과 평생을 시골에 처박혀 사느니.. 남은 생애 얼마간을 세련미 넘치는 외간 남자와 함께 새로운 보금자리를 꾸미고 살아가는 전혀 새로운 꿈을 꾸는 것이다. 



독신이었던 외간 남자 로버트 킨 게이드도 처음으로 한 여인의 사랑에 빠져 허우적이며 새로운 꿈을 꾸는 것이다. 시쳇말로 불륜의 시작은 로즈먼 다리에서 시작되고 있었던 것이다. 남편과 아이들이 없는 나흘 동안 프란체스카의 침대 주인은 바뀌어 있었다. 그녀는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한 외간 남자 같은 로맨틱한 사랑을 받아본 적이 없었다. 이런 시추에이션에 대해 라틴어의 명언이 준비돼 있었다. 



사랑하면서 동시에 현명하기는 신에게도 어렵다.
(Amare et sapere vix deo conceditur)





어머니 프란체스카의 일기를 읽어 내려가는 동안 두 남매의 의견이 분분해진다. 어머니의 일탈 때문이었다. 아들 마이클은 어머니가 로버트 킨 게이드와 잠자리를 같이 했을 거 같은 생각에 외간 남자를 죽여버리고 싶어 했다. 그러나 딸 케롤린은 충격 속에서도 어머니를 이해하려고 했다. 마이클은 어머니의 모습에서 전통적인 여성의 삶을 생각하며 일탈을 떠올렸으며 아버지를 제외한 그 누구도 어머니에게 범접할 대상은 아니었다. 불륜에 대한 배신감을 느낀 것이다. 



그러나 케롤린은 어머니이기 이전에 같은 여성의 입장을 생각하고 있었다. 당신의 어머니가 남긴 노트를 차분히 읽어내리며 어머니를 이해하려는 노력을 하는 것이다. 어머니와 여성.. 두 정체성을 통해 어머니의 삶을 이해하는 것이랄까.. 불륜과 로맨스가 뒤엉킨 영화 속의 장면들. 평가는 관객의 몫이겠지. 



사실이 그러한들 불륜에서 멀어지기 쉽지 않고 로맨스로부터 더더욱 멀어지기 어려운 상황은 결국 프란체스카의 결정에 따라 파국을 맞이한다. 그녀 프란체스카는 나흘 동안의 뜨거운 사랑이 끝날 때쯤 외간 남자 로버트 킨 게이트와의 약속을 어기게 된다. 



장날 시내로 나가는 틈을 타 외간 남자와 도망을 쳐 잘 먹고 잘 살 궁리를 포기한 것이다. 영화 속 그 장면은 비가 오신다. 차창에 빗물이 가득하다. 그러나 어머니의 주검을 화장해 달라는 유언에 대해 한사코 반대의 입장을 보이던 두 남매는 유골을 로즈먼 다리에 뿌리게 된다. 



영화 속에서 두 사람이 나눈 대화가 눈에 띈다. 프란체스카가 로버트에게 "왜 이런 사랑의 감정이 생기는 거죠"라며 물었다. 그러자 로버트는 "'이런 감정은 일생에 단 한번 오는 겁니다'라고 말한다. 그들은 생애 통틀어 단 한번밖에 오지 않는 사랑에 빠져든 것이다.



그 어떤 사랑일지라도.. 그 어떤 사람들일지라도 생애 단 한 번쯤은 일탈을 꿈꾸었을지도 모르겠다. 어쩌면 당신의 삶이 그러할지도 모를 일이다. 그렇지 않다면 이 영화가 어떻게 사람들로부터 사랑을 받았을까.. 신 조차 눈을 멀게 하는 사랑의 힘이 메디슨 카운티의 로즈먼 다리 곁에서 작용한 것처럼, 먼 나라 파타고니아의 한 아름다운 도시 꼬자이께의 리오 심프슨 계곡에서 만난 현수교 곁에서 영화의 한 장면을 떠올리는 것이다. 죽을 고비를 넘겨 건너게 되는 새로운 세상 새로운 만남.. 신이 잠시 눈먼 틈을 타 당도할 수 있는 곳. 어쩌면 그곳은 하늘나라로 가는 구름다리가 아닌지 모를 일이다.





이 포스트를 작성하고 있는 현재, 지구촌에는 우리가 전혀 원치 않았던 일이 우리를 힘들게 하고 있다. 향후 전망은 더더욱 불투명하다. 이런 때일수록 당신을 행복하게 만들어준 추억들이 삶을 붙들어주는 버팀목이 되지 않을까.. 누구나 위로받고 싶고 사랑받고 싶을 것이다. 죽기 전에.. 내가 혹은 우리가 가슴에 품고 있는 소중한 기억은 어떤 것일까..?!!  <계속>


IL NOSTRO VIAGGIO IN SUD AMERICA CON MIA MOGLIE
Il ponte del film Madison County e le nostre vite
il 18 Marzo 2020, Citta' di Barletta PUGLIA
Foto e Scritto di yookeun Chang_Geograf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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