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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내가 꿈꾸는 그곳 May 13. 2019

버스를 따라나선 호수의 이별식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호수를 떠나던 날

세상에서 가장 소중했던 사람이 당신 곁을 떠나던 날..!


그땐 너무 어려서 몰랐다. 사랑하는 사람들과 세상을 이별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며 괜히 눈시울이 붉어졌다. 얼마나 소중했고 사랑했으면 주변에 누가 있거나 없거나 온 몸을 비틀어대며 마구 통곡을 하는 것. 누군가 곁에서 말려봤자 아무런 소용도 없었다. 오히려 울음을 달래던 사람마저 덩달아 통곡을 하던 곳. 그곳은 어느 화장장이었고 하관식을 하는 이별의 현장이었다. 사람들은 그 모습을 보며 눈물바다라 불렀다. 눈물바다.. 눈물이 바다를 이룬 곳. 철이 들면서 알게 된 눈물바다의 진실은 대략 몇 가지. 눈물을 만든 이유는 별리였다. 별리란.. 유명을 달리한 어떤 사람 등으로부터 떠나 혼자 남게 되는 것. 혼자는 둘째치고 두 번 다시 당신을 만날 수 없게 된다는 건 슬픈 일이다. 참으로 슬픈 일이었다. 그래서 어떤 통곡의 현장에서는 실신하는 사태까지 벌어지는 것. 얼마나 당신을 사랑했으면..





봄날이 저만치 멀어지던 날, 우리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헤네랄 까르레라 호수(Il lago Buenos Aires/General Carrera)가 안고 있는 뿌에르또 뜨랑뀔로(Puerto tranquilo chile)로부터 떠날 차비를 했다. 그리고 숙소에서 가까운 호수 곁을 돌아봤다. 곁에는 마른풀 사이로 형형색색의 초초(Lupinus_현지인들은 '초초'라 불렀다)가 여전히 화려한 꽃을 무리 지어 내놓고 있었다. 하늘은 여전히 높고 푸르렀으며 호수와 분간할 수 없을 정도였다. 우리는 이곳에서 머무는 동안 세상에서 단 한차례도 만나지 못했던 풍광을 만나는 행운을 누렸다.


"지구별에 이런 풍경도 존재하다니.. 사람들은 이런 곳을 놔두고 다 어디로 떠난단 말인가..?!"



특히 헤네랄 까르레라 호수가 저만치 내려다 보이는 뿌에르또 뜨랑뀔로 뒷산에 오르면 로사 모스께따(rosa mosqueta_Rosa rubiginosa) 꽃이 지천에 널려 여행자를 붙들어 놓고자 유혹하더 곳. 나는 이곳을 천국이라 불렀다. 어쩌면 사후세계를 일컫는 천국에서 조차 이런 풍경은 존재하지 않을 것. 발걸음 옮기는 곳마다 셔터음이 작렬하곤 했던 곳이다. 그곳을 떠나기에 앞서 숙소 앞 호수 주변을 둘러보고 있는 것.



그땐 잘 몰랐다. 우리를 태운 버스가 다시 코크라네를 떠나 파타고니아 깊숙한 곳으로 데려다 줄 도로가 헤네랄 까르레라 호수 건너편 산기슭으로 이어지고 있었다는 것을..(위 자료 사진 산기슭에 희미하게 줄을 그은 듯한 흔적이 코크라네(Cochrane)에서 칠레 치코(Chile Chico)로 길게 이어지는 265번 국도였다) 우리는 이곳을 떠나 코크라네로 떠날 예정이었다. 



낯선 곳 처음 발을 디뎌보는 곳 도착하자마자 화들짝 놀라게 된 곳 그래서 천국이라 불렀던 곳. 그런데 우리를 더 놀라게 만든 건 숙소의 주인 남매였다. 어느 날 두 남매는 분주하게 음식을 장만했는데 여행자들이 그 사정을 헤아릴 수 없었다. 그리고 저녁시간이 되자 우리는 깜짝 놀랐다. 식탁 위에 케이크를 올려놓고 우리를 부른 것이다. 그러고 보니 이틀 전쯤 아내의 생일을 물어본 이유가 케이크 위 촛불에 있었다. 


그리고 "좋은 선물을 준비하지 못해 미안하다"며 내민 선물을 뜯어보니 그 속에 초콜릿이 한가득 들어있었다. 숙소를 싸게 임대해준 것도 고마웠는데 그녀는 "다음에 다시 와도 싼 가격으로 당신을 맞이할 것"이라며 환희 웃어 보였다. 뒤뜰 울타리 곁에 버찌(La ciliegia)가 거무스름하게 익어갈 즈음 우리는 그들과 작별인사를 나누고 다시 먼 여정에 오른 것.





우리를 태운 버스는 뿌에르또 뜨랑뀔로 마을을 한 바퀴 선회하여 곧장 먼지 길에 들어섰다. 그곳은 뿌에르또 몬뜨로부터 오히긴스(O'higgins)까지 대략 1200km로 길게 이어지는 칠레의 7번 국도 까르레떼라 오스뜨랄(Carretera Austral)이었다. 우리는 천국으로부터 점점 더 멀어져 갔다. 그때마다  헤네랄 까르레라 호수와 뿌에르또 뜨랑뀔로는 버스를 따라 뒤쫓거나 차창 밖에서 손을 내밀며 우리를 따라다녔다. 



그땐 그게 이별식인 줄 전혀 알지 못했다그게 마지막일 줄 알았다면, 두 번 다시 만날 수 없는 별리의 아픔을 간직한 줄 알았다면, 떠나지 말았어야 했을까..



Puerto tranquilo e lago general carrera
Quando partiva a Cochrane nell'autobus
Foto di yookeun Chang_Geograf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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