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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내가 꿈꾸는 그곳 Jun 01. 2019

가끔씩 그가 생각난다

-피렌체 길거리서 듣는 현악 4중주

우리는 언제쯤 감동을 받게 되는 것일까..?



간밤의 일이다. 어제는 현지의 일 때문에 하루 종일 바쁘게 돌아다녔다. 피렌체의 동쪽으로부터 서쪽까지 볼 일을 보게 된 것. 이런 걸 동분서주(東奔西走)라고 말하는지.. 집으로 돌아오니 오후 7시가 다 됐다. 그리고 허둥지둥 먹은 저녁이 아내를 체하게 만들었는지 바람을 쐬잔다. 다시 시내 중심으로 나간 시각은 늦은 밤 10시, 사람들은 여전히 붐빈다. 집을 나서면 습관처럼 다니는 코스가 집 앞 두오모로부터 베끼오 다리까지 이어지는 동선. 관광객들이 주로 이동하는 곳이자 눈요기 때문에 심심찮은 코스인데, 저녁때만 되면 길거리 공연(Spettacolo di strada)을 자주 보게 된다. 


어떤 사람은 아코디언으로, 어떤 사람은 마임으로, 어떤 사람은 기타로, 어떤 사람들은 밴드로, 어떤 사람은 성악으로 등등 자기 재주를 뽐내곤 했다. 피렌체를 찾은 관광객들은 이들의 연주를 듣고 나면 사례를 하게 되는데 적게는 50센테지모에서부터 많게는 5유로를 성큼 내놓는 분들까지 다양했다. 그들은 제각각 자기가 느낀 감동의 분량(?) 만큼 사례를 하곤 했는데 길거리 공연은 그만한 이유가 있었다. 단순히 취미생활을 즐기는 게 아니라  공연을 통해 얻은 수입을 살림(?)에 보태 쓰는 것이랄까. 



이들은 공연의 형태 등에 따라 수입도 달라지곤 했는데 곁에서 지켜본 결과 연주자가 누리는 수입은 사람들의 감동의 결과에 따라 많이 달라졌다. 따라서 간밤에 듣게 된(보게 된) 메르까또 델 뽀르첼리노(Mercato del Porcellino) 앞 현악 4중주(Il quartetto d'archi)는 조금은 특별했다. 길거리에서 실내악을 감상하기란 쉽지 않은 일. 현악 4중주를 구성하고 있는 악기들의 특성상 실외 공연은 산만하여, 감상자로 하여금 집중력을 떨어뜨리게 할 뿐만 아니라 악기 고유의 음색까지 흩트려 놓는 것이다. 안타까운 장면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기꺼이 감사의 표시를 한다. 연주가 끝나기 무섭게 동전을 보태거나 박수를 보내는 것이다. 그런 한편 이들의 공연을 통해 우리가 알고 있던 한 연주자를 떠올리게 만들었다. 고급 악기를 동원한 이른바 길거리 현악 4중주는 네 사람이 동원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수입이 너무 적었기 때문이었다. 



피렌체에 둥지를 튼 후부터 우리가 만난 길거리 공연 중에 가장 인기 있었던 한 연주자(위 동영상)는, 한 곡의 연주가 끝나기 무섭게 감사의 표시는 물론 그가 가지고 온 씨디(CD)까지 팔려나갔던 것. 그는 자기가 지닌 재주를 사람들 앞에 선보일 때 온몸을 동원해 최선을 다했다. 복장을 잘 갖춘 것은 물론 연주 솜씨와 관중에 대한 메너도 훌륭했다. 우리는 그런 모습을 곁에서 지켜보면서 "프로는 저런 것"이라며 추켜 세우곤 했던 것이다. 조금은 더 고급스러울 것 같았던 현악 4중주 길거리 공연은 그런 면에서 갖춘 복장은 물론 연주 태도가 보는 이로 하여금 아쉬움을 남기기에 충분했다. 우리를 감동케 한 한 연주자를 생각나게 만드는 것. 가끔씩 귀에 익은 곡으로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그가 생각난다. 


Quartetto d'archi per la Strada
La Notte 31 Maggio FIRENZE
Foto yookeun Chang_Geograf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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