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내가 꿈꾸는 그곳 Mar 28. 2020

나 그분들께 봄마저 돌려 드리리

-이탈리아 꼬로나비루스 상황, 2020년 3월 27일 18시 06분 현재

이탈리아.. 하룻만에 969명이 목숨을 잃은 대참사의 날이다!!

Coronavirus in Italia: 

86.498(확진자 +5.959) casi, 

9.134(사망자 +969) morti,

10,950(치료자+589) i guariti 

-Il bollettino al 27 marzo.


어제(Il bollettino al 26 marzo.) 이탈리아 꼬로나비루스 확진자 수와 사망자 수 Coronavirus in Italia: 80,539(+6,153) casi, 8,165(+662) morti 


-2020년 3월 27일 목요일 오후 6시 06분(현지시각) 현재, 이탈리아 꼬로나비루스(COVID-19) 누적 확진자 수는 86,498명(+5,959)으로 집계됐다. 사망자 수는 하룻만에 969명으로 늘어나 당일 최대 사망자 수를 기록했다. 누적 사망자 수는 9,134명으로 집계됐다. 치료자 수는 589명이 더 늘어나 10,950명이다(출처: www.ilmeteo.it

생전에 이런 기록은 처음 맞닥뜨린 것으로 매일 충격에 휩싸인다. 이런 상태가 지속되면 심각한 우울증에 빠져들지도 모르겠다. 당장 기분 전환이 필요한 때인 것 같다. 벚꽃이 흐드러지게 핀 어느 날 유명을 달리하신 분들께 봄마저 돌려 드린다.



나 그분들께 봄마저 돌려 드리리




겹벚꽃이 흐드러지게 핀 이곳은 이탈리아 북부 피에몬테 주 노바라 성(Castello di Novara) 곁에 위치한 빠르꼬 데이 밤비니(Parco dei Bambini) 공원의 봄 풍경이다. 이맘때 나는 노바라 성을 둘러보고 있었다. 이탈리아 요리에 입문한 직후 바쁘게 지내다가 짬만 나면 노바라 시내를 둘러보며 망중한을 즐긴 곳으로 매우 인상 깊었던 장소이다. 황톳빛 성벽 곁으로 연분홍 겹벚꽃이 흐드러진 곳..



그곳에 가면 시간 저편으로 여행을 떠난 듯했다. 중세 어느 봄날 천천히 성 곁을 돌아보고 있는 것. 전투의 생채기가 고스란히 남아있는 성벽은 전혀 말이 없었지만 당시의 아우성과 함성이 곳곳에 배어있었다. 산 자와 죽은 자들의 넋이 핏빛으로 변한 곳..



선홍빛 겹벚꽃은 화려하다 못해 죽음까지 미화한 모습이랄까..



산 자와 죽은 자는 서로 다른 길을 간다. 서로 다른 길을 따라 멀어진다고 한다. 아내는 종종 산 자와 죽은 자의 멀어짐을 이렇게 말하곤 했다. 어른들로부터 듣게 된 말이다.  



사람이 죽게 되면 산 자로부터 하루 3 천리씩 멀어진데..!



십리는 4킬로미터.. 백리는 40킬로미터.. 3천 리는 1200킬로미터로 사람은 유명을 달리한 직후부터 매일 산 자로부터 시야 밖으로 멀어지는 것이다. 또 속담에 따라 "눈으로부터 멀어지면 마음으로부터 멀어진다"라고 하므로 산 자와 죽은 자의 거리는 점점 더 멀어지는 게 아닌가..



평소 같으면 벚꽃을 죽음과 연결할 이유를 전혀 찾지 못할 것이건만, 하필이면 겹벚꽃이 만개한 장소가 이탈리아 북부 피에몬테 주에 위치해 있었으므로 꼬로나비루스와 함께 소환해 추억에 젖는 것이다. 나는 이때만 해도 너무 행복했다. 미슐랭 별을 단 어느 리스또란떼에서 바쁘게 일하다 잠시 쉬는 틈을 타 카메라를 메고 싸돌아 다니고 있었으므로 불행이 깃들 틈 조차 없었던 것이다. 



그러나 불행의 음모는 어느 날 소리 소문 없이 찾아드는 것인지.. 우리 속담에 "도둑을 맞으려면 개도 짖지 않는다"라는 말이 있다. 또 "늙은 개가 짖으면 내다봐야 한다"라고 하지만.. 꼬로나비루스는 그 어느 경우의 수에도 속하지 않았다. 어느 날 소리 소문 없이  찾아와 동행을 허락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먼 길을 재촉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 수가 어느덧 1만 명에 육박하고 있다.



정말 어처구니없는 일이 매일 같이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그분들은 흐드러지게 피어나는 겹벚꽃의 화려한 봄날을 계수하고 있었을지도 모를 일이다. 엄동설한의 추위 혹은 혹독한 시련을 뒤로하고 화려하기 짝이 없는 풍경 속으로 발을 들여놓고 싶었을지도 모를 일이다. 



그날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손을 잡고 벚꽃놀이를 하고 싶었을지도 모를 일이다. 그날 사랑하는 사람에게 귓속말로 사랑을 고백하고 싶었을지도 모를 일이다. 그날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벚꽃놀이를 하고 근사한 리스또란떼로 가고 싶었을지도 모를 일이다. 그날 벚꽃에 취한 나머지 진한 커피 향을 잊어버렸을지도 모를 일이다. 그날 책갈피 속에 숨겨둔 비밀 고백을 들추어 봤을지도 모를 일이다.  



이탈리아.. 

하룻만에 969명이 목숨을 잃은 대참사의 날..!!



나는 그분들께 잃어버린 봄 마저 돌려드리고 싶다..!!



Darò loro anche la primavera_COVID-19
il 27 Marzo 2020, Citta' di Barletta PUGLIA
Foto e Scritto di yookeun Chang_Geografia


매거진의 이전글 봄비가 눈물로 변한 이탈리아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