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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내가 꿈꾸는 그곳 Apr 17. 2020

이른 아침에 만난 고향의 봄

-기록, 2014년 4월 16일

 그날, 우리는 무슨 일을 하고 있었나..?!



2014년 4월 16일.. 이날 아침 아내와 함께 서둘러 도착한 곳은 경기도 남양주 군 조안면의 고즈넉한 분위기의 한 마을이었다. 서울 강남에서 자동차를 몰고 이곳까지 오는 길은 30분이 채 걸리지 않는 거리이다. 강남의 한 아파트에서 출발한 다음 잠실운동장 옆 램프를 우회전하고 88 고속도로를 달리면 금방 팔당대교에 다다른다. 


그리고 팔당댐으로 북한강을 오른쪽으로 끼고 다산로를 달리면 정약용 선생의 생가가 위치한 능내리를 통과하게 된다. 그다음 두물머리 앞까지 이동하면 요즘 보기 드문 농촌 풍경을 지닌 조안면의 입구에 도착하게 된다. 그곳에서 좁은 길을 따라가면 농로로 이어지는 곳. 


서울에 살 때 우리는 이 길을 뻔질나게 마르고 닳도록 다녔다. 집에서 가까운 이곳은 88 고속도로가 정체되지 않는 시간을 이용해 아침 일찍 집에서 출발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른 아침 시간을 이용한 건 아내의 수채화 때문이었다. 아침시간은 수채화 드로잉에 유익할 뿐만 아니라 사진 촬영에 매우 유리한 시간이다. 


[위 원본(사진) 날짜: 2014년 4월 16일 오전 7시 36분]





이른 아침에 만난 고향의 봄


우리가 이른 아침부터 서둘러 이곳을 찾는 이유가 있다. 언급한 바 88 올림픽대로의 통행이 원활한 것도 이유 중 하나지만 그 보다 더 큰 이유 몇 가지가 있다. 4월의 아침.. 아침시간을 이용해 이곳에 도착하면 무엇보다 시야가 편안하다. 이제 갓 피어나기 시작한 나뭇잎들과 발그래한 복사꽃과 풀꽃은 보는 이로 하여금 마음을 편안하게 행복하게 만드는 힐링 효과가 있다. 고향의 봄을 만난 듯.. 



서울에서 제 아무리 잘 가꾸어 놓은 공원이라 할지라도 주변의 풍경은 삭막하다. 직선이 빼곡한 아파트 빌딩이나 고층빌딩이 수두룩한 도심은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스트레스가 증폭되는 것이다. 사람들이 주말이면 야외로 소풍을 떠나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그리고 무엇보다 아침의 공기는 맑은 물을 들이켜는 것 같은 상쾌함을 준다. 우리가 집을 나서 팔당대교를 건너는 순간부터 이 같은 느낌 속으로 빠져드는 게 그저 된 게 아니다. 서울에서 팔당댐을 지나 두물머리까지만 이동해도 단박에 차이가 나는 게 공기며 탁 트인 시야이다. 



그리고 해 돋기 전에 일어나는 자연의 현상은 경이롭다. 그럴 리가 없지만 그 어떤 이유로 일찍 일어나지 못하는 사람들은 경이로움으로부터 멀어져 있다. 일출 직전 후에 하늘이 쏟아붓는 황금빛 가루는 세상을 신비롭게 만들며 당신의 존재를 더욱더 빛나게 할 것이며 삶을 풍요롭게 만들 것이다. 황금빛으로 변한 세상.. 그건 일찍 일어난 사람들에게 신이 내린 선물이다. 



사진을 찍는 사람들이 이때를 놓치지 않으려고 애쓰는 이유가 있다. 산란파(Diffusione ottica)가 적은 아침시간에 촬영된 사진들은 한낮에 짝은 사진과 큰 차이가 난다. 더군다나 하얀 아르쉬(ARCHES) 도화지 위로 쏟아지는 볕은 드로잉을 하거나 색을 입힐 때 눈을 매우 피곤하게 한다. 자외선으로부터 눈을 보호하기 위해 선글라스를 착용하는 이유를 단박에 알게 될 것 등등.. 





조안면의 한 마을에 도착해 이젤(Cavalletto)을 펴 놓고 아내가 드로잉을 시작할 즈음에 나는 마을 근처를 돌아보게 됐다. 4월의 조안면은 황톳빛 가득했다. 또렷하게 곡선을 그려놓은 밭이랑이 사이로 금방이라도 봄비가 내릴 것 같은 분위기랄까.. 아내는 드로잉을 할 때 습관적으로 휴대폰으로 음악을 들었다. 그로부터 얼마 후 아내는 속보로 전해진 뉴스를 듣고 이렇게 말했다.



진도 앞바다에서 여객선이 침몰하고 있데..!!



-기록, 2014년 4월 16일은 계속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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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cord, 16 aprile 2014_Naufragio del Sewol
il 16 Aprile 2020, Citta' di Barletta PUGLIA
Foto e Scritto di yookeun Chang_Geograf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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